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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er Sep 16. 2016

재택 근무를 하는 12년차 프로그래머 미국인과의 대화

근무 조건, 적자 생존의 치열함, 일자리 현황, 취업에 유리한 자격조건 

9월 14일 아틀란타 공항에서 출발해서 15일 인천에 도착하는 KE 035(?) 비행기 안에서, 필리핀에서 4주간 휴가를 보내려는 미국 사람과 기내에서 1시간 정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분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있는 미국 분으로 살결이 하얕다. 고향은 애틀란타이고 조지아 주 안에 있는 대학교를 졸업 했다.재택 근무를 한다고 한다. 그가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이유는 간부는 아니지만, 높은 직급으로 인해 서라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원한다면, 열심히 일해서 2시에도 일을 다 마치고 자유 시간을 누릴 수 있다고.


이 분의 재택 근무 이야기를 듣고 다소 흥분했다. 한국에서의 경우는 출산이나 신체적인 이유와 같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재택 근무가 어려우니 말이다. Nomad(유목민)적인 삶의 양식에 한껏 고취되어 있고 내가 한국 이곳저곳에서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3지역에서 파견 근무를 이 지역 저 지역 다니면서 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분의 지인 중 프로그래밍 프로젝트를 해외에서 하면서, 보수는 미국 $로 지불 받고, 삶은 해외에서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저절로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열망이 더욱 강해 진다. 본업인 프로그래밍을 하면서, 해외 이곳 저곳에서 산 경험을 모아서 이를 책으로 출판한 블로거도 있다고 한다. 자신도 만약 결혼을 하지 않았고, 아이가 없었다면 그렇게 살았을 텐데 라는 말에서 무언가 진한 아쉬움이 묻어 나오는 듯 했다.


이 분은 현재 회사에서 12년 동안 버티기 위해서, 열심히 본인의 업무 말고도, 이 업무 저 업무를 했다고 한다. 같은 업무만 하면 재미 없으니까. 같은 업무만 수 년 혹은 수십 년째 하는 사람을 두고 “Silo”라고 표현하더라. 싸일로는 커리어 측면에서 정체되어서 회사 입장에서는 어려워지면 정리해고 대상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고 한다. 무수한 사람들이 해고 당했던 상황에서 회사에서 버틴 사람이 소수이고 자신은 그 소수에 속한 것은 이 분의 역량이 탁월하지 않을까 짐작하게 한다.


미국과 한국의 유사한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 논했다. 미국에서도 역사학과 같은 전공을 가지고 석사나 박사를 해도 일자리를 구하는 데 도움이 안된다는 이야기. MBA 과정 을 마치고 이전보다 더 좋은 직장을 가진 다는 것은 10~20년 전에나 해당 된다는 이야기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이 분과 대화하면서 주의가 당부되었던 점은, 말하는 것을 원체 좋아하고 아직은 혈기가 왕성해서 그런 지, 1시간 정도 둘이서 대화가 지속되어서 그랬는지, 대화가 시작되었을 당시만 해도 이 분은 활력이 넘치셨으나, 1시간 정도 되어서는, 피곤하지 않냐고 대화를 마무리하고자 했다.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피로도가 올라갔고, 대화를 하면서 이 분의 안색에서 '나 피곤해'가 점점 더 진하게 느껴졌으나, 이 분과 대화하는 재미에 심취해서 그랬는지, 이 분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는지, 둘 다여서 그랬는지, 먼저 '피곤해 보이시는 데 추후에 유사한 내용을 가지고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요' 이렇게 마무리 하지 못한 게 아쉽다. SNS 상으로 추후에 소통을 위해서 나를 검색해서 친구를 추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렸으나 대화 당사자가 이를 굳이 이행하지는 않은 것을 보면 말이다.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의 반응이 더욱 세세히 오감을 기울여서, 이 사람이 나와 대화를 하는 게 즐거운 지, 피로도를 느끼지 않는 지와 같은 여부를 더 섬세하게 생각해 보아야겠다는 교훈을 얻게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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