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가교환의 법칙
"도망칠까 우리? 도망치고 싶어도 못 치겠다. 우리 차가 없잖아..."
같이 출력 나온 인원들 중 나보다 4살이 어린 동생이 하나 있었다. 동생은 그저 돈 벌고 싶어서 인력 사무소에 오게 됐는데 어쩌다 보니 나랑 똑같은 첫 경험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이거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이건 아니야..."
우리는 젊다는 이유로 아시바에 혼자씩 서 있게 되었고 어르신들은 나이가 많다는 핑계로 둘이서 짝을 짓게 되었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것이 처음이었던 우리는 아무 말도 못 하는 순한 양이 된 채 어르신들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었고 왜 욕먹는지도 모르는 채 애꿎은 욕을 먹고는 했다. (특히 동생은 사회생활도 하지 않았던 터라 충격을 먹었던 것 같다.) 처음 듣는 단어에 처음 해보는 행동에 처음 보는 자재들 투성이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이 쓴소리를 해대는 게 점점 잘못됐음을 알게 됐지만 억울하게도 '돈'이 깔려있는 판에 억울함에 쌓인 분노를 표출할 수는 없었다.(물론 지금은 건들면 그냥 받아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공사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기에 안전을 위해 '쓴소리를 하는갑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받아치기에 의한 마찰로 인해 같이 일하는 동생의 장갑이 찢어지고야 말았다. 동생이 다급하게 "장... 장갑이 찢어졌어요..!"외쳤지만 "야!! 일단 해!!"라는 말을 들렸을 때는 나도 모르게 "미친새X가"라고 뱉어버리고 말았다. 그제야 상황이 심각해졌다는 걸 알아차린 공사 관리자가 장갑을 갖다 준 후에야 다시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하... 퇴근이 가까워져서 빨리 끝내고 싶었던 걸까?' 그냥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 일로 노가다판 어르신들은 이런 사람들이구나 하고 편견을 갖게 만들게 하였다.
나름 운동선수로 시합도 뛰어봤고, 오랜 헬스 경험으로 인한 힘과 체력을 바탕으로 첫 경험을 무사히 끝낼 수 있게 됐다. "고생했다, 돈 벌어먹기 힘들다 그치" 동생은 이미 해탈한 듯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듯 씩 웃었고 우리는 지친 몸과 더럽혀진 옷을 입은 채 다시 차에 탑승했다. 이른 새벽부터 시작한 나의 하루가 이제야 끝이 나는구나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내일도 나올 거지? 힘 좋던데?" 풀려가던 긴장의 끈은 다시 조여왔다. '어떡하지...', "아... 네" 나도 모르게 대답해버리고 말았다. '아... 안 나오고 싶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지 15분 거리가 25분 거리가 됐고, 지친 몸을 억지로 이끌고 인력사무소로 들어갔다. 소장은 환하게 웃으며 우리를 반겼고 지갑에서 현금다발을 꺼내더니 순서대로 하루 일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5만 원짜리 3장과 1만 원짜리 1장 1천 원짜리 2장 총 16만 2천 원을 지급받았다. '이게 바로 등가교환의 법칙?' 왜 이 전에는 몰랐을까 '등가교환의 법칙'이라는 것을, 고생을 해봐야 안다고 고생을 해보니까 돈 버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됐다.
'그런데 내일은 어떡하지? 못 나올 것 같은데, 나오기 싫은데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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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내일 아침에 비 온다는데? 비 오면 작업 안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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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