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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콧물 쏙 빠지게 살았다.

어느 팔십 대 어르신의 고백

by 필력

복잡한 실타래가 엉킨 느낌이다. 단순하고 편안한 삶은 가족의 일로 일순간에 어둠의 파장을 일으킨다.


다행인지 사회복지 실습 중이라 일하면서 고통을 잊을 수가 있다. 몸을 움직이면 희한하게도 마음속의 어둠과 잠시나마 떨어질 수 있다.


하루의 몰입을 끝내고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니 다시 어둠과 손잡을 내가 불안하다.


아직 집에 가지 않으신 아무 어르신을 붙잡고 이야기를 붙여본다. 창가에 백발의 커트가 단정한 어르신이 눈에 띄었다. 이 어르신은 몸집은 작아도 다부지시고 할 말을 다하시는 어르신이다. 주간보호센터 설립초기부터 있으셔서 이곳이 발전했던 이야기도 들려주셨었다.


"원래는 저 식당자리에 당구장이 있었는데 사람이 늘어서 지금 이렇게 넓게 튼 거야."


이곳이 백명의 어르신들이 처음부터 백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곳 시설의 변천사를 이야기를 나눴던 어르신이 창가에 앉아계셨다.


어떤 인터뷰어처럼 나는 질문하는 걸 좋아한다. 어르신 곁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나의 지금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아무 말이라도 나누며 잊고 싶다.


"어르신~ 어르신은 지금이 행복하세요?"


"응, 나는 아무도 부럽지 않아. 지금이 제일 행복해, "


잘 걷지 못하셔서 워커를 끌고 다니는 어르신이 지금이 행복하시다니 궁금하다.


"애들 키우며 눈물콧물 빼면서 키웠어. 지금이 좋아."


어르신의 인생이 궁금해진다.


"마흔다섯에 영감 먼저 보내고 애들 키우느라 눈물 콧물 쏙 빼면서 키웠어. 아유 고생한 거 말도 못 해, 지금이 좋아. 그때는 힘들었는데 나는 최선을 다했어. 이제 편해"


어르신의 이야기 속에 인생을 팔십넘어서까지 사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해 본다.


이렇게 이런 모습이라도 인생 팔십이 넘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았는데 인생 팔십까지 이렇게 버텨 있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이곳에서 저기 점잖은 OO 씨 있지? 그분이랑 서로 챙겨주면서, 여기서 내가 좋아하는 친구 OO랑 잘 지내."


이곳에서도, 팔십이 넘었어도 로맨스가 있었다.


나는 이곳이 그냥 어르신 백 명이 모인, 워커 끌고 휠체어 타고 밥 먹고 그냥 생존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이곳은 진짜 운명의 선택으로 어르신들이 즐겁게 생활하시는 곳이었다.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니 조금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나도 눈물 콧물 쏙 빼고 살면, 그렇게 세월이 지나다 보면, 살아질까?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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