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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Sep 25. 2021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는 세 가지 질문

띠링!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할인 이벤트를 한다는 알림이 왔다. 일정 금액 이상을 사면 사은품도 준단다. 내 머릿속의 '소비 원숭이'가 흥분해서 날뛰기 시작한다. "할인 이벤트에 사은품까지 준다니! 이런 기회는 자주 오지 않아. 빨리 사야 해!"


구매 버튼을 누를까 말까 망설이는데, 소비 원숭이의 천적인 '절약 요정'이 깨어나 앞을 막아선다. 자신이 내는 세 가지 질문을 통과해야만 구매 버튼을 누를 수 있게 해 준다는 것이다. 소비 원숭이가 필요 없는 지출을 하지 못하게끔 막는 중대한 의무를 부여받은 절약 요정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세 가지 질문 중 하나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소비 원숭이는 카드를 긁을 수가 없다.

 

첫 번째 질문: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여러 브랜드에서 진행하는 패밀리세일에서는 판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을 반값에 판매한다. 옷, 신발, 귀걸이, 향수, 벨트, 가방 등등... 할인 상품들을 보고 있으면 손이 덜덜 떨리면서 품절이 되기 전에 구매를 해야 할 것 같은 충동이 든다. 내가 지금 사용 중인 제품이 아니더라도, 싸게 살 수 있으니 사놓으면 이득일 것만 같다. '내가 안 쓰면 나중에 선물로 주지 뭐'라는 생각으로 쉽게 합리화를 한다. 소비 원숭이가 신이 나서 "빨리 카드를 긁어!"라며 속삭이고 있다.


이때, 절약 요정은 재빨리 첫 번째 질문을 던진다.

지금 사려는 그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이 질문의 의도는 '언젠가는 쓰겠지'가 아닌 스스로 생각하기에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인지 여부를 묻는 것이다. 매일 혹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무조건 사용하는 그런 필수품 말이다.

한 번은 패밀리세일에서 고체 향수를 40% 할인해서 판매하는 것을 보았다. 간혹 편리하게 휴대하고 다니는 향수가 있으며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던 터라 잠시의 고민 끝에 결제를 했다. 사실, 품절이 될까 봐 서둘러 결제한 측면이 더 크다. 그리고 고체 향수를 배송받은 날 문득 깨달았다. 내 화장대에는 100ml짜리 향수 두 개가 자리 잡고 있지만, 회사-집-회사-집이 일상이기에 향수를 거의 뿌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갖고 있는 향수들만으로도 앞으로 2년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대로 그 고체 향수는 딱 한번 사용 후 서랍 속에 고이 잠들게 되었고, 나는 몇만원을 휴지통에 버린 결과가 되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패밀리세일에서 사서 거의 사용하지 않은 물건이 고체 향수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잘 생각해보면 일상에서 무언가를 구매할 때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그저 좋아 보여서 혹은 갖고 싶어서 구매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어디선가 돈이 줄줄 새고 있는 느낌이라면, 절약 요정의 첫 번째 질문을 꼭 기억하자.


두 번째 질문: 당장 사야 하는 물건인가?

까똑! 내가 자주 이용하는 브랜드에서 수분크림을 할인한다는 알림이 왔다. '할인'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유혹은 참을 수 없이 강하다. 필요한 물건을 더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인 것처럼 느껴지고, 할인을 받아 사면 만족감도 더 커지기에 우리는 종종 할인 마케팅에 넘어가서 불필요한 소비를 하곤 한다. 


쟁여놓는다라는 표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할인을 해서 가격이 저렴할 때 동일한 제품 여러 개를 미리 사놓는 구매 방식이다. 하지만 제품마다 유통기한이 있고 우리의 취향이 시시각각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언가를 사서 쟁여놓는 것이 과연 현명한 소비 일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 번은 매일같이 사용하던 화장품을 할인 이벤트 때 잔뜩 사서 쟁여놓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다른 화장품을 발견한 후, 앞서 '쟁여놓은' 화장품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결국 유통기한이 지나 그대로 휴지통에 버린 적이 있었다. 알뜰하게 잘 샀다고 생각한 게 결국엔 돈을 버리는 일이었던 것이다. 


비슷한 실수를 몇 차례 반복한 후, 나는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절대 미리 구매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험해본 바 할인 이벤트는 생각보다 자주 한다.


세 번째 질문: 대체품은 없는가?

"어, 수분크림이 얼마 안 남았네? 하나 사야겠다"

소비 원숭이는 신이 나서 쇼핑몰에 빠르게 접속을 한다. 이때, 절약 요정이 앞을 가로막고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을 던진다.

"매일 사용하고 있는 꼭 필요한 물건이고, 거의 다 써가서 지금 사야 돼. 쟁여두는 거 아니니까 걱정 마"

소비 원숭이는 쉽게 앞선 두 가지 질문을 통과한다.


하지만 이어지는 절약 요정의 세 번째 질문.

대체품은 없는가?


세 번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우선 화장대 서랍을 뒤져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대체품은 매일 사용하는 A 브랜드의 수분크림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을만한 화장품이다. 찾다 보니 서랍 한편에 넣어놓은 B 브랜드의 수분크림, C 브랜드의 로션 그리고 갖가지 샘플들이 나온다.

허탈한 표정을 짓는 소비 원숭이의 손에서 카드를 뺏으며 절약 요정은 이야기한다.

"앞으로 2달은 넉넉히 쓸만한 양이네. 수분 크림은 그걸 다 쓸 때쯤 사도록 해"




취직을 하고 돈을 벌다 보니, 용돈을 받던 시기와는 다르게 씀씀이가 헤퍼졌다. 산을 정해서 그 이상은 쓰지 말자는 계획도 세워봤지만 스트레스만 쌓이고 정작 지키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쓸 땐 쓰고, 대신 불필요한 지출은 줄이자는 다짐으로 위의 세 가지 기준을 세웠다.


카드 결제를 하기 전에 항상 세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고, 꼭 필요한 물건만 샀다. 대신 친구들과 만날 때나 선물을 살 때, 경조사 등 필하다고 생각되는 상황에서는 굳이 아끼려 하지 않았다. 연스럽게 절약이 되었고 월급의 7-80%를 저축할 수 있게 되었다.


오늘도 절약 요정은 나의 작고 귀여운 월급이 새지 않도록 잘 지켜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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