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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Aug 02. 2024

나도 고양이가 됐다.

이름은 칠월이

나는 관심 종자다.


나는 어디 가든 주목을 받는 편이다. 예뻐서도 아니고 매력이 철철 넘쳐서도 아니다. 그냥 희한하게 어느 단체를 가든 모임을 가든 존재감 뿜뿜이다.


이건 자랑이 아니고 좀 요란스러운 사람이란 뜻이다. 목소리도 크고 언행도 요란하니 어디 가서 든 주목을 받는다. 나는 이런 관심이 나쁘지 않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얌전하게 아무 주목도 받지 않는 게 더 재미없다.


나는 왜 그런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생각해 보니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많은 세월을 둘이 살았다. 아버지는 하루종일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무얼 물어보거나 볼일이 있어 '아버지'하고 부르면 당최 대답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내가 학교에서 공부를 잘해서 상장을 타와도 묵묵부답, 졸업식 입학식에도 아무도 없고 그저 나는 혼자인 아이였다. 집에서는 그야말로 무생물, 가구 같은 아이였다.

 

그러니 나는 그것을 보충하려고 잠재의식이 발동했는지 어디서든 주인공이나, 중심이 되길 바랐다. 남들을 웃기고 사람들이 반응하면 쾌감이 느껴졌다. 가족에서의 무가치함이 나의 인정받고 싶은 욕구로 발현되었다.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 DNA에 연예인 기질이 있는 것도 같다.


지금은 조금은 그런 것에서 자유로워졌다. 왜냐면 체력과 건강이 안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누구를 재밌게 하거나 중심이 되는 게 피곤하다. 나이 들었다. 에너지가 없다.


오늘은 서론이 길었다. 암튼 관심종자 DNA인데 고양이가 온 것이다.


아주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를 쳐다본다. 몇 분이고 나를 쳐다본다. 고양이의 관심은 온통 나를 향해있다. 목을 꼿꼿이 세우고 대각선이 됐든, 직진이 됐든 나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내가 비록 주목받는 것을 좋아해도 이런 과도한 관심은 부담스럽다. 티브이를 보다가도 샤워하고 몸을 닦다가도 고양이의 시선을 느끼면 화들짝 놀란다.


'너 언제부터 쳐다본 거니?'


고양이가 와서 또 달라진 것은 고양이가 자는 시간에 나도 같이 잔다. 고양이가 거실에서 잠이 들면 믹서나 그릇을 달그락거려 깨울까 봐 같이 잔다. 처음엔 '나. 너무 게으른가?'라고 생각했는데 잘한 것 같다.


왜냐면 우리 가족은 밤에 이야기 나누고 저녁 먹고 떠드는 것을 좋아하는데 낮에 부지런 떨고 이것저것 했다가는 그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가 없다. 그러니 낮에 고양이랑 같이 자고 체력을 보충하고 식구들을 맞이하는 게 낫다.


고양이의 삶도 괜찮은 것 같다. 처음에는 친구도 없고 밖에도 못 나가니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집이라는 공간에서 집안 곳곳을 탐색하고 가족이랑 소통한다.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는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고 고고하게 있어도 그냥 귀염 받는다.


나도 애쓰지 않고 집안에서 고고하고 고요하게 살아본다. 내가 관심 두어야 할 가족을 바라보면서 체력도 보충하면서 세상의 관심과 욕심은 내려놓는다.


나도 고양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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