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나를 어찌 다
눈 뜨자마자 옷 갈아입고 세수하고 앞집 쌈랏집에 부리나케 가는 이유는 바로 비스킷 때문이었습니다.
여긴 아침밥을 먹기 전에 간단하게 찌아와 비스킷을 먹곤 합니다.
아이들은 보통 우유를 마시기도 하는 데 린이는 우유는 잘 안 먹는데 비스킷은 무척 먹고 싶어 합니다.
아침 빈 속에 비스킷부터 채우면 결국 아침밥을 못 먹고 맙니다. 그래서 자주 내놓지는 않습니다.
오늘 아침은 묵은 배추김치를 씻어 참기름과 깨를 넣어 쌈밥을 만들었습니다.
하얀 접시에 김치쌈을 빙 둘러놓고 그 위에 린이가 좋아하는 고추장을 살짝 찍은 마른 멸치를 한 마리씩 얹었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린이를 깨우기엔 제리가 최고입니다.
'제리'라고 말하는 순간, 린이는 정말 두 눈을 딱 뜹니다.
제리부터 달라는 린이에게 할 일 -모기장을 걷고 이불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입고 세수를 하고 가방을 챙긴다-을 다 하고 식탁으로 오면 제리도 두 개 주겠다고 했기에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제리 두 개도 준비했습니다.
할 일을 시작하기 전 린은 비스킷과 새우깡도 함께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치쌈을 가장자리에 두고 그 안에 비스킷을 놓고 비스킷 위에 포도색 제리를 각 각 놓았습니다.
곁들여 새우깡도 몇 개 놓았더니 꽤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린이가 식탁에 앉으려는 찰나 제가 물었습니다.
"세수는 했니?"
아, 하면서 돌아나가 세수를 하고 들어온 린이는 그야말로 눈으로 먼저 먹는 듯했습니다.
음.. 뭐부터 먹지 하는 저 표정! 저도 제법 정성 들여 만들기도 만들었으니까요!
쌈 위의 고추장 묻힌 멸치를 날름 집어 먹곤 쌈밥을 먹기를 세 개 정도, 그리곤 제리를 집었습니다.
제리를 먹으려나 했더니 그 제리를 멸치에 갖다 댑니다. 끈적끈적한 제리에 오, 정말 멸치가 달라붙었습니다.
그렇게 제리에 멸치를 낚아(?) 멸치만 날름날름 먹은 뒤 비스킷도 먹고 새우깡도 거의 다 먹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건 새우깡과 비스킷과 제리가 각각 한 개.
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렸습니다.
'내가 너를 좀 알쥐~ 제리는 젤 마지막에 먹을 거지? 엄마가 알쥐, 우리 린이는 맛난 걸 젤 마지막에 먹는 거'
아뿔싸, 이번엔 린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날립니다.
그리고 엄마의 마음을 다 읽었다는 듯 새우깡, 비스킷, 제리를 한꺼번에 넣고는 우거적우거적 씹어 먹습니다.
그 표정은 다름 아닌 '네가 나를 어째 다 안다고 생각하시쥐~'였습니다.
"오늘 아침은 케이크 밥을 먹었네. 엄청 맛있게, 끄~억"
한 그릇을 깔끔하게 비우고 나가면서 하신 그 한마디가 그나마 조금 위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