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선택
나는 얼마 전 평생 인생을 비극적으로 살았던 지난 삶에 대해 글을 썼었다. 내가 그렇게 살게 된 이유는 어린시절의 불행한 삶의 여파로 불안이 컸기 때문이다. 과도한 불안이 모든 문제가 비극적으로 보인 것이다.
그것은 나를 침대에 누워 옴짝 달싹 못하게 시름시름 앓게 했고, 가족을 돌보거나 나를 돌볼 힘이 떨어졌으며, 아무것도 집중을 못하게 방해했다.
그러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서 인생을 시트콤처럼 살기로 선언했었다.
어쩌면 그것은 한순간의 다짐일 수도 있고 선언일 수도 있겠다.
그 글을 쓰고 정확히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변화가 있었다.
신기하게도 말이다.
나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내가 특별한 능력이 생긴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럭저럭 삶이 영위가 된다. 심지어 깔깔 웃기까지 된다.
이것은 마치 온통 회색 빛으로 물들었던 삶에, 중간중간 별도장을 찍는 기분이다.
누군가와 또는 어떤 상황에 갑자기 불현듯, 불시에 좋은일이 생기거나 웃을일이 생기면 마음속에 꼭 저장하며 생각한다.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야.' 그런다.
그렇게 시트콤을 만들어낸다.
고양이 머리를 쓰다듬으면 앙칼진 앞발이 웃기고,
내가 실수해도 괜찮고
내가 바보 같아도 괜찮다.
어차피 시트콤 주인공은 어리숙해야 제 맛(?)이다.
나는 만나는 사람들과 활발히 수다를 떨고 시답잖은 이야기도 깔깔 웃는다.
일상의 얘기를 하고 소소한 격려 공감도 한다.
그렇게 살아지고 사니까 말이다.
희한하게 아프지가 않다.
숨을 못 쉬고 등에서 땀이 뻘뻘 났었는데. 지금은 건조한 몸뚱이가 됐다.
나는 쉼 호흡을 길게 내뿜는다.
"휴~~~ 우"
그리고는 감사가 떠오른다.
밥을 먹으니 감사.
아침 나갈 때 남편이 엘리베이터 미리 잡아주니 감사.
사는 게 감사
사는 게 감사
사는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