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이를 쓰다듬고 즐겁게 노는 중이었다. 간질간질 등도 쓰다듬고 서로 즐겁게 노는 중이었다, 내 손도 핥아주고 서로 재밌었다.
저번에 얘기했듯 나는 좀 동작이 호들갑스러운 사람이다. 손으로 놀다가 내가 손을 좀 예측하지 못하게 움직였나 보다. 위험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칠월이가 나뒹굴면서 놀라는 목소리를 낸다.
그러더니 나와 거리를 두더니 내 쪽을 바라본다.
억울했다.
'우리 사이 좋았잖아.'
동작이 호들갑스러울 뿐이었는데 그것이 우리의 '신뢰'를 일순간에 깨버린 것이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서는 정말 나를 한참을 바라본다. 정확하게 나와 눈을 맞추고 꾸짖듯이 한참을 바라본다. 지그시 아무 소리 없이 뚫어져라 바라본다.
'내가 잘못한 게 뭐지?' 순간적으로 움찔한다. 고양이의 강렬한 눈빛에 제압당한 기분이 든다.
몇 주 전의 그 작은 잠만 자던 작은 생명체가 아니다.
내가 더 움찔하고 깜짝 놀랐다.
나는 요새 기가 아예 없는데 고양이 기에 눌렸다.
그새 쌓은 신뢰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