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애기 고양이가 집에 온 뒤로 외출을 잘 못했다. 고양이가 언제 어느 시점에 일어나 배가 고플지 배변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나는 밖으로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야 피가 통하는 사람인데 꼼짝없이 일분 대기조처럼 고양이가 깰까 봐 노심초사한다. 집 앞 슈퍼에 갔다가도 헐레벌떡 집에 돌아왔다.
그러니 진짜 고양이 주인인 셋째가 7시 30분쯤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나는 얼른 셋째한테 고양이를 맡기고 내방으로 도망친다.
신생아 육아가 따로 없다.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중요한 점심약속이 있어 나가야 했다. 그동안의 고양이의 패턴으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시간을 잘 이용하면 나의 귀가 시간과 고양이 깨는 시간을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가기 바로 직전에 분유도 주고 재우고 성공했다.
나의 치장은 포기하고 아무 옷이나 손에 잡히는 데로 주워 입고 현관문을 나섰다.
옛날에 애들 육아할 때 힘들어서 거의 노숙자(?)처럼 거의 나를 꾸미지를 못했는데 지금이 딱 그때와 똑같다.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겠다.
지인과 점심을 먹고 집에 있는 고양이가 걱정되어 차 마시는 것은 생략하고 헐레벌떡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세상에나 세상에나!
학교에서 돌아온 넷째 아들이 고양이를 잘 돌보고 있는 것이다. 알아서 분유도 먹이고 쉬야도 해주고 뒤처리도 다 했다.
학교 갔다 와보니 고양이가 깨서 울고 있더라는 것이다. 원래, 아들은 학교 갔다 오면 엄청 배고파하면서 먹을 것 달라고 하는 애다. 그런데 고양이를 먼저 챙긴 것이다.
분유를 타서 뜨거운 물에 중탕도 해서 먹였다. 싱크대에는 분유를 좀 흘렸지만 참 기특하다. 고양이를 키우지 않았다면 아들의 이런 기특한 면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아. 언제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쁘긴 한데 나의 자유를 박탈(?)한 녀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