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였어?

최 린 구릉의 마음 3



학교에 가서 린이를 데리고 바로 은행으로 갔습니다. 여긴 번호표가 따로 없어서 줄을 쭉 서서 기다려야 합니다. 린이는 쓰레기통을 찾아 다 먹은 사탕의 막대를 버리고도 이리저리 돌아다니더니 한쪽에 있던 소파로 가 앉기도 했습니다. 좀 기다린 끝에 거의 제 차례가 되었고 저는 린이에게 절대 문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주의를 다시 한번 주었습니다. 린이는 소파에 앉은 채 알겠다는 시늉을 했습니다.


한국에서 한 번, 슈퍼에서 잠깐 사이에 린이를 잃어버릴 뻔했습니다. 먹고 싶은 걸 찾으러 슈퍼 안쪽으로 간 린이가 안 나오길래 저는 또 린이를 부르러 들어간 게 그만 린이와 저의 길이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그 엇갈린 시간은 정말 길어야 십 초였을 겁니다. 슈퍼 안을 다 뒤지고도 린이가 안 보여 저는 혼비백산한 채 슈퍼 앞 골목에 대고 린이 이름을 고래고래 불렀습니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진땀이 납니다. 다행히 린이가 뛰어가는 모습이 보였고 린이도 제 소리를 듣고 멈췄습니다. 저는 린이가 놀랄까 봐 꼭 안아준 다음, 손을 잡고 집으로 갔습니다. 린이는 그때, 엄마가 혼자 집에 가버린 줄 알고 자기도 뛰어서 집으로 가려고 했다고 합니다. 세상에, 하마터면 아이를 잃어버릴 뻔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람 많은 곳에 가면 바짝 긴장이 됩니다.

한 번 잃어버리면 되찾기가 얼마나 힘들던가요.


잠깐, 은행원의 손놀림을 보다가 다시 린이를 보았을 때, 어느새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숙제를 하고 있었습니다.

요사이 린이의 글씨가 괴발개발이며 친구들과 장난이 너무 심하다며 선생님은 걱정을 하셨지만 저는 저으기 안심이 되었습니다. 글씨야 놀러 나가고 싶으니 숙제를 단숨에 하느라 그런 것이고 친구들과 장난을 칠 만큼 린이의 네팔 생활이 여러 모로 편해진 거 같아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생각보다 은행일이 빨리 끝나 린이는 한 장도 채 못 적고 필통과 책을 챙겨야 했지만 저는 그렇게 알아서 탁자 위에 공책을 꺼내 펼치고 혼자 열중하는 린이의 모습이 좀 새로워 보였습니다.

기다리는 일은 때론 지루하기도 하지요. 그때 칭얼거리거나 매달리지 않고 그 틈에 스스로 뭔가 할 일을 찾아낸다는 것, 또 괴발개발이긴 하나 린에겐 숙제가 엄청하기 싫은 과제라기보다 하나의 놀이 같아 좋아 보였습니다.


20190329_091649(0).jpg <친구들과 까롬볼을 놀아요. 염, 린, 쌈랏>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맛난 가락국수 같은 사진이 붙은 카자 집-간식 집-에 들렀습니다.

티베트 사람들이 먹는 따듯한 국물이 있는 뚝바가 꼭 가락국수 같습니다.

제가 뚝바를 주문하자 린이는 치킨 햄버거와 치킨 소시지 튀김을 알아서 주문했습니다.

음식이 나올 동안 린이는 또 가방에서 공책을 꺼내 바닷 동물 이름 쓰기 숙제를 하더니 다 끝냅니다.

그런 다음 소시지 튀김을 맛나게 먹더니 불쑥 그 꼬치를 제게 내밀었습니다.


"왜?"

"엄마가 먹고 싶어 하는 거 같아서"


그냥 먹으면 될 것을 한 술 더 뜨기를 좋아하는 저는 또 묻고 맙니다.


"먹고 싶어 하는 엄마 마음이 보였어?"

"아니 그냥 알았어. 그리고 마음은 안 보이는 거야."


저는 더 묻지 않고 소시지를 맛있게 받아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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