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일어 난 일이다.
부지불식간에 일어 난 일이다.
나는 거실에서 아침밥을 먹으면서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박명수랑 서경석이 나와서 재밌게 얘기하길래 빠져서 보고 있었다.
나는 평소에 동작이 조심스럽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성격이다. 얌전하지 않다. 설거지할 때도 그릇과 컵을 수시로 깨먹는 사람이다. 차분함과는 거리가 멀다.
밥을 다 먹고 그릇을 갖다 놓으려고 일어나는 순간이었다. 발을 호들갑스럽게 움직이다가 칠월이와 내발이 엉켜서 칠월이가 나가떨어졌다. 왜 마디 비명을 지르며 순식간에 도망가는 칠월이다. 칠월이가 어느새 내 발 밑에 와 있었던 것을 까맣게 몰랐다가 일어 난 일이다.
나는 너무 놀랐다. 내발이 가해자가 된 것이다. 놀란 칠월이를 달래주러 거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칠월이를 찾아다녔다. 칠월이가 보이지 않는다.
칠월이가 많이 놀랐는지 꽁꽁 숨은 것 같다. 칠월이가 내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란 것을 모를 텐데...
사람이라면 사과라도 할 텐데.. 고양이다.. 거실 커튼을 젖혀보니 칠월이가 있다.
칠월아 부르니 내 손으로 들어온다. 소중하게 쓰다듬으며 알아듣든지 말든지 사과를 한다. 내려놓고 한참을 있다가 또 안아서 쓰다듬어줬다.
아기고양이를 키우며 주의사항 중에 발 밑에 어느새 고양이가 와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나는 항상 발 밑을 확인하고는 했는데 잠시 정신줄을 놓았던 것이다.
칠월이가 오해 안 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샤워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었는데 어느새 내 발 밑에서 쳐다보고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두 번째 놀랐다.
고양이 키우며 고양이 털이 제일 문제라고 했는데. 나의 조심성 없는 호들갑스러운 성격이 '복병'이다.
아직도 아까 칠월이가 소리 질렀던 소리가 들린다. 그런 소리가 나 올 줄 몰랐다. 고양이도 고통의 소리를 낼 수 있구나.
더욱더욱 주의해야 한다. 아니 내가 거실에 있을 때는 칠월이와 같이 있지 말아야겠다. 미치겠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