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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Oct 07. 2024

내가 제일 못했던 '거절하기'

아직도 어렵다.

나는 거절을 잘 못해서 항상 문제가 많았다. 제일 중요하고 못하는 부분이다.


나는 오늘 휴식을 취하고 싶은데 누군가 나랑 놀고 싶어 전화하면 나의 휴식을 포기하고 놀아주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휴식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힘이 없으니 공연히 귀찮게 하는 아이들한테 화를 내곤 했다.


아침에 학교에 데려다 달라는 아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을 못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나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거절을 잘하고 산다. 나도 사람들이 거절해도 개의치 않는다. 그런데 나는 유독 사람들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할까.


이유를 분석해 보았다.


나는 상대방을 편하게 해 주려, 배려한답시고 나를 희생시킨 것이다. 나의 마음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이나 욕구가 먼저 보인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인정욕구의 충족이다.  내가 거절하면 인정을 못 받을 것이라는 헛된 짐작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거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대에게 계속 거절하는 에너지를 못쓴다. 집요하고 끈질기게 계속 밀어붙이는 상대를 대적할 힘이 없는 것이다. 그러니 그냥 해주고 마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냥 해주고 말지.'가 된다.


이런 일에는 부작용이 많다. 우선 나는 내가 거절을 안 해서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인데, 자꾸 그 사람에 대한 싫음이 생긴다. 그리고는 그 당사자를 자주 만나지 않던가 피하게 된다. 상대방은 영문도 모르고 나에게 홀대받는 꼴이 된 것이다.


나는 '알아서 나를 배려해 주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하지만 알아서는 없다. 정확하게 거절을 하지 않은 내 탓이다.


사람들과 한식뷔페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그곳은 라면을 자유롭게 끓여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 나는 이미 배불리 먹어 라면을 먹을 생각이 없었다.


A는 직접 라면을 끓여 와서는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세팅했다.  그리고는 사람들과 나에게 라면을 먹으라고 권했다. 사람들은 A의 수고에 환호하고 라면을 먹었다. 나는 먹기 싫었다. 몇 번을 거절했다.  거듭된 거절에도 자꾸 권유하는 A다.


A는 내쪽에 라면을 한 접시 담아 건네며 말한다.


"야. 그냥 먹어 둬."


배부른데 라면을 먹으면 체하는 몸뚱이다. 사람을 살뜰히 챙기는 A의 호의가 보이니 끝내 거절을 못했다. 결국은 약간의 강압에 먹긴 먹었다. 그런데 기분이 나빴다.  


'아이. 먹기 싫은데.'

'좋은 마음인데 그냥 먹어 두자.'


두 가지 마음이 왔다 갔다 했다. 내가 거절을 잘했으면 될 일이다. 거절하는 에너지를 쓰기 싫어 편하게 하려다. 기분만 나빠진 것이다.


결국에는 그 모임에는 나가지 않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나는 그때 거절 할 힘이 없는 사람이었고, 거절이 익숙하지 않았다. 내가 선택한 방법은 더 이상 그 모임을 나가지 않기로 한 것이다. 비슷한 일이 몇 번 쌓이니 그렇게 됐다.


내가 거절을 잘했다면 어땠을까.


거절을 잘 못하면 무슨 일이 발생할까.


거절과 비폭력 대화는 무슨 연관성이 있을까.


상대방에게 거절 못해서 쌓였던 나의 힘듦이 상대방에 대한 싫은 마일리지로 차곡차곡 쌓였다.


모든 상황에 기피하게 만든다. 이것은 나만 아는 것이니 상대방은 영문을 모르고 나에게 미움을 받는 꼴이 된다.


알아서 나를 살피고 나를 배려하는 사람들은 자주 만나고 사이가 아주 좋다. 그런데 의외로 나를 살피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말해줘야 한다. 나의 불편한 부분을...  거절도 그의 한 부분인 것이다.


나는 지금 거절을 아주 잘한다. 올해부터 한 번씩 시도하면서 쌓여가니 이제 잘한다.


속이 너무너무 편하다. 얼마나 편한지 모른다.

그동안 왜 안 했을까 싶다.

 

만약 내가 거절했다고 해서 상대방이 떠나갔다면 그건 그 사람의 개인적인 문제이다. 언젠간 일어날 일이다. 나 또한 상대방의 거절에 쿨하게 반응할 수 있다.


거절을 못하고 다해주다가 '이렇게 까지 해줬는데 네가 나한테 이 정도밖에 안 해?'라고 억울함이 생길 수 있다.


안 해주면 된다. 안 해주면 된다.  서운 할 것도 없다.


상대방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이기적이게 세팅된 사람들이 자신이 누리던 편리함을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해 내야 나도 살고, 상대방도 나랑 같이 더불어 오래오래 살 수 있다.


나는 이런 것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하겠지만 나는 그랬다.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나의 욕구를 무시해서, 우선순위에 두지 않아서, 거절하지 못하는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나의 욕구를 알고 그것을 충족시키려는 것의 일환으로 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올해부터 한 번 하기 시작했고 그 한 번을 넘어서니  두 번 세 번 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절은 참 힘들다.  그래도 거절하고 난 후의 후련함을 맛보았기 때문에 꼭 꼭 해야만 한다.


나를 살리려면 꼭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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