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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어 Feb 18. 2021

대만 여행, 이제야 추억합니다 05

나 홀로 7박 8일 대만 여행기- 4일 차 기록

가오슝->타이베이. 단수이


대만 여행 4일 차, 타이베이로 가는 날이다. 8시에 일어나 조식을 먹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조식은 나쁘지 않았다. 식빵과 계란말이, 샐러드 등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나왔다. 물론 호텔과 비교하면 퀄리티가 떨어진다. 게하에서 준 걸 감안하면 훌륭했다. 게다가 요리사가 직접 준다. 비록 요리사랑 프론트 데스크 직원의 얼굴은 같았지만.

이틀 동안 조식 먹으러 갔던 라오지앙에 들려 밀크티와 누가크래커를 샀다. 이대로 라오지앙을 보내기 아쉬웠다. 그러고 보니 게하에 조식이 나오는데 3박 4일 중 3박을 라오지앙에 갔다.


줘잉역->타이베이


타이베이로 향하기 위해, 줘잉역에 갔다. 줘잉역에서 THSR(고속열차)를 타고 타이베이로 간다. 난 불행히도 여행 내내 대만 연휴랑 겹쳤다. 덕분에 줘잉역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표를 샀지만, 오래 줄을 선 터라 예정보다 50분 늦게 출발했다. 타이베이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 했으나 이미 일정이 늦어져 밥 먹을 시간이 없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초밥을 샀다. 의도치 않게 아침에 두 끼를 먹게 되었다. 한국 기차역에 주먹밥 팔듯이 대만에도 초밥을 역 가판대에서 팔고 있었다.

연휴인지라 지정석이 없다. 입석으로 가야 한다. 적어도 난 그렇게 알아 들었다. 그래서 난 아무 자리에 가 앉아 초밥에 간장까지 뿌려가며 먹고 있었다. 한두 개 먹었나? 중년의 일본 사람 두 명이 와서 자신의 자리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입석인데 왜 그쪽들 자리라는 거지?라는 생각도 잠시, 내가 대만 말을 못알아 들었을 거란 확률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내게 면박을 주긴커녕, 오히려 더 미안해했다. 어쨌거나 나는 떠나야 할 사람이므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덕분에 간장과 밀크티는 어디선가 흘러내렸다고 한다.

아무튼, 입석 자리는 다른 칸이었다. 일찍 와도 일찍 온 게 아닌 게 된지라, 나는 서서 가야 했다. 가는 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그게 싫어서 매의 눈로 남은 자리를 계속 찾으러 다녔다. 결국 좁은 삼 인석 중 가운데 자리를 앉아 갔다. 초밥은 어디서 먹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난다. 아마 서서 꿀떡꿀떡 삼켰을 듯.


타이베이 기차역 -> 단수이

타이베이 기차역에 도착했다. 숙소는 타이베이 기차역 근처였다. 그러나, 타이베이 기차역 입구가 많아 헤맸다. 지도상으로는 10분 안 되는 거리를 30분 걸려 갔다. 일정이 늦어지는 게 싫어 서둘러 짐을 두고 단수이로 향했다. MRT(지하철)을 타고 단수이로 향했다. 타이베이 기차역에서 단수이는 시간이 꽤 걸렸다. 약 40분 정도 걸렸는데 사람이 많아 서서 가야 했다. THSR에서 꾸역꾸역 앉은 건 잘한 일이었다.

홍마오청, 영국관사

단수이는 항구도시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지로 유명하다. MRT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좀 들어가면 홍마오청 앞에 내릴 수 있다. [홍마오청-영국 관사-진리대-담강중고교-소백궁] 이 코스로 구경했다. 담강중은 출입금지였다. 홍마오청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지은 요새라고 한다. 담수이 주민들이 네덜란드인을 붉은 털(홍마)이 있다 해서 홍마인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코스는 딱히 할 건 없고 둘러보면서 사진 찍으면 된다.

진리대학교, 담강중학교, 소백궁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 코스로 갔기 때문에 봤던 사람이 계속 보인다. 홍마오청 앞에서 혼자 온 한국인의 사진을 찍어주었다. 그리고 그 코스 끝날 때까지 서로 찍어주었다. 그 한국인과는 워런마터우까지 동행했다. 소백궁에서 워런마터우까지 걸어가는 건 꽤 시간이 걸리는데, 우린 공사 중이던 길로 빠지는 바람에 더 돌아가야 했다.

한 걸음 마다 사람이 있는 워런마터우
워런마터우->라오지에


워런마터우는 일몰로 유명하다. 우리는 일몰 시간에 맞춰 도착했고, 역시 사람은 많았다. 우린 서로 각자 일몰을 보기로 하고 헤어졌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페리 앞에서 마주쳐 함께 페리 줄을 기다렸다. 페리를 타면 라오지에(단수이 출발지)로 돌아간다. 원래는 페리를 타면서 일몰을 구경하려 했으나, 사람이 많아 줄 대기하는 동안 해가 져버렸다. 그동안 사람이 많아도 견딜만했지만 이때만큼은 무척 아쉬웠다. 강을 건너며 일몰을 보고 싶었는데.

우린 너무 걸어서인지 입맛이 없었다. 그래도 대왕 오징어 튀김은 눈길이 갔다. 양이 많아 둘이 나눠 먹었다. 이럴 때 동행자가 있다는 건 무척 즐거운 일이다. 유명 버블티 집 코코에도 갔다. 코코는 중국 살 때도 먹어서 그냥 내가 아는 맛이었다. 그래도 반갑다. 이런 길쭉한 음료 컵은 오랜만다.


다른 날보다도 분주히 움직였던 하루. 아침부터 늦어지고 실수하고, 평소 같았으면 이런 시작이 짜증 났을 것이다. 여행이라 허락되는 실패와 실수. 게다가 오래간만에 한국인을 만나 서로 도와주었다. 이게 혼행의 묘미지. 짧게 만나 이제는 얼굴도 기억 안나는 낯선 여행자와의 추억은 이렇게 기록되어 오래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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