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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피

잠이 쏟아지는데도 빙빙 돌며 놀더니 그만 손을 다치고 말았습니다.

엄지와 검지 사이의 살점이 조금, 아주 조금 찢겼고 작은 핏방울이 금새 새나왔습니다.

린이는 경악을 합니다. 원래 엄살이 심한 편입니다. 피를 보자마자 놀라 자빠지는 시늉을 합니다.

한 번 울고 핏방울 한 번 보고 또 한 번 울고 또 한 번 봅니다.

호들갑스럽기가 짝이 없습니다.


"엄마, 빨리 밴드 발라 줘."

"알았어. 밴드 가져올게. 조금만 기다려. 근데 린아 많이 아파?"

"앙------"


이크, 괜히 물었습니다.

밴드를 붙이는 동안에도 손을 열 번은 더 뺀 거 같습니다.

린이는 얼굴이 벌개져서 난리도 아닙니다.


"린아, 아무래도 안정을 취하는 게 낫겠어. 저 이불 위에 이렇게 누워서 좀 쉬자."

"알겠어 엄마, 내가 너무 많이 아파서 쉬어야 되는 거야?"

"그래 그래 린아, 어서 눕자."


이불에 누워서도 린이는 훌쩍거립니다.

아픔을 넘어선 서러움의 흐느낌입니다.

어쩌겠나요. 저도 따라 우는 시늉을 합니다.

린이가 저를 힐끗거립니다.


"엄마, 울지마. 린이가 아프니까 엄마도 아파서 우는 거야?"

"흑흑흑 우리 린이가 아프니까 엄마도 아파서 눈물이 나오네."


저의 우는 시늉에 린이는 기분이 좀 나아졌는지 울다 웃다 합니다.

오모, 린이의 머리카락이 온통 헝클어져 있네요.

린이의 이마께 손을 가져 갑니다.

그 때, 린이 갑자기 울음을 멈춥니다. 

눈이 정말 말 그대로 땡그래졌습니다.

저도 따라 동공이 커집니다. 린아 왜?

 

"엄마아, .... 린이 이제 열도 나는 거야?"


아 하 하 하 하 하 하 하

저는 그만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린이는 더 크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 울음 소리가 얼마나 컸던지 다음날 아침, 앞집 청년이 

어제 린이한테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묻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거제도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간밤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엄마와 여동생이 아하하하 함께 웃는 소리가 커집니다.


"그러게, 린이가 누굴  닮아서 그런가. 아빠는 아닌 거 같고… 그러면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아,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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