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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Jul 31. 2024

고양이 예방접종

이름은 칠월이

어제 칠월이 예방접종을 다녀왔다. 총 세 번이니 앞으로 두 번만 가면 된다.


너무 어린 아기로 우리 집에 와서 한고비 한고비 넘고 있다. 배변도 모래에 따박따박 잘하고 신통방통이다. 오른쪽 귀 상처도 아주 잘 낫고 있다. 이제 깨어서  노는 시간도 제법 된다.


놀아달라고 쫄쫄 쫓아다니는 칠월이.


얼마나 배를 보이고 한참을 노는지 모른다. 셋째가 방학이라 하루종일 붙어 있으니 어디 가든 따라다닌다. 강아지 같다.


뭔가 고양이 몸이 안정되 가는 것이 느껴진다. 새록새록 신기하다.


내가 고양이를 키우다니....


어째 이런 고양이가 왔는지 모르겠다.


셋째는 너무너무 행복해한다. 아주 사랑으로 귀여워해준다.


나는 고양이를 키우며 한 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왜 진작 이 어린 동물과의 교감을 알지 못했을까.'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아주 아주 외로움을 잘 타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랑 살며 망망대해에 혼자 내버려진 느낌으로 평생 살았다.


그런데 고양이를 키우니 뭔지 모르겠는데 외로움이 많이 덜어진다. 이 작은 생명체가 뭐라고... 나에게 특별히 무언가 해주는 것은 없는데 존재 자체가 힘이 된다.


그냥 옆에서 그루밍하고 나랑 장난치고, 내 옆에 조용히 편안히 있는다. 그게 다다. 배고프면 사료 주면 되고 진짜 별개 없다. 그런데 왜 기분이 좋은지 모르겠다.


셋째한테 고양이가 왜 좋으니 물으니 "싸우지 않잖아." 한다.


그동안 인간들과의 싸움이 힘들었었나 보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누군가와 다투는 일에 많이 지쳤던 모양이다.


그동안 작은 일로 셋째에게 툴툴거리고 독설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 조금 더 친절해야겠다.


오늘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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