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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l 07. 2024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동화 같지만 생각할 거리가 너무 많은...

추천자, 발제자, 진행자 : 아이스크림

독서토론도서 : 클라라와 태양 _ 가즈오 이시구로

참석자 :  아이스크림, 무우우니, 들꽃향기, 샨즈, May현, 갤빈2, 이소희, 김민석 8명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이름의 작가를 독서모임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일본사람이 쓴 책인데 영미문학 부분에 진열되어 있어서 의아했는데, 국적이 영국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남아 있는 날들', '나를 보내지 마' 등의 작품도 관심이 생겼습니다.


모임은 언제나와 같이 가벼운 자기소개와 총평으로 시작했습니다. 외곡, 결핍이 없으면서 대화를 절제하고 일관된 배려를 하는 잘 사회화된 성숙된 인간 같은 클라라에서 사람다움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는 평, 동화 같은 쉬운 문장과 은유와 감탄이 나오는 문장은 없지만 AI라는 생각할 꺼리를 주고, 존엄성, 양극화, 가장 과학적인 AF의 토테미즘적 신앙이라는 안 어울리는 조합, 후설의 순수의식에 가까운 존재로서의 AF 등으로 생각거리와 얘깃거리를 많이 주는 철학적 깊이가 있는 책이라는 평, 쉽게 읽히지만 주제의식이 높은 책이면서 작가의 다른 책을 불러오는 좋은 책이라는 평, 인간의 선한 면과 치졸한 면을 보여주기도 하고, 태양을 통한 치유에서 자연회복/환경에 대한 회복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는 평, 정신건강에 자극적이지 않은 클라라의 인간 목적에 맞는 행동의 해피앤딩 소설이라는 평, 백지로 태어난 클라라가 세상을 배우는 방법을 보면서 내가 세상을 배우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평가하지 않고 정보를 받아들이는 인간성에 대한 희망을 투영하고, 쓸모를 다한 후 평화를 가진 채 야적장에서 최후를 맞이하는 것에 대해서 삶의 마지막이 그와 같기를 바란다는 평 등의 여러 가지 멋진 총평이 있었습니다. 내가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과 내가 생각했던 부분들을 비교하면서 책에 대해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멋진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책의 키워드를 사랑, 인간, 종교로 정해서 각각의 키워드에 대한 의견들을 자유롭게 나눴습니다. 


조지의 엄마가 조지의 초상화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 타인을 사랑해서 하는 행동이 자기만족과 자기 위안의 변형일 수도 있다는 의견, 우월성이 차별을 낳고 학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에서 진정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었을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습니다. 존재로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가 사랑을 판단하는 질문인데, 소유로서 관계는 맞지 않고, 타자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존중이 필요하고 폭력적이지 않은 사랑의 관계여야 한다는 첨언이 있었습니다. 사랑의 의미는 변하고 순간의 사랑은 그 순간에 진실일 수 있고, 사랑의 진실성은 순간순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인간은 이랬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자기 숙명에 맞게 발전하는 다른 AF와는 다른 특별한 클라라처럼 인간다운 올곧은 존재로, 끊임없는 관찰과 관계를 이어나가는 존재, 이타성으로 약자를 돕는 것이 인간다움일 것이라는 의견과 진화상으로 이타성을 선택한 것은 반대로 인간은 약하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결핍을 보완하는 서로 도움이 인간다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좋았습니다. "역사를 넘어서는 인간 존재는 불가하다는 말"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말이 될 것 같습니다.


인공지능을 만들게 되면 절대 악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프로그램될 것 같다는 의견에 공감되었습니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 강령이 떠오르는 의견이었습니다. 또한, 인공지능의 어머니의 명령을 비판 없이 순순히 명령으로 받아들임에 대해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위험성을 감지하고 섬뜩함을 느꼈다는 말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인간의 개별성과 학습으로 인한 일반화를 얘기하면서 공감능력, 언어능력 등이 인간만의 특성이지 않는가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인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것이 단지 범주일 뿐이라는 말도 나왔었고, 우리는 모두 스스로 어떤 인간다움에 대한 각자의 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게 중시하는 인간다움은 이해와 오해의 근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종교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자연으로의 회귀, 잠재적 가능성으로 개별성을 들여다보는 것이라는 말, 자기를 들여다보면서 신과 대화, 타자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을 종교적 시간으로 예시를 들어주셔서 종교에 대해서 다시 생각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인간의 염원, 밝히지 못한 능력, 물질로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 등이 종교를 연상시키는 것 같습니다. 기적은 인간의 내면에 있는 무엇인가의 발현일 것이라는 말 등이 있었습니다. 종교는 파도파도 나오는 너무 깊은 주제라서 어느 순간 시간이 다 지나버렸습니다.


2시간이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말하다 정신을 차리니 마칠 시간이 4분 여가 남았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고, 찻집에서 차를 한잔 마시면서 정말 많은 얘기들을 했던 것 같습니다.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동화 같은 소설을 읽었는데 사랑, 인간다움, 관계, 종교와 관련되는 폭넓은 얘기들을 하게 되고 이어지는 뒤풀이에 개인적인 경험담을 쉽게 오픈할 수 있는 공감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계획한다고 이루어지는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떤 시공간의 비틀림 속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서 이렇게 위안 주고 위안받는 감정을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진솔하게 나의 생각을 얘기하고, 그에 대한 상대편의 편견 없는 피드백을 들으면서 웃으면서 한편으로는 같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은 나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모임은 <모임 마렵다>는 생각이 주기적으로 들게 하는 근원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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