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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Sep 17. 2021

신랑의 낡은 카드지갑

얼마 전, 신랑이 드지갑 새로 사달라며 쇼핑몰 링크를 보내왔습니다. 쇼핑을 즐겨하지 않는 이기에 "응, 알았어~"라고 대답하며 링크를 열다가, 그의 손에 들려있는 낡은 카드지갑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제 버튼을 눌렀습니다.


신랑의 낡은 카드지갑


5년 넘게 사용했다는 그의 카드지갑은 앞뒤로 해질 대로 진 상태였으나, 정작 본인은  불편함이 느끼지 않아 계속 사용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최근 카드 수납공간이 부족하다고 느껴 새로 사야겠다고 각한 것입니다.


네이비를 좋아하는 신랑이지만, 네이비 색상이 품절이라 아쉬움을 머금고 블랙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신랑이 맘에 든다며 구매한 카드지갑은 택배비 포함 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었습니다.

더 좋은걸 사지 그랬냐는 저의 말에, 수납공간이 충분하고 접히는 타입이라 본인이 찾던 이라며 신랑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습니다.

신랑이 5년만에 바꾼 카드지갑

'참 알뜰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저의 어린 시절 에피소드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들고 다니던 동전지갑이 있었습니다. 하늘색에 귀여운 그림이 그려진, 천으로 만든 동전지갑이었는데 몇 년간 들고 다니다 보니 천이 상당 부분 졌습니다. 하지만 워낙 그 지갑을 좋아했던 저는 신경 쓰지 않고 갖고 다녔죠.


어느 날 학원 선생님이  지갑을 보곤 놀라시더니, 잠시 달라고 하고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얘들아, xx이 지갑 좀 봐라. 엄청 알뜰하지?"라고 하시고는 다시 돌려주셨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칭찬을 한 것인지 놀리려고 하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그 후로도 지갑을 소중히 들고 다녔고 중학생 때 매점에서 어버리며 제 손서 떠나보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짠순이 기질타고난 저도, 반짝반짝 예쁜 새 물건보면 정신을 못 차립니다. 아이쇼핑을 하다 보면 고 싶은 물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가끔 화장품 구경을 하다가 어머, 이건 사야 해! 를 외치며 충동구매한 적도 , 필요도 없는'예쁜 쓰레기'들을 사서 모으는 바람에 부모님께 구박을 받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 활동을 시작한 후에는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지출을 관리해왔고, 크지 않은 월급이지만 꼬박꼬박 모아서 제 힘으로 결혼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마케팅 홍수시대에서 짠순이로 당당히 살아가는 법,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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