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에 든 750ml 요거트라는 혁신.

혁신의 차이. 파괴적 혁신을 하기 좋은 조건. 현상 유지의 유혹.

by Mooner
20180222_딸기 담은 요구르트 750ml 4 bottles..jpg 1주일에 한 번씩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회사에서 내가 얼마나 이 제품을 많이 먹었는지 보여주기 위해서 쓰레기통 위에서 찍은 사진

2주 전까지 750ml 요구르트가 너무 맛있어서 하루에 1개를 먹기도 했다. 원체 유제품을 좋아했다. 우유와 요거트같은 유제품을 좋아하긴 하나, 슈퍼에서 파는 요거트는 대부분 떠 먹는 식이다.


20180306_Tipico Yogurt.jpg

위 사진 처럼 4개나 6개 단위 묶음으로 한 세트로 팔리는 양태(방식)가(이) 많다.

20180306_Atypical Yogurt.jpg 당을 첨가하지 않았다는 남양 유업의 불가리스 435g 용량도 있긴 했으나, 2013년 밀어내기 사건이 있었던 '남양유업'이라는 점이 걸린다.

떠 먹는 요구르트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요거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리는 아니다. 까페에 가면 프라푸치노나 시원한 음료로 요거트를 종종 시켜 먹으니 말이다. 처음 이 제품을 봤을 때는 혁신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마트가 ‘직접’ 제조에 관여한 것은 아니지만, 패키징에 대한 아이디어를 이마트가 기획해서 실질적인 제조만 서울 F&B에 맡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마치, Nike, Adidas, Abecrombie & Fitch와 같은 브랜드들이 옷 공장을 동남아시아 방글라데시와 같이 인건비가 저렴한 곳에서 생산 외주를 주는 것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3년 정도 전 즈음, 논산 한국 야구르트 공장에서 1달 정도 통역을 한 적이 있다. 덴마크에서 온 기술자들을 한국야구르트 엔지니어들과 통역을 했다. 요거트를 플라스틱 컵에 일정량 주입하는 기기들은 당연히 비싸다. 그런 기기를 매입한 회사 입장에서야 수익이 꾸준히 잘 나온다면, (변수들이 있겠지만) 최대한 안정적으로 수익을 가져가고 싶을 것이다. 새로운 혁신을 기피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생각나는 것은 2가지이다.


1. 기존에 가지고 있는 기기에서 나오는 제품을 구매 하는 소비자를 이탈 시키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동족 학살 (Cannibalization)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같은 회사 제품이 동일한 제품 시장 안에서 경쟁을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2. 혁신을 시도 했는데, 만약 실패한다면? 그 시간과 금전적 비용에 대한 부담.


아마 다른 요구르트 회사들은 기존에 매출을 안정적으로 가지고 있는 제품들이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하고 싶지 않은 것으로 판단 된다. 동족 학살을 하고 싶지도 않고, 혁신을 했는데 실패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다. 반면, 이마트는 요구르트 시장에서는 유통만 했던 회사이다. 유통을 하다 보면, 어떤 아이템을 어떻게 패키징 해서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들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얻을 지 알게 더 좋지 않을까?


결국 플랫폼을 손에 쥔 자가 애초에 유리한 게임인 것이다. 그러한 유리함을 바탕으로 시장에 혁신적인 제품/서비스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서 수익을 얻는 것.


조금 오래된 제품이긴 하지만, 달기 담은 요구르트 혁신의 수준이 2002년 미국에서 처음 접한 Gatrade 사의 Propel과 같은 기능성 물 음료를 처음 접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20180305 Propel image.jpg

당시만 해도, 난 물과 탄산 음료, 오렌지 주스 이 정도로만 음료의 종류가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기능성 물 음료는 신세계였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 비타민 워터가 첫 출시 된 게 2008년이라고 하니, 신 문물을 일찍도 접했네.


아무쪼록 No Brand의 이 750ml 딸기 담은 요구르트는 2주 정도 전까지만 해도 750ml를 하루에 한 개씩 먹을 정도로 많이 먹던 음료였다. 그러다가, 이 요구르트의 당함량이 우유의 2배라는 점을 깨닫고, 많이 먹으면 안되겠다는 판단을 지난 주 정도부터 했을까? 이제는 1주일에 한 개 정도만 먹으려고 조절 중이다.


일반적인 F&B 제조사들이 이마트의 PB 제품을 이기기가 참 고난 스럽게 보인다. 이마트는 저렴한 가성비 브랜드인 No Brand와 명품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Masstige 브랜드 피코크로 우선 양분되어 있다.


이러한 PB 상품들은 국내 최대 마트인 이마트에 자연스럽게 좋은 자리에 놓이게 되니, 가격이나 품질/혁신이나 여러 모로 쉬워 보이는 게 없다. 그런 측면에서,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까르보 붉닭볶음면과 같은 혁신적인 제품이 곽광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이마트에서 해당 제품의 카피캣 제품을 출시하면, 원 제조사는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 걸까? 유통회사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에서 강력한 파워를 가진 경우가 많다. (Ex, E-mart mall, 롯데마트몰 등) 결론은 ‘플랫폼이 깡패다’ 라고 할 수 있을 듯.


도덕적인 소비


유통업체의 자체적인 유통점, 자체 PB 제품을 사기 보다는, 슈퍼에 가서 일반 제품을 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PB 제품들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 보면 해외에서 OEM,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계약에 따라 상대편의 상표를 붙인 부품이나 완제품을 제조하여 공급하는, 일종의 하청부 생산) 해오는 제품이 많다. 딸기담는 요구르트의 경우에는 서울 F&B라는 국내 업체가 제조하지만, 냉동 블루베리는 칠레산, 해산물은 노르웨이 등등 뭐 많다. 혹자는 ‘그런 거 따지면 먹을 게 없습니다’ 할 수 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선에서 도덕적인 소비를 지향하고자 한다.

급하거나 여력이 안되면 하고 싶어도 못 할 테니 말이다. 마치, 스타트업 회사가 수평을 추구하지만, 급하면 소통 구조가 결국 탑 다운이 되는 식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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