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희한한 일이 발생했다.
내가 '요즘 뜨는 브런치북' 일등을 한 것이다.
브런치북을 연재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갑자기 '똭' 일등을 한 것이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대체 왜지?'
요즘 뜨는 브런치북은 스무 편가량 선보이는데, 나는 19등도 아니고 20등도 아니고 갑자기 2등을 며칠 하더니 딱 일등을 한 것이다.
올라가는 단계가 아예 없이 일등을 한 것이다.
도대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좋기는 한데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든다.
'왜지?'
'갑자기 왜'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을 때는 금메달을 딴 것처럼 뛸 듯이 기뻤는데 이번에는 마냥 기쁘지가 않았다. 왜냐면 이건 거품이 많다는 생각에 운이 왕창 작용한 거니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이다.
나는 내가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아니 양심상 동네, 아니면 학창 시절에 글짓기 상을 받은 적은 있으니까 동네에서 주름 좀 잡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여기는 브런치다. 글을 좀 쓴다 하는 작가들의 집합소이다. 여기서 잠시라도 무언가로 일등 할 거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내가 나를 너무 과소 평가했나?'
그렇게 의심이 들었다..
나는 그 이유를 분석하고 싶었다. 그래야 안심하고 일등을 즐길 수 있으니까.
우선 내 글에, 댓글을 분석했다. 공통적으로 달린 댓글의 내용은 이렇다.
'재밌어요.'
'필력이 좋아요.'
'글이 술술 잘 읽혀요.'
'다음이 궁금해요.'
이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에 필명을 필력으로 지었는데 나의 글의 어떤 점이 필력이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나는 자꾸 궁금증이 해소되지 않아 구독률이 높은 다른 작가들의 글을 폭풍처럼 읽어보았다. 역시나 구독률이 좋은 만큼 통통 튀고 세련된 글솜씨가 대부분이다. 충분히 구독률이 많을 만한 글들이다.
나는 아닌데... 세련된 글도 아니고 오히려 정제되지 않고 아무 기교도 없이 의식의 흐름대로 쓴 글이다. 그런데 갑자기 일등은 너무하다. 도대체 왜? 일등은 너무 빠르다. 나는 다른 작가들의 분석을 그만두고 나의 글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작가가 글을 쓴 후에, 자기가 쓴 글을 분석하는 것이다.
내 브런치북을 분석하고 나름의 일등을 한 요인을 찾아내었다.
첫 번째는 강력한 에피소드의 힘이다.
독특한 나의 경험이 이미 반은 먹고 들어 간 것이다.
두 번째는 매회 에피소드가 다르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브런치 글들은 하나의 줄기로 에피소드가 흐르는데 나는 매회 연관성이 없는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지루 할 틈이 없는 거다. 이것은 나의 성격과 관련이 있다. 나는 똑같은 내용을 풀어서 20회까지 쓴다면 너무 재미없다. 그러니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쓰게 된 것이다.
세 번째는 나는 설명이 많이 생략되어 있다. 불필요한 나의 생각의 전개를 많이 안 썼다.
이것도 지루함을 싫어하는 나의 성격에서 기인한 것이다. 내가 읽고 싶은 쉬운 글을 쓴 것이다.
여기까지 분석하였다.
아. 그래도 이상하다. 도대체 천지가 개벽할 노릇이다.
* 이 글을 쓴 다음 날 바로 순위에서 내려왔다. 혹시 브런치에 CCTV가 달렸나? 내가 교만해지려는 그 때 딱 순위에서 내려오네. 절로 겸손 해지는 중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글쓰는 것에 집중해야겠다.
* 이 글은 8월달에 썼던 글인데 발행 취소했다가 다시 발행했어요. 발행 취소하면 댓글들이 없어져서 아까워서 다시 발행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