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점짜리 기준
아 그렇다고 완전 망나니가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모든 완벽해야 하는 완벽주의에서 벗어나기로 한다는 뜻이다.
이것은 나를 위한 주문이기도 하다.
'엉망진창이어도 괜찮아.'
매번 실패하고 실수하고 넘어지는 나에게 주는 면허증이다. 엉망진창 면허증.
나는 모든 일에 이상한 기준이 있었다.
'뭐든 80점은 하자.'였다. 100점은 자신 없으니 상한선인 80점은 하자는 생각이었다.
요리도 80점, 육아도 80점, 정리도 80점, 공부도 80점, 봉사활동도 80점, 일도 80점.
그게 내 기준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살아보니 이 80점 맞기가 되게 어렵다. 요리도 꽝, 정리도 꽝, 육아도 꽝... 그러니 난 늘 괴로웠다.
왜 80점을 못해. 늘 자책하고 괴로웠다. 그리고는 80점을 받기 위해 애를 쓰고 살았다. 그렇게 애를 써도 늘 모자라 보이는 내가 한심하기 짝이 없었으니 나를 사랑하고 살지 못했다.
그러다 요리를 못한다고 자책하는 내게 누가 이런 말을 했다.
"어머, 요리 되게 잘하시네요. 제 기준에는 되게 잘하시네요." 그런다.
그 사람 기준에는 나는 80점인 거다. 그저 내 기준이 높았을 뿐이라고 그런다.
'내가 기준이 높다고?'
그럼 80점은 뭘까? 나의 80점은 누구에게 욕먹지 않을 정도의 점수, 즉 나는 딱 욕먹기 싫을 정도까지 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게 누가 됐던.
이것은 성취의 자극도 돼서 발전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즐기면서 하는 게 아니라 늘 보여주기식이니 어느 것 하나 재밌는 게 없다.
그냥 일, 육아, 살림들이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과목의 다른 버전일 뿐, 나는 한 번도 재미를 느껴본 적이 없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나를 옥죄는 거구나.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구나. 어느 순간은 고통스럽기도 하는구나.
그래서 나는 이제부터 엉망진창으로 살 거다. 빵점 맞을 거구, 실패할 거고, 실수할 거다. 일도, 과제도, 살림도, 육아도.. 그래도 된다고 얘기하고 싶다.
실제로 나는 일 학기 때 모든 상한선을 기록했었다. 일, 육아, 공부, 여러 분야에서 그랬다.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삶의 변수들이 쓰나미처럼 오니 격차가 어마무시하다. 하한가를 제대로 치고 있다. (사실 이것도 엄살이다.)
나에 대해 희한한 엄격함이 있었다.
이것은 나의 괴로움을 자가 생산하게 한다.
일에서도 바보같이 굴고, 기말고사 준비는 안 했고, 봉사는 끝이 용두사미고, 과대표는 끝까지 하지도 못했다.
일을 많이 하기도 했네. 과목이 너무 많았다.
빵빵빵점 인생을 허하노라.
살아있으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