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입학 적응중입니다.
엄마, 나 학교 가기 싫어.
학교 입학 4일째,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식탁에 앉은 아들이 내뱉은 첫 마디.
이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
- 왜 아들, 학교 가기 많이 힘들어?
- 그냥 싫어, 싫어, 힘들어!!
습습후후, 진정 진정.
일단은 진정하고 꼭 안아준 다음에 살살 달래기 시작한다.
- 아들아, 학교 적응하기 힘들지? 맞아, 많이 힘들어... 엄마가 다 알지 그럼. 그래도 이렇게 잘 적응하니 얼마나 기특해.
엄만 진짜 우리 @@이가 대단한 것 같아. 이렇게 멋지게 학교도 잘 다니고 말이야.
그리고 있잖아. 학교는 네가 가기 싫다고 안 가도 되는 그런 곳은 아니야. 엄마가 직장에 나가서 일을 하는 것처럼 우리 @@이는 학교 가서 배우고 활동해야 하는 거야. 지금은 좀 힘들지만 이제 적응하고 친구들도 사귀면 좋아질거야. 알겠지? 조금만 힘 내자!
내일 주말이니까 내일 더 실컷 놀고 쉬자. 아이구 기특한 우리 아들.
정말.. 상전을 모시고 있는 중입니다.
애 아빠는 아들이 학교 가기 싫다는 소리에
- 혹시 누가 괴롭히는 친구 있니?
라는 헛소리나 해대고...
다행히,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은 애가 잠이 덜 깨서 한 말이었을 뿐, 그 이후에는 군말 없이 아침에 등교를 해서 마음을 한 시름 놓긴 했지만
아직도 그 말에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이다.
근데 사실, 입학한 학기 초가 참 힘들어 보인다. 사실 나도 겁나 힘들지만 아이들도 너무 힘들거다. 선생님이 올려주시는 알림장의 글들과 사진을 보니
아이들 사이즈에 딱 맞는 책상에 코로나 확산을 위한 투명 가림막이 설치되어 있다. 코로나 때문에 학교에서 신경써서 가림막을 설치해주신 것들이 참 고맙고 마음이 놓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가뜩이나 좁은 책상에 가림막까지 설치했으니 아이들이 이 책상에 앉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짝꿍 없이 혼자 단독으로 뚝뚝 떨어져 앉아 있는 덕분에..
이 역시 너무나 당연하지만, 아이들이 느끼기에는 지금 교실이라는 공간 자체가 참 뭐랄까... 더 낯설고 삭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교실에서는 지켜야 할 규칙들이 많고, 스스로 챙겨서 해야할 일들도 늘어났다.
시간 맞춰서 수업시간이 되면 자리에 앉아야 하고, 앉아서 선생님 말씀도 귀담이 들어야하고 책도 봐야하고, 하라는 것도 해야하고.... 또 점심시간이면 급식소에 가서 줄 서서 점심을 받아 먹어야되니 자기가 식판도 챙겨서 들어야 하고, 다 먹은 다음에 버리는 것도 스스로 해야하고, 급식할 때 하교할 때 줄 서는 연습도 해야 하고..
학교라는 집단은 여러 친구들이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보니, 그 안에서 원활한 생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질서, 규칙들이 당연히 필요한 곳이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학교라는 곳이 지식을 습득하는 역할도 물론 크지만, 그보다는 집단 생활에 어우러져 적응하는 사회생활기관의 역할이 훨씬 더 크다고 보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이제 꼬맹이 초등학교 1학년 친구들이 학교라는 첫 사회생활 무대에서 새롭게 적응하기 위해 규칙을 익히는 일들이 얼마나 힘들고 고단할까 싶다. 이렇게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아직까지 힘들다 투정 심하게 부리지 않고 적응을 잘 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그저 고맙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현재 코로나로 인해 수업 시간이 40분이고 쉬는 시간은 5분씩이다. 한참 친구들과 재잘재잘 놀고 쉬기에는 수업시간에 비해 5분이라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오죽하면 담임선생님께서 알림장에 '아이들이 5분 쉬는 시간이 좋다고 춤을 춥니다' 라고 써 주셨을까. 선생님의 이 멘트를 읽으면서, 열심히 애 쓰며 적응하는 아이들이 대견하기도 하고 참 안쓰럽기도 하고.. 마음이 찡해왔다.
맘 까페에 가 보면 '초1 아이 학교 가기 싫다고 울어요.' 와 같은 글들이 간간히 올라온다.
아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우리 1학년 꼬맹이. 그저 잘 하고 있다 응원해주며 마음을 더 읽어주고 어루만져줘야겠다. 방과 후나 주말에 충분히 쉬게 해 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줘야지 싶다.
지난 1주일간 처음 학교 다니며 적응하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 아들!
그리고.. 아직 쌩초보 1학년 엄마인 나도... 수고했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