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은 매일 밤 비슷한 시각에 똥을 눕니다.
기저귀를 떼고 화장실에서 똥을 누기 시작했을 때, 양쪽 겨드랑이를 잡아주었는데
그 버릇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 아직도 꼭 엄마나 아빠를 부릅니다.
조금 꾀를 부려 겨드랑이 대신 손을 잡을라 치면
직접 엄마의 손을 끌어 자신의 겨드랑이로 가져다 놓곤 합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쪼그린 채 마주 앉아 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겨드랑이를 받치고 있자니 다리가 제법 아픕니다.
아는 둥 마는 둥 린이는 화장실에서 더 쫑알거립니다.
"엄마 눈 속에 린이가 있네. 어, 봐 엄마,
여기 수도 꼭지에도 린이가 있어.
이거 린이 맞지?"
수도 꼭지에 비친 린이는 손가락 한 마디보다 더 작습니다.
"하나, 둘, 셋, (자신을 가리키며) 린이까지 하면 네 개야."
‘네 개야? 린아, 사람은 네 명이라고 하는 거야."
"그럼, 넉껄리는 엄마?"
넉껄리는 옆집 제이슨 네에 있는 개의 이름입니다.
"넉껄리는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야.
아고고고 엄마 다리 엄청 아파 린아."
"근데 엄마, 네팔말은 사람도 하나 둘 셋, 개도 하나 둘 셋이잖아."
이야기는 그렇게 그렇게 끝없이 흘러갑니다.
드디어 똥을 다 눈 린이가 일어났습니다.
이제 엉덩이를 씻길 차례입니다.
쌤통이다 녀석아, 어디 한 번 아파 봐라,
제법 닳은 비누를 모로 세워 엉덩이를 빡빡 문지릅니다.
"아프자나아!"
"엄마 아냐아, 비누가 그런 거지."
"그렇게 한 건 엄마잖아!"
아,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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