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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력 Sep 30. 2024

스트레스, 전염,  마이웨이

느낌 알아내기

나는 복지관에 있는 발달장애인에게 캘리그래피를 가르친다. 우리 교실에서의 수업은 처음 한 달이 제일 힘들었다.


새로운 선생님이 와서 그랬는지 수업  분위기가 기복이 있었다. 어떤 날은 원활하게 수업이 진행되어 편하다. 어떤 날은 이상하게 진행이 안되고 다들 산만한 날이 있다. 이런 날은 두배로 힘들다.


발달 장애우들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드러내니 교실의 변화를 잘 파악할 수 있다.


누군가 한 사람이 기분이 나쁘거나 흥분된 상태이면 희한하게 옆 테이블의 사람들 중 누군가는 불안해했다. 제법 멀리 떨어진 테이블의 사람들도 그런다.


귀를 감싸 안고 불편한 감정을 표현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불안함 때문이다. 유쾌하지 않은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원격으로 전염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수업을 진행한 지 8개월째이다. 비교적 원활하게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옆친구의 부정적 감정이 있는 날도 수업이 잘 진행된다. 다들 의식은 하지만, 그런 친구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랑 캘리그래피 수업을 잘 진행해 나간다.


대단한 발전이다.


최근에 자폐 친구가 들어왔는데 맘에 안 들면 소리도 지르고 자기 손을 물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다들 불안해 했을 텐데, 무시하고 나랑 캘리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대단한 발전이다.


나도 비교적 안심하고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이 친구들을 보며 내 모습이 보인다. 내가 그런다. 가까운 누군가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면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모습. 감정이 동요되고 전염되어 아무것도 못한다.


내가 그랬다. 부정적 감정의 전염을 감당하지 못했다.  주변의 부정적 감정은 전쟁 태세를 추라는 신호 같았다.


그러다 보니 나는 마음속의 많은 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루지 못한 것이다.  


글 쓰는 것, 대학에 가고 싶은 것,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 직장에서의 성취등 내가 가진 꿈들이 날개를 펴지 못하고 브레이크에 걸리는 것이다.


묵묵히 걸어가지 못했다. 전염된 스트레스를 걷어내지 못했던 것이다.


복지관친구들을 보며 나도 그렇게 바뀔 수 있을까 생각한다. 주변에 누군가 불행해하면 같이 아프다.


비폭력 대화를 배우고 나는 나를 들여다보게 됐다. 조금씩 회복되었다.


몸이 받는 극심한 스트레스도 예전에는 무뎠는데 이제는 온몸이 말해준다.


그럴 때 생각한다. 나의 감정은 어떤지 생각한다.


'불안하다, 걱정된다, 무섭다.' 느낌 단어를 생각해 낸다.


'아. 나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구나.'생각한다.


스트레스는 나에게 가족들 밥을 차리는 힘을 뺏고, 공부하는 힘을 뺏고, 글을 쓰는 힘을 뺏는다.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아프다.


우선순위가 바뀌는 것이다.


1. 스트레스

2. 걱정

3. 불안


나는 스트레스를 받은 나를 인지하고 다른 것으로 바꾼다.


1. 글 쓰기

2. 캘리 연습

3. 공부


애써 바꾼다. 획기적으로 좋아지진 않지만 무언가를 해 나가긴 한다.


그야말로 스트레스와 멀어져 마이웨이를 하는 것이다. 옆친구가 그러거나 말거나 복지관 친구들처럼 자기 일에 열중하는 마이웨이를 가기로 하는 것이다.


나의 마음의 느낌을 들여다보고 느낌단어를 떠올리고 인지하는 것이 비폭력 대화이다.  그것 만으로도, 나의 감정을 명확하게 알지 못해 저지르는 부정적 감정의 도미노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안갯속의 나의 감정을 인지하고 주변의 부정적 감정의 전염을 멈춘다.  그것이 되니 주변의 잡음에서 멀어져 마이웨이도 가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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