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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n 02. 2024

아침 그리고 저녁

나의 죽음은 어떠했으면 좋을까?

추천자, 발제자, 진행자 : 박선희

독서토론도서 : 아침 그리고 저녁 _ 욘 포세 

참석자 :  박선희, 무우우니, DAN, 아이스크림, Charles, 샨즈, 치타, Judy 8명


이 책에 대한 생각은 토론 전과 토론 후 엄청 많이 달라졌다.

나에게 소설은 뭔가 꽁꽁 숨겨져 있는 작가의 이스트 에그를 찾느냐 못 찾느냐의 경쟁 같은 느낌이 있다. 따라서, 어떤 소설은 문장의 아름다움으로, 스토리의 반전과 짜임새로, 인물의 생생함으로 좋다 등의 어떤 이유를 찾아냈을 때 그 소설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것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특별한 구조, 특별히 화려한 문체, 대단한 내용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한 첫인상은 그저 그렇다였다. 일단,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으로 모임에 임했다.


문학과 예술과 같은 감상은 논리성과 감성의 어딘가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과 함축적인 의미의 전달에 초점을 맞춘다는 얘기가 좋았다. 이 책은 드라마틱하지 않은 평범한 삶, 일상의 일들이 스펙트럼이 넓게 펴지듯이 다가오듯 했다는 말에 조금은 이 책을 다시 읽어봐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북유럽 소설에 대한 생각으로 덴마크와의 관계, 노르딕 음악을 들어보면서 이 책을 느껴보려는 노력을 하는 분의 얘기도 좋았다. 소설에서는 역사적 배경, 주인공의 서사 등의 의미부여를 하면서 읽었는데, 서정적인 분위기 자체가 좋았다는 얘기도 내가 느껴보지 않았던 측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중에 단순하게 느끼고, 유럽 여행에서 7시가 지난 후 가게문을 닫는 것을 보면서 정말 재미 없었다는 생각과 이러나저러나 인생 비슷하고, 인생의 의미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얘기와 동화적인 요소가 있다는 평에는 내가 느낀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중에 이성적 사회적(비문학) 책과 개인적인 정서적 책으로 나눌 때, 이 책은 정서적 책이라고 분류하고, 감정, 심장이 뛰는 것, 책이 다가옴을 얘기할 때, 내가 몰랐던 찾고 싶은 전혀 다른 독법처럼 느껴졌고 설득되었다. 죽음도 편하고, 따듯하게 맞이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이 전해줬다는 생각에 이 책에 대한 인상이 많이 바뀌는 것도 같았다.


담배, 연금, 복지국가로 연결되는 생각을 말해줘서 정말 새로운 시각이라고 감탄했고, 초반의 탄생과 중간이 없이 죽음으로 연결되는 반전적 구조에서 놀랬다는 생각에는 공감했다. 또한, 노르웨이어를 영어로 번역하고, 그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함으로써 찾기가 어려워진 문장의 운율에는 아쉬움을 찾을 수 있었다.


주인공의 죽음을 "호상"으로 표현한 얘기를 들으면서 이 책에 대한 시각이 어쩌면 작가가 자신의 죽음이 이랬으면 좋겠다는 것을 적고, 다른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공포를 완화시키도록 설득하듯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하는 쪽으로 변했다.


이 외에도 책에 대해서 얘기하는 중에 나왔던 <문장이 슴슴하다, 문장이 화려하지 않기 때문에 담백함이 더 잘 드러난다, 일상을 툭툭 던지듯이 죽음에 대한 틀을 제공한다>는 등의 얘기들을 들으면서 이 책의 아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만날 때, 나는 그 사람을 이해하는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주로, 그 첫 번째 잣대는 그 사람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냐? 나쁜 사람이냐? (위험한 사람이냐?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냐?) 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판단하기 위해서 그 사람의 생김새, 행동, 말투, 시선처리 등을 빠르게 스캔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의식적이기보다는 무의식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이런 방식을 모든 사람들이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이와는 다른 잣대를 가지고 만나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다. 그들은 그냥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을 더 나중에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것을 어떻게 보면 선입견이라고 하고, 어떻게 보면 세상에 적응하기 위한 적응방식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나는 사람을 판단없이 만나게 되면 반드시 손해를 볼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이 내가 세계를 바라보는 적어도 사람과의 만남을 바라보는 세계관일 것이다. 이런 세계관은 사람마다 각자 다르다고 한다.


소설과 예술을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가 나의 사람을 만날 때의 선입견과 유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책을 읽을 때, 그 책이 나에게 전달하기를 원하는 것은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좋은 책인가? 읽고도 의미 없는 좋지 않은 책인가?라는 이분법으로 본 것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나의 유불리라는 생각과는 완전히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을 때도 있는데, 모든 것이 나의 삶의 유불리와 관련되어야만 의미를 가진다는 생각이 잘 못 된 것은 아닐까?


나는 노을이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참 눈물 나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감정을 자극해서 나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고,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그 순간의 감정 중의 아주 조금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어떤 책을 읽을 때, 나와는 별개로 그 책에 씌어 있는 문장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나의 의식이라는 필터를 통해서 그 문장을 판단해야만 하는 것일까? 이런 복잡한 생각이 떠오르는 모임이었다.


모임 후에 이 책은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읽어봤다.


처음에 읽었던 책에서 많은 문장들이 새로운 의미가 되어서 다가온다. 구두장이 야콥의 종교 얘기도, 페르테와의 우정 어린 말들도, 딸 씽어와의 마주침에서의 따듯함과 싸늘함에서도, 제목인 아침 그리고 저녁의 삶과 죽음이라는 의미와 죽음을 인식하는 아침 그리고 저녁이라는 중의적인 의미도....


내가 읽고, 다른 서평만을 읽고는 알 수 없었을 많은 장면장면들이 독서토론 후에 새롭게 다가오게 된다. 이번 독서모임은 내게 있어서 이렇게 되기를 바랐던 이상적인 독서모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작가를 읽고, 나를 읽는 3독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었으니 이건 4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엄청 만족스러운 독서모임이었다!!!!  깨우쳐주심에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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