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실습
이건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다.
나는 지금 사회복지 실습을 하고 있다. 이곳은 어르신들이 낮에 오셔서 여러 가지 수업을 하는 주간보호센터라고도 하고 데이케어센터라고도 불리는 곳이다.
이곳의 어르신들은 보통 80세를 훌쩍 넘기신 분들,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주를 이룬다. 걸음이 불편하신 분들이 거의 100%다 보니 휠체어, 또는 워커라는 것에 의지하고 느릿느릿 걸음을 옮기시는 분들이 주를 이룬다.
첫날은 100여 명의 어르신들을 맞이하고 식사 보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둘째 날부터 조금의 여유가 생겨 어르신들과 대화할 일이 있었다. 여기서는 어르신들의 말벗을 해드리는것도 일의 연장선이다.
그중에 두 분의 어르신들과 대화를 나눴다. 한 분은 19살에 시집와서 60여년 동안 농사를 지으셨다는 어르신이었다. 남편이 한량이라 농사를 도와주지 않아 2000평 농사를 혼자서 감당하신 이야기를 하신다. 그때는 열심히 사느라 몰랐는데 이제는 아픈데 투성이라고 하신다. 80살이시다. 나는 안쓰러운 마음에 아픈 곳을 주물러라도 드리고 싶어서 여쭤보았다.
"어디가 제일 아프세요?"
"그런데가 어딨어. 여기저기 다 아프고 쑤셔 죽겠어."
60여 년이라는 기간 동안 농사를 지으셨으니 어디 한 군데 아픈 데를 꼬집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신 것이다.
순간 왁 하고 눈물이 지어질라 그런다. 여자로서 농사일에 시부모 봉양에, 자녀를 키우며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까. 그 세월이 느껴져 참 마음이 아프다. 왜 옛날이나 지금이나 남편들은 그렇게 여자 속을 썩일까.
구십(90)살 한 어르신은 말도 또렷하게 잘하시고 건강해 보이셨다.
"난 그저 치매 걸려서 힘들지 말고 며칠만 아프다 가면 좋겠어."
거기다 대고 어떤 말씀을 드릴 수 있을까.
"어르신,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살아오셨나 봐요. 이렇게 건강하시고 발음도 좋으세요."
이제 인생의 마지막에 대해 한 번씩 생각하시나 보다.
그게 어디 쉬운가. 인생 구십이 된다는 것 말이다.
내 나이를 듣고는 한마디 하신다.
"그때가 좋았어. 제일 재밌었어. 무얼 해도 가능성이 있잖아."
나는 지금 그냥저냥 살고 있는데 어르신은 그때가 가장 좋은 때라고 도장을 꾹 누르신다.
정말일까. 지금이?
인생을 그만큼 살아오신 어르신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 싶다.
아. 근데 왜 자꾸 울컥울컥하지?
모르겠다. 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