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시름과 가정의 고통이 있어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얼굴이 노안이었다. 특히 6학년 때 모습은 정말 정말 못생겼다.
위로 네 살 터울의 오빠는 나를 항상 '메주 '또는 '옥돌매(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라고 불렀다. 정말 듣기 싫었는데 어릴 때의 세뇌의 효과(?) 인지 나는 평생 내 얼굴이 싫었다. 얼굴을 비롯해 굵은 안경테, 촌스러운 이름까지 나는 항상 내 모습에 자신감이 없었다.
6학년 때 졸업앨범사진은 남편한테도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흑역사가 있다. 커트 머리에 굵은 안경테에 남자애들 수염처럼 검은 잔털이 나있었다. 더구나 내 사진은 여자그룹이 아닌 남자 그룹에 있었다. 사진사 아저씨가 실수를 했던 모양이다. 아무리 보아도 남자로 보였었나 보다. 그래도 이름에 '순'자가 들어가 있는데 너무 한 거 아닌가. 한동안 속상했었다.
옛날 싸이월드에 우리 학교 졸업 사진이 올려져 있었는데 또다시 그 사진을 발견하고 너무 놀랐다. 내가 아는 사람 아무도 안보길 바랬다. 나는 성격이 활발한 반면에 이런 외모 자신감이 없어서 제대로 된 연애도 해보지 못하고 남편을 만났다. 자기 자신을 잘 알고 꾸미거나 스타일링할 줄도 몰라 나의 이십 대 삼십 대는 전부 이쁜 사진이 없다. 그때 노안이라서 그런지 지금 모습이랑 똑같다
지금은 괜찮다. 지금은 착하게 늙어가는 내 얼굴이 좋다. 적당히 주름지고 어디에선가 본 듯한 친근한 얼굴이다.
나를 처음 만나는 사람 중에 간혹 가다 아주 아주 진지한 모습으로, 늘 비슷한 질문을 할 때가 많다.
"혹시.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지 않아요?"
"우리 아는 사이 같은데요."
"저 아시지요?"
이런 질문들을 아주 아주 확신에 차서 물어볼 때가 많다.
너무너무 진지하게 물어보니 나도 상대방 얼굴을 한참을 보지만 오늘 처음 만난 경우가 많다. 남자들이 꼬시려고 하는 멘트인데 나는 이런 소리를 아줌마들한테 수두룩 빽빽으로 듣는다.
아마 내 얼굴이 흔하디 흔하고 친근해서 그런가 보다고 긍정의 회로를 돌린다. 그런 질문에 내가 항상 하는 대답이 있다.
"당신이 아는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 아니고 좋은 사람이면 좋겠네요."
그러면 또 공통적으로 대답이 돌아온다.
"예전 친구인데 참 착하고 공부를 잘했어요."
"동창생 중에 있었는데 그 친구는 모범생에 교수가 됐어요."
이런다. 그러면 나는 생각한다.
'아. 나 같은 몽타주(?)의 사람은 거의 착하고 모범생이구만.'
그러면 누군가 나와 얼굴이 비슷한 그 사람에게 먹칠(?)을 하지 않으려면 착하게 살고 사기 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자유로운 영혼에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지만 어쨌든 누군가 학구적(?)인 사람을 닮았으니 기분이 나쁘지 않다.
그래서 최근 들어 내 얼굴이 좋아진 것이다. 너무 살찌지도 않아서 몸매도 그럭저럭 옷으로 카바가 된다. 다만 뱃살은 좀 많이 커버해야 하지만..
나는 요새 내 모습이 마음에 든다. 참 옷을 지지리도 이쁘게 못 입었는데 지금은 과하지 않게 꾸밀 줄도 알고 수수한 내 모습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