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했다.

by 최미야

평일 12시간 근무는 나에게 너무 무리인 것 같아서 과를 바꿨다. 4월 1일부터 출근이다. 오늘 면접을 보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바로 이직이 되어서 엄청 기쁘다. 그리고 오늘은 딸이 처음으로 우리집에 오는 날이다. 나는 한껏 들떠 있다. 어제는 이사한 지 딱 한 달째 되는 날이었다. 사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이직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안한 채로 쓰기는 싫어서 그만뒀다. 이직에도 성공하고, 독립도 한 달째가 되어가고, 너무 행복하다. 그것도 내가 가장 가고 싶었던 과로 가게 되어서 좋다. 이번 달에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다 내 배움터가 되었고 경험이었다. 사실 간호조무사를 시작하고 벌써 네 번째 이직이라 사안이 좀 심각했다. 나는 이 일과 맞지 않는가? 과연 일 자체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 독립한 상태이고 어떻게 해서든 돈을 벌어야 한다. 싫고 좋고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도 굳이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골라서 끝까지 밀어붙인 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사이 별의별 상상을 다 했다. 이대로 이직이 안 되면 어쩌지, 또 백수 기간이 길어지면 어쩌지, 하고. 나 독립까지 해서 월세도 당장 내야 하는데 돈만 축내면서 사는 건 아닌지, 하고. 하지만 기존 한의원에서 계속 일하는 건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여러모로 무리였다. 말이 12시간이지 진짜 1분도 쉴 틈을 안 주는 회사. 공고에 나와있는 월급은 가짜였고 사실 실수령액이 터무니없이 적었다. 사기당한 기분이었다. 나는 판단을 세우고 곧바로 그만두었다. 과장님은 놀랐지만 내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니 그냥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만두는 데 이유가 어디있어. 힘드니까 그렇지. 굳이 전직장 욕을 여기다가 쓰고싶지 않다. 버틸 사람은 버티고 나갈 사람은 나가는 것. 난 못 버티겠다. 그래서 나왔다.


내가 집을 나왔을 때 정신적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셨던 언니가 어제 연락이 왔다. 회사 잘 다니고 있어요? 하고. 나는 어제까지만 해도 실직상태였으므로 좀 찔렸다. 그새 일을 그만두었다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나는 그냥 네, 잘 지내요, 언니. 하고 말았다. 언니도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는 것 같았다. 어찌저찌 돌아가긴 한다, 내 인생. 덜컥거리지만 이제는 진짜 안정적으로 정착해서 다닐 수 있길 바라본다. 입사일은 4월 1일, 만우절. 거짓말 같이 내려온 내 출근날. 택시 안에서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 마침 기사님과 면접 이야기를 하던 중이어서 기사님께 얼결에 축하까지 받았다. 그래, 인생 별거 있나. 돌아보면 다 큰일도 아니었다. 그리고 당장 출근이 아니고 11일 정도 여유가 있어서 더 좋다. 엄마는 내가 또 이직한 걸 알면 난리가 나겠지만 어쩌겠는가. 본인이 옮기겠다는데. 조금 안정된 뒤에 말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아! 오늘 딸이 온다. 내게 며칠 전 딸이 편지를 써서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써있었다. 벌써 8살의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이상한 편지였지만 난 너무 행복했다. '엄마를 자주 못 보겠지만 걱정하지마'라고 쓰여 있었다. 학교 적응하느라 많이 힘들고 고될 텐데도 날 생각해서 편지까지 써준 딸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감기가 심하게 걸렸다는데 걱정된다. 병원에 갔다가 조금 이따 우리집으로 도착할 예정이다. 우리집을 보고 많이 놀라겠지. 엄마, 엄마집은 왜 이렇게 좁아? 이러는 거 아닌지 걱정. 최대한 청소를 해놓긴 했는데 아무래도 좁아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응, 엄마 이렇게 살아, 딸. 이게 엄마 사는 꼴이야. 여기가 엄마의 휴식처야. 이런 곳에서 먹고 자고 한단다. 낡고 좁은 원룸에서. 하지만 걱정 마, 딸. 엄마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 우리 딸만 건강하고 행복하다면, 엄마는 조금 지치고 힘들어도 돼.


첫 출근 전에 꼭 도서관에 가볼 예정이다. 아는 언니와 가서 도서관 밥도 먹고 산책도 하고. 많은 사유와 사색을 하고 책도 읽고 드라마도 볼 것이다. 차분하게 준비하면서 기다려야지. 난 정말 독한 놈이다. 원하는 것을 이룰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계속 도전한다.

포기하지 않는다.

그게 나야. 그게 나라고.

미래는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나만이 가는 길.

나만이 할 수 있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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