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살리는 선택을 하기로 했다.

씁쓸하다

by 필력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어느 곳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장애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이다.


정말 올해 처음 가르쳐 본 것이다. 발달장애 아이들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이 시작한 일이다.


평소에 접해보지 않은 일을 잘할 수 있을까 겁이 많이 났다. 그런데 막상 수업해 보니 해볼 만했다.


그런데 이제 이곳을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냥 인연이 아니겠거니 하고 떠나면 되는데 참 씁쓸한 면이 있다.


이유는 이렇다. 나는 이곳을 다니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몸의 굳음과 가슴의 통증을 경험했다.


머리는 다닐만했는데 또 몸이 정직하게 말을 해준 것이다. 더 이상 다니다가는 더한 몸의 고통이 있을까 봐 무서워서 그만두는 것이다.


참 아깝다.


아이들도 나도 적응 중이었는데 말이다.


이놈의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 생전 처음 경험해 본 몸의 굳음을 경험한 것이다.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준다는 것이 그저 어쩌면 나 혼자만의 로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또 실패자. 패배자가 된 느낌이다.


어려움이 있어도 당당하게 내 길을 가면 좋겠는데 나는 이미 너무 전장의 포화 속에 살아서, 작은 이쑤시개도 감당하지 못하는 몸뚱이가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잘 헤쳐나가는 당당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쭈구리 엄마가 된 것 같다.


그렇지만 나는 또 살아야 하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내가 살아야 애들도 사니까 말이다.


나는 지금 '버티라.'라고 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다. 이미 나는 늘 버티는 사람이었다.


아쉬운 건 그저 정이 들어서 그런다.


이렇게 씁쓸하지만 하나의 문을 닫기로 한다.


그래도 나는 살았으니 그거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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