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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윤 May 18. 2022

사랑에 관하여

쫓기듯 도망친다. 어디로 부터랄 것도 없이, 어딘가 인지도 모를 그곳으로 청춘은 그저 내 달린다. 그러다 우리는 어떤 운명의 이유로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사고처럼 부딪힌다. 사랑은 그렇게 난데없이 찾아와 삽시간에 서로를 부수고 만다. 아무에게도 맞춰진 적 없던 퍼즐처럼 거기 그렇게 불현듯 서로  앞에 부서진 채로 도망을 멈춘다. 그렇게 너는 부서진 나의 일부, 그 한 조각을 집어 든다.


그렇게 우리는 사랑이 시작된다.


어쩌다 이곳이었나, 왜 하필 지금 이었나, 왜 너와 나였나. 그저 우리는 어딘가로부터 쫓기듯 도망쳤을 뿐인데도 운명은 여기 지금 우리를 끝내 마주보고 서있게 했다.


문득 퍼즐을 맞추다가 사랑이 그것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어쩌다 사고처럼 순식간에 충돌한채 부서진 서로의 잔해를 떠안아야만 했나.

우리는 발아래 서로의 몫으로 놓인 조각을 조심스레 집어 들고 한 조각 한 조각 그렇게 시작한다. 성격이 급한 누군가는 첫 조각을 집어 드는 순간 쉼 없이 끝을 볼 작정으로 달려들 것이고 여유를 즐기는 이는 하나 두 개 그렇게 제대로 맞아 들어가는 기쁨을 즐기며 천천히 이루어 나가는 이도 있으며 또 어떤 이는 다 맞춰어진 퍼즐의 모양이 무얼까 두려워 그냥 고독하게 두고 바라만 보는 미련한 이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쉬이 실증을 내 중간에 포기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느리고 기이하게 하다 말다를 반복하지만 끝내 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타인의 도움을 요구해 쉽고 빠르게 끝내는 사람,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고 첫 조각부터 천 번째 조각까지 모두 자신의 손으로만 완성하고자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백구십구 개의 퍼즐을 맞추고 끝내 한 피스를 찾아내지 못한 사람. 과거 어떤 상처나 미련으로 마음의 한 조각을 상실하거나 숨겨버린 마음은 상대가 아무리 999개를 정성스럽게 맞춘다고 해도 끝내 완성될 수 없었다. 구멍 난 한 조각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서로를 아프게 했다. 그가 가진 천 조각중 한 조각을 떼내어 거기 맞출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러고 싶지만 그것은 결코 그 자리에 맞지 않을 것이다. 어설프게 닮은 조각을 찾아 쑤셔 넣은 모양은 상처를 도드라져 보이게 할 뿐이었다. 노력했지만 결국 그렇게 그들은 또다시 이별을 한다.


그리로부터 도망치듯 달아나던 그가 사고처럼 누군가와 맞부딪혀 그렇게 또 처음을 반복한다. 그가 맞지도 않는 구멍에 억지로 욱여넣고 온 한 조각, 끝내 다시 빼내어 오지 못한 그 한 조각은 그렇게 또 다시 누군가에게 결핍이 되고 아픔이 되어지고 만다.

건강한 이별은 마지막이 될지 모를 다음 사람에 대한 예의 같은 것. 나를 도려내면서까지 억지로 욱여넣고 돌아온 사랑은 끝내 상처로 남았고 타인에겐 아픔이 되었다. 그렇게 잃어버린 한 피스의 자리는 999개의 조각으로 도 채울 수 없는 결핍이었다. 그렇게 그가 마지막 이별로 상실한 그 작으 조각으로 인해 우리는 결코 완성 될 수 없었다.


이렇듯 사랑은 퍼즐을 맞추는 일과 닮았다.

그것은 모질고 지난하고 건너뛰는 법이 없었다. 겨우 한 두 조각을 맞추고는 완성된 모습을 보길 원하는 경솔함은 한 조각을 상실한 퍼즐보다도 가여웠다.

백만 번의 행동과 천 번의 시행착오 그리고 만 번의 노력과 십만 번의 인내 그리고 그 모든 것이 무한히 반복되어야만 겨우 액자에 넣을 한 점의 그림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타인으로 가는 길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 안에 끊임없이 한 조각 한 조각 인내하고 노력하고 들여다 보고 내 온 정신과 육체의 미세한 긴장을 한곳에 집중해 또 한 번 새로운 너를 창조해 내는일, 바로 사랑이었다.


천 개의 조각 앞에서 첫 조각을 집어 들기도 전에 포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한번 빠져들면 헤어날 올 수 없다는 점이 사랑과 같았다. 퍼즐을 맞추는 동안 우리는 몰아지경을 경험한다. 시선을 뗄 수 없고 면과 선과 모서리를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면 천 개의 조각 하나하나를 일일이 손에 들어보고 관찰하고 자리를 찾아준 셈이다. 끝내 한 점의 완성된 작품이 되었을 때 나는 비로소 그 작품의 천 개의 조각과 수천 개의 면과 모서리 따위를 모두 알았다고 할 수 있었다. 나는 이렇듯 다정하고 면밀하고 공을 들인 사랑을 하고 싶었다.


나와 너 우리의 어쩌다 지금 여기 하필 우리의 순간을 위해 그렇게 너와 내 앞에 서로의 조각이 온전한 체로 부서지는 순간을 위해 오늘도 우리는 서로를 향한 도망을 멈추지 않는다.


다정하고 면밀한 너의 애정으로 맞춰질 나의 모습이 부디 아름답게 완성되어 한점의 작품처럼 영원히 남겨 지기를. 나는 오늘도 갈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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