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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Jul 23. 2024

고양이와 병원에 다녀오다.

이름은 칠월이

아. 어렵다.


고양이가 너무 애기라서 그런가.


고양이 문외한이랑 너무 애기 고양이란 만나서 그런가. 그냥 분유 잘 주고 소변 대변 잘 보게 하면 잘 성장할 줄 알았다.


문제는 '변비'다.


애기들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야 건강하듯이, 고양이도 잘 먹고 잘 자고 잘싸....야 하는데 잘싸..에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지난 목요일 대변을 본 후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오늘까지 소변은 모래에 가서 잘 싸는데 아직까지 대변은 발견하지 못했다.


문질 문질 배도 마사지해 주고 항문도 톡톡 두드려도 소식이 없다.


아. 기술이 부족한가. 하루종일 칠월이 대변보길 기다렸는데 감감무소식이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집 앞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새로 개원한 곳이라 정말 깔끔하다. 고양이 담당은 여수의사님이신데 너무너무 어려 보이신다.


순간 학부모 모드가 발동해 좀 더 연륜 있는 의사 선생님을 찾아야 되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왔으니 진료를 보기로 했다.


그동안 컸는지 260g이다. 저번보다 크긴 했지만 많이 큰 건 아니라고 하신다. 엑스레이도 찍고 검진도 했다.  폐가 깨끗하지 않다고 한다. 이런. 이건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오늘 대변을 볼 것 같다고 하신다. 오늘 잘 나오기를...


일단 분유는 중지하고 키튼 사료를 주라고 해서 몇 개 사 왔다. 좀 더 많이 먹여서 항문 주변의 대변이 나와야 한다.


예방접종 전까지 최대한 조심하고 아픈지 잘 보라고 하신다. 토하는지 힘이 없는지 등...


새로운 지식이다.  고양이 사료 종류가 다양한지 몰랐다. 고양이 모래도 진짜 여러 가지다. 너무 많으니 도통 더 모르겠다.


나같이 섬세하지 않고 단순한 사람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기 고양이라 어려운 것 같다.


어미고양이들은 새끼가 잘 성장하도록 계속 새끼들을 핥아 주니까 배설을 잘하는 것이다. 어미의 보살핌을 못 받은 칠월이는 저리 배변 하는 것도 어렵다.


아기 때만이라도 어미의 보살핌을 받았다면 잘 성장했을 텐데...


나는 아홉 살까지 엄마의 보살핌을 잘 받았다. 보육교사가 되려고 유아교육을 공부한 적이 있는데 그때 인간의 어린 시절 보살핌이 평생의 애착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다. 특히 36개월까지 주양육자와의 관계는 더욱 그렇다.

 

아기가 울면 반응해 주고 기저귀가 불편하면 해결해 주고 이런 것들이 세상에 대한 신뢰와 엄마와의 애착형성에 중요하다.


엄마가 나를 아기 때 사랑해 줘서 그 힘으로, 엄마가 없어도 세상의 고난을 잘 헤쳐나갔다.


나는 어릴 때 왠지 모를 나에 대한 자존감이 높았다. 지금도 그렇다. 번아웃이 와서 아프기 전까지 세상 어려운 게 별로 없었다. 씩씩하게 잘 헤쳐나갔었다.


다. 엄마 덕분이다.


칠월이는 엄마가 없다. 대변도 어렵게 싸야 한다.


솜씨 없는 내가 문지르니 안 나온다. 제발 오늘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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