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첫 유럽: Hallo, Deutschland

Ep.3 어학원 수업 시작 그리고 독일어의 무한 굴레

by 무늬무니

“Ich heiße Hyeji Moon, ich komme aus Südkorea.”


수업 첫날, 나를 소개하는 기본 문장 두 개였다.
내 이름과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그 두 문장은 결국 10년 동안 독일에서 외국인으로서의 나를 대신해 말해주는 문장이 되었다.


수업 첫날, 나는 시작 30분 전에 도착했다.
늦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무서웠다.

빈 교실에 혼자 앉아 있는데 심장이 괜히 더 크게 뛰었다.

텅 빈 교실에 어느 순간 처음 만나는 친구들이 들어오면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은 100% 독일어로 진행되었고, 회화 위주의 실용 수업에 맞춰 문법이 따라붙는 방식이었다.

입독한 지 3일 차.
독일어 초보인 나는 도저히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매 시간 “여긴 어디?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만 남았다.
숙제조차 이해가 되지 않아 같은 반 한국인 언니들에게 묻기도 했다.


아무것도 못 알아듣는 수업이었지만 결석은 하지 않았다.
이해는 못해도 출석은 했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자존심이었다.


“한국인과의 연결은 최소한. 무조건 독일어 사용.”


독일 초기, 내가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이었다.
무조건 독일어를 사용하겠다고.

어학원 수업에 점점 적응하고 3개월, 4개월이 지나자 문장은 길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말은 더 짧아졌다.

틀릴까 봐, 웃음거리가 될까 봐 나는 차라리 침묵하는 쪽을 선택했다.
말하지 않으면 틀릴 일도 없으니까.


이렇게 생활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너무 융통성 없이 살고 있는 건 아닐까.


어느 순간 문득 이런 고민이 들었다.

어학원에서 배운 것들을 밖에서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생각보다 말은 쉽게 나오지 않았다.

어렵게 꺼낸 독일어 한 문장에 돌아오는 대답이 영어일 때면

내가 애써 쌓은 용기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이런 상황은 나를 더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내 발음이 이상한 건가. 내가 독일어를 잘못 사용한 건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우울함만 남았다.


독일에 오기 전, 주변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이 있다.


절대 한국인들과 어울리지 마라.
무조건 독일인들과 이야기해라.
그리고 한식당에서 일하지 마라.


독일어를 늘리려면 독일인들과 많이 부딪혀야 한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어학원을 다니던 시절, 같은 반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클럽에도 가고,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나름 즐겁게 지냈다.
당시 한국인 친구라고는 과 선배와 동기뿐이었다.


입독한 지 반년이 지나고 1년 차가 되었을 때,
나의 독일어 실력은 여전히 A2 레벨에 머물러 있었다.


독일어는 내게 언어라기보다 벽에 가까웠다.
아무리 두드려도 쉽게 열리지 않는 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 벽을 넘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은 순간이 있었다.

그 이야기는,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에 꺼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