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왔니...?
"으으..어으아아!!!"
07:40분 정신없이 울어대는 핸드폰의 알람은 내 무거운 눈꺼풀을 서서히 들어 올려지자 정말 '헉'소리 날 정도의 몸상태였다. 느껴본 적 없는 온몸이 찔리고 무언가에 두드려 맞는 듯한 근육통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온몸을 눕혀놓았다. 단 몇 걸음밖에 되지 않는 화장실조차 가기 힘들어 외마디 비명만 계속해서 지를 뿐이었다. 불과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채 내 몸을 아프게 했던 일들을 다시 상기시켜 보았다.
'내일 아침에 비가 올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아침에 일찍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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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금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니 찍혀있던 전화모양의 아이콘이 숫자 3을 띄운 채 시간은 06:20분이 찍혀있었다. 인력 소장님이었다. '아... 몰라 못해 아니 안 해 아니 못해!' 그러면 안 됐지만 모든 게 처음이었고 처음의 충격이 강해서였는지 나도 모르게 모든 걸 내려놓고 말았다. '처음'이라는 가불기 앞에 온갖 불평불만만 앞세운 채 뒷일을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제 앞으로 어떡하지?' "소장님 죄송했습니다. 잠들어 버렸어요" 전화로 사과드려야 하나? "아 소장님 제가 그날은 잠들어버려서요, 혹시 일 있어요?" 뻔뻔하게 나가야 하나? 그러자 깡패 조직 같던 소장님의 얼굴이 내 뇌리를 스쳐 지났다. 이 후로 나는 사무실 앞을 절대 지나지 않게 됐다.
'밥도 온통 풀반찬에 좁은 컨테이너에서 몸도 부대끼며 먹어야 하고 몸도 힘들고 장갑도 바로 안 주고 화장실도 못 갈 정도에...' 계속해서 핑곗거리 찾기 놀이에 빠졌던 나는 겨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지갑을 열어 어제 보상으로 받았던 현금을 보고 나서야 부정적인 핑계 찾기 놀이를 그만둘 수 있었다.
'인력사무소' 네이버 플레이스 창에 뜨는 다양한 이름을 가진 인력사무소들 마치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 배달앱을 켜며 메뉴를 신중하게 고르듯 인력사무소들의 블로그, 리뷰 등을 통해 신중히 또 다른 인력사무소를 고르며 또 고르기 시작했다. 겨우 하루 했으면서 힘들다고 징징 거린 내가 한심해서 쉽게 포기할 순 없었다. 내 행동들이 모두 정당화될 순 없다. 머저리처럼 포기했으니 얼마나 더 자존심이 상했을까.
지갑에 가지런히 꽂힌 채로 눈이 마주친 지폐권의 위인들은 마치 날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듯했다.
'다시 한번 해보자!!!!, 그때 또다시 X발 이건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 진짜 아닌 거지 이제 겨우 하루 했는데 얼마나 징징대는 거야 젠장, 일주일은 채워보고 일주일 채우면 한 달도 채워보자! 한 번 해보자 까짓 거!'
기술을 배워보고 싶다고 막무가내로 시작했으면서 끝도 막무가내로 맺으려 하다니.. 하루 만에 마음이 꺾인 것이 자존심이 상했는지 날 한심하게 바라보는 지폐 때문인지 꺾여버린 마음을 다시 잡고 새로운 인력사무소 '개미인력'으로 향했다. 노가다를 새로 알게 됐고 크지 않지만 작지도 않은 도시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으며 아주 아주 많은 일들을 선사해 준 '개미인력'은 현재 당장의 나에게는 삶의 터전이 되었다.
장갑이 찢어졌어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열심히 같이 끝까지 일을 해준 처음 만난 동생에게, 힘들어도 대화하다 보면 씩 웃고는 같이 힘내준 동생에게, 다음 날 같이 꼭 일하러 나오자고 약속했던 동생에게.
약속 못 지켜서 미안했다. 그런데, 너는 나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