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력 Jul 16. 2024

삐진 고양이

이름은 칠월이

이상하게 칠월이가 곧잘 나에게 오더니 엉덩이를 몇 번 닦아 주었더니 나에게 안 오고 구석에서 가만히 다. 오늘 병원 가서 물어보니 대소변 유도 할 때 살살 톡톡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그것을 모르고 깨끗하게 해 준다고  슉슉 닦았는데 그래서 그런가 잘 오지 않는다.


병원에서는 칠월이 몸무게가 240g이다. 하. 어떻게 1kg 도 되지 않을까. 너무너무 작고 귀엽다. 신기한 건 젖병을 빨다가 배가 부르면 혀로 밀어낸다. 자기 의사 표시가 분명하다. 아주 신기해 죽겠다. 그리고 10ml 먹고 쉬고 좀 있다. 10ml 먹는다. 그리고 딱 배고플 때만 운다.


처음에 고양이 키우는 것을 남편은 반대했다. 남편도 경험이 없는 데다가 애완동물 냄새가 싫다고 했다.

가족이 모두 동의해야 이 일은 추진할 수 있는 일이었다.


퇴근한 남편에게 물어보니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 나처럼 동물에 문외한이니 걱정이 많이 된 것이다. 충분히 이해되는 점이다.


나는 남편을 설득했다. 셋째의 특성이 동물을 무척 좋아하니 한번 시도해 보자고 했다. 역시 남편의 뜻은 완강했다.


나는 일단 한발 물러섰다. 남편에게 내 뜻을 밀어붙이면 기분이 나쁠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나는 빨래를 널면서도 "야옹, 야옹"  청소를 하면서도 "야옹, 야옹" 거렸다. 들은 척도 안 하는 남편이다.


잠시 후 출근하는 남편의 뒷모습에 한마디 했다.


"요새 셋째가 사춘기라 정서적으로 좋을 것 같아."


남편은 듣는 둥 마는 둥 현관문을 닫고 나간다.


잠시 후 남편이 닫혔던 현관문을 다시 열며 한마디 한다.


"그래. 그래. 키워라 키워."


나는 절로 "이얏호" 소리가 나왔다.


남편이 이상하다. 원래 무엇을 결정하면 바꾸는 사람이 아니다. 특히 이번 일은 아예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일이다. 어떻게 마음을 바꿨냐고 하니 남편이 한마디 한다.


"당신이 야옹야옹 거리며 다니니. 으이그..."


그 뒷말은 대충 내가 해석한다.


'당신이 그렇게 좋아하면 해. 셋째도 좋아하니까. 내가 양보하지 뭐.'


이런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남편의 사랑 표현이 아닌가 싶다. 자신의 완고한 마음까지 바꿀 정도로 가족을 사랑하는 남편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렇게 우리 칠월이가 온 것이다. 아 그런데 엉덩이 닦아줘서 칠월이가 삐진 것 같은데 요 녀석 사람으로 치면 I형인가 보다. 내성적이네.




매거진의 이전글 생애 처음 고양이를 키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