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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hayn Aug 17. 2022

납량특집

무더운 8월의 간담 서늘한 전쟁 이야기

역사는 돌고 돌아 반복된다. 오늘보다 아름다운 내일을 그린다고 믿어졌던 인류는 야만의 시대를 향한 향수를 놓치 못하고 서글픈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아마도 계속된 제자리 걸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총구는 돌고 돌아 나에게로 온다. 빠르게 다가오는 세계의 총성이, 외면했던 그것이 이 여름을 서늘하게 한다. 파시즘이 유럽을 물들이고 있을 때, 피카소는 〈게르니카〉를 통해 에스파냐의 참혹한 현실을 고발했다. 그 때로부터 10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2년, 블라디미르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나르시시즘에 도취된 야망가들이 주저없이 권력을 휘두를 때, 미술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뿌린대로 거두리라〉반전 캠페인, 이제석 광고연구소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폭탄으로 찢어진 아스팔트, 무너진 아파트, 불타버린 자동차는 도시를 공포로 뒤덮었고 초현실적인, 그러나 너무나 현실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우크라이나의 사진 작가 스타니슬라브 세니크Stanislav Senyk는 전쟁으로 폐허가된 도시에서 미처 졸업식을 학생들의 졸업사진을 촬영했다. 결연히 카메라를 응시하는 학생들은 역사의 피해자가 아닌 조국의 미래로 기억될 것이다.

Stanislav Senyk @senykstas





내부의 총성


우매한 총부리는 ‘안’으로도 향한다. 2019년 홍콩의 무장 경찰은 시민들로 하여금 우산을 들게했고, 2021년 미얀마 에서는 자유를 품은 세 손가락을 들어 결의를 표했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양곤의 젊은 작가들은 저녁마다 공공장소에 사진이나 영상을 상영하며 창의적인 항의 작전을 전개했다. 홍콩의 작가 Giraffe Leung Lok Hei 梁洛熙는 〈Paper Over Cracks〉 연작으로 권력의 추악한 모습을 포착한다. 홍콩의 관리들은 도시 곳곳에 휘갈겨진 운동의 슬로건을 가리고자 어설픈 페인트칠을 해왔는데, 작가는 이를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노란색의 테이프로 표시해 권력의 검열 현장을 드러내며 조롱한다.

Giraffe Leung Lok Hei @gllh_art


최근 홍콩에서는 평화롭고 작은 규모의 목소리조차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최근 1인 시위를 계획한 혐의로 민주화 운동가 한명에게 징역형을 내렸다. 날로 맹렬해지는 권력의 횡포에 일상은 전쟁터가 되었지만 민주주의의 물결은 언젠가 다다를 임계점을 향해 쉼없이 내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세상 모든 사람들이 평화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Imagine 하던 존 레논은 그저 한 명의 몽상가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아이들만큼은 고통으로부터 무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의 바람 아닐까.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에서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전쟁과 그로인해 유린되는 인권, 그 가운데 가장 위협받는 어린이를 위한 성찰의 시간을 마련했다.

《PEACE for CHILD : 전쟁 속 어린이를 위한 평화의 기도》





예술의 유용


안타깝게도 예술은 닥쳐오는 재앙을 막을 수 없다. 상공을 가로질러 쏟아지는 포격앞에 예술은 한없이 연약하다. 그러나 예술은 부서지지 않는다. 두려움을 지연시키고 세계와의 행위를 지속한다. 본질적으로 불확실한 현재에 긍정적인 임무를 부여한다. (니콜라 부리오, 『엑스폼』, 현실문화A, 2022년, 64쪽.)전쟁의 잔혹함을 세계로 펼침과 동시에 세계를 전장으로 소환한다. 예술가들이 피운 불꽃은 거센 바람앞에 위태로울 지언정 절대 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보여줄 수있어야 한다”- 루이 알튀세르

미술은 전장battle ground에서 연대의 전략을 취한다. 예술가는 힘의 대결 사이 연약한 것들을 연대하게 한다.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작업 속도는 느려지고, 이전만큼의 수준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갈등의 순간에 함께함으로써 미술은 제 몫을 한다.


정체성이 파열하는 순간과 그 사이의 연대 Hudson-Rodrigues @hudrodrigues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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