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발머리의 신사
결국 나의 첫 인력사무소는 엄청난 근육통과 다방면의 스트레스와 생각들을 안겨준 하나의 기억체가 되어 평범한 거리에 위치한 다시는 쳐다도 보고 싶지 않은 거리에 서있는 상가가 되었다. 가끔은 새벽시간에 어쩔 수 없이 거리를 지날 때면 그때 그랬지 하며 추억을 안겨준 동생이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진 않을까 하고 흘깃 보게 된다. 그 이후 이틀간은 몸을 회복하는데 시간을 쓰면서 다른 터전을 찾는데에 점심 메뉴 고를 때보다 더 신중히 시간을 쓰기 시작했다.
'띠링'
내가 생각하고 직접 겪었던 인력사무소는 짙은 어둠 속에서 뿌연 연기들이 손에 손잡고 그라데이션 배경을 만들어 퀘퀘함 속에 기침으로 답답함을 뱉어야 하는 장소였다. 그 때문인지 잔뜩 기침할 준비를 한껏 하고서는 조심스레 문 손잡이를 당겨 열었을 때, 굉장히 환했고 굉장한 쾌적한 공기에 준비해 놨던 기침을 삼키려다 역으로 헛기침을 토해내고서야 디퓨저와 온갖 서류들이 놓인 책상에 앉아있는 소장님과 눈을 맞췄다.
"컼컼..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일하시려고요?" 어깨선까지 떨어져 내려오는 자연스러운 웨이브 컬을 가진 소장님이 앉은 채 조곤조곤한 말투로 말을 건네주었다. "일단 신분증, 이수증 그리고 여기에 주소와 계좌번호 그리고... 전화번호 적어주세요"
특별한 톤을 갖진 않았지만 차분한 목소리는 마치 나를 사람을 한껏 경계하느라 눈치 보며 조심스러운 강아지가 따뜻한 사람의 손길에 경계를 푼 채 살랑살랑 꼬리를 흔드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서둘러 신분증과 이수증을 건네고 적으라는 것들을 적고 나서야 몰랐던 소장님의 덩치를 알게 됐다. '아니, 무슨 인력 소장하려면 덩치가 커야 하나? 인부들과 싸움 나면 이기려고 덩치를 키우는 건가?'
A4용지에 작성한 인적사항을 프린트하기 위해 몸을 일으킨 소장님은 차분한 목소리와 장발의 머리칼을 얹은 인자한 얼굴과는 달리 키가 굉장히 컸고 앉아 있을 때도 느꼈지만 막상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마치 영화 아쿠아맨의 주연 배우를 보는 것 같았다. (근데 이제 지방을 곁들인 얼굴은 당연히 제외하는 걸로 하겠다.)
겨울 끝무렵이었나 싶기도 했고 아직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해서였는지 나는 *데마찌를 경험했어야 했다. 항상 6시에 사무실에 출근하고 8시까지 사무실에 앉아있다가 "오늘은 일이 없네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알겠다는 대답과 함께 자리에 일어나 집을 향해야만 했다. 두 시간을 앉아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출근 시간이 겹쳐 꽉 막힌 길을 가야만 했고 가고 있자면 굉장히 허탈했다 해야 할까 현타가 왔다 해야 할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들게 했다. 어렸을 적 먹고 싶은 과자가 있는데 엄마가 사주지 않아서 괜히 서운한 감정?이라고 하면 조금이라도 이해가 될 것 같다.
대략 3~4일이었을까, 대략 6~8시간은 사무실에 앉아 소장님과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를 알아가는 이야기들을 하고 나서야 처음으로 출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마, 인력소장들은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굉장히 잘 아는 것 같았다. 자신의 50%의 과거들을 털어놓으니 나 역시 80%의 과거들을 모두 토해내고 나서야 '당했다...!'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그럼에도 신뢰를 얻기에는 충분한 거 보니 과거와 과거가 만나면 신뢰가 생기는 이치를 깨달았다.
'지잉'
뜬금없는 시간에 핸드폰이 강하게 울렸다.
'...??!!!!!!'
"오 뭐야!!"
*데마찌 : 작업(일감)을 대기하다 일감이 없거나 작업이 되지 않거나 일감이 없을때 일을 하지 못한 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