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여름휴가여행이 필수가 되었다. ^^
내가 기억하는 가족여행은 우리 가족이 서울로 올라와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된 이후의 몇 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진행하는 교육과정의 워크숍에서 좋은 장소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가족여행을 가기 시작한 게 처음이었다. 김삿갓 계곡(강원 영월군 김삿갓면 와석리)의 한 펜션이었고, 아래 계곡에 다슬기가 많아서 어머니에게 얘기를 하고 같이 가게 되었다. 방은 하나만 빌리고, 텐트를 치고 가장 돈을 적게 들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았었다. 어스름 저녁 때는 계곡에서 다슬기를 잡고, 잡은 다슬기로 국을 끓여서 가져와야 된다는 것 때문에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 우리 가족의 가족여행은 보통 비슷한 장소를 2번 정도 방문하고는 싫증이 나는지 다른 쪽으로 방향을 튼다. 김삿갓 계곡이 펜션에서도 2번을 가고는 서해안의 펜션으로 이동을 했던 것 같다. 바다가 바다 같지가 않았지만, 조개를 잡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서해안의 펜션은 또 나름 좋았다. 2년간 맛조개와 백합조개 등을 찾기 위해서 땅을 파고 갯벌을 헤매는 여행이었다.
그러다가 다시 방향을 바꿔서 새로 생긴 삼척 솔비치를 예약하게 되었고, 역시나 저렴하게 방하나에 7~8명이 잠자는 여행을 했었다. 삼척 솔비치는 워터파크의 파도풀이 생각 이상으로 크게 올라와서 조카들이 엄청 좋아했고, 어머니는 처음에는 놀랬다가 나중에서야 적응했던 기억이 있다. 난 4~6인실에 7~8명이 잠자는 것에 대해서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우리 집이 부유하다는 생각으로 성장한 여동생들은 방을 하나만 예약가능하다는 것에 꽤 불편했던 것 같다. 삼척 솔비치에서 대게를 먹고, 주변을 산책하던 좋은 경험을 뒤로하고 이제는 한 가족당 한 숙소를 배정하는 가족여행으로 변경이 되었다.
2024년 여름이 오기 전에 또 여동생들의 가족여행 결정을 위한 채팅이 이루어졌다. 항상 처음 여행 계획의 시작은 둘째가 제시한다. 둘째의 제시에 막내가 적극 호응하고, 나는 예산심의를 하는 역할이다. 너무 비싸다. 전체 예산이 얼마나 들 것이냐? 장소가 가기에 적당하냐? 등등의 꼬투리를 잡는 역할이 내가 하는 역할인 것 같다. 이번에는 가족여행을 해외로 가자는 얘기가 시작되고, 오키나와, 홋카이도, 일본 크루즈 등의 예산을 생각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아이디어 투척이 시작되었다. 크루즈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좀 좋아 보이기도 했는데, 일본으로 크루즈 여행이 그다지 당기지 않았던 나의 사보타주와 전체 가족의 여행 경비에 대한 나의 예산예산에 다들 한 걸음씩 물러서는 분위기였다. 적극 호응하는 역할의 막내도 금전적 부담으로 포기를 선언했고, 그렇다면 크루즈 여행은 돈이 들어온 다음으로 연기하자고 했다. 해외여행을 말하기는 했지만, 가족여행으로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가족당 600만 원씩은 들 것이라 예상해서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
그러자, 둘째가 번개처럼 국내여행으로 방향을 돌려서 풀빌라를 검색해서 던지기 시작했다. 방하나에 40만 원이 넘어가는 풀빌라에서의 2일을 얘기하는데, 가평에서 2일을 자는 것에 대해서 반박하면서 강릉 1박과 가평 1박으로 2박 3일을 꾸리는 것으로 여행 가닥을 잡아갔다. 그랬더니 강릉의 숙소 중 꽤 핫하다는 곳을 찍어서 1박 50만 원 정도를 얘기했다. 두 가족이 가면 숙소비만 17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이 되었다. 1박으로 줄이자고 여행축소를 주장하면서 1차 회담은 중단되었다. 둘째는 2개를 예약을 해놓은 채로 취소하지 않고 기다렸던 것 같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결국은 내가 가는 것으로 결정할 것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었다. 더욱이, 자기가 70만 원을 부담하겠다는 것으로 2박 3일의 일정을 확정하도록 밀어붙였다. 둘째가 저렇게 자기가 돈을 더 내겠다는 제안을 하면 나는 보통 못 이기고 그대로 가는 것 같다.
항상 느끼지만, 나는 장남으로 가난하게 컸는데, 여동생 둘은 살면서 우리가 가난하다는 것을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성장한 것 같다. 나는 항상 마음이 가난하고, 여동생 둘은 풍성하고 부유하게 살고 있다.
여행이 결정되고 어머니는 지켜만 보고 있다가 더 많이 놀기를 희망하면서 일정을 한 번씩 물어보신다. 이전에 강릉에 갔을 때, 강릉중앙시작에서의 먹거리 사서 먹었던 게 생각이 나서 강릉시장을 가서 둘러보고, 드라이브를 하고 숙소로 들어가면 되겠다는 기본적인 계획만을 세우고 출발하기로 했다. 우리 집의 가족여행은 5시를 기준으로 시작된다. 수요일 저녁 조금 늦게 도착했지만, 5시에 일어나서 물품들을 챙기고, 여행 갈 때마다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는 찰밥, 참치김치 볶음, 그리고 김을 준비한다. 막내 가족은 개별로 출발하기로 하고, 우리 가족이 먼저 출발해서 둘째를 픽업하기 위해 출발했다. 원래 출발시간은 5시 30분이었으나, 조금 지연되어서 6시경 출발했고, 판교에서 둘째를 만난 시간은 6시 45분경, 6시 50분에 출발하면서 막내에게 전화하니 막내는 7시경 일어나서 출발이 늦어졌다.
차를 타고 출발해서 가는 도중에 하늘이 조금 흐리기는 했지만, 점점 날씨가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둘째가 자기는 '날씨의 요정'이라고 자주 말하는 데, 점점 확신으로 둘째와 가면 날씨가 좋으려니 생각하게 된다. 그렇데 그런 자기 예언이 또 잘 맞아줘서 점점 더 믿게 된다. 음악을 틀면서 고속도로를 달리는 데, 조금 빨리 출발했다고 차가 막히는 게 없고, 모두들 신났다. 특히, 어머니는 놀러 가는 것이 젤 즐거운 것 같다. 우리 딸은 역시 차를 타면 잠이 든다. 주변의 풍경을 충분히 느끼기를 바라지만, 차에서의 시끄러운 얘기소리에 귀를 닫고, 이어폰을 끼고는 잠시 뒤에는 잠이 든다. 그래도, 음악에 대한 취향이 확실히 있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따라 부르기도 하고, 우리 가족들과의 여행은 또 즐거워한다. 자기 나름으로 즐기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생각해 보면 2006년에 태어난 딸은 현세대에서 그렇게 신비롭게 생각하는 MZ 세대이다.
딸은 휴게소를 엄청 좋아한다. 근데, 막상 휴게소에 가서 사 먹는 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소시지나 핫도그 같은 것들이다. 아마, 차를 타고 멀리 떠나는 여행을 좋아하고, 휴게소는 여행에 따라오는 추가 경험치 같은 느낌인 듯하다. 첫 번째 휴게소에서 우리의 비장의 찰밥에 참치김치볶음을 곁들여서 김에 싸 먹고, 휴게소 주변을 둘러보면서 소시지 간식 하나를 사서 강릉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 막내의 전화에서 8시에 출발했는데, 교통체증으로 우리보다 도착시간은 3시간 이상 늦어질 것이라는 것을 듣고, 우리가 빨리 출발한 것이 다행이라고 서로 자찬을 했다. 힘들게 혼자서 운전할 막내를 걱정하면서 우리가 먼저 가서 숙소체크인을 하자고 얘기했다.
11시경에 강릉에 들어왔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강릉중앙시장을 찾아갔는데, 서울에서 피서를 강릉으로 다 왔는지, 주차를 할 장소가 없을 정도로 차가 붐볐다. 시장에서 조금 먼 곳에 주차하고 시장으로 갔는데, 이전에 우리가 왔던 것과는 시장 거리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간판도 통일되게 정리되어 있었고, 손님들도 엄청 많았다. 맛에 민감한 둘째가 김치삼겹살이라는 것을 사기 위해서 줄을 섰고, 이전에 먹었던 장칼국수집을 찾아보니, 기존 장소에서 멀리 이동을 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닭강정도 줄을 엄청 서있고, 순대도 먹어봐야겠다고 해서 고민하다 닭강정은 포기하고 순대는 사기로 했다. 재밌게도 둘째가 순대를 사기 위해서 줄을 서자 사람들이 더 몰려들었다. 시장거리는 에어컨이 없고, 위는 비를 막기 위한 천막 같은 것으로 막혀서 거리를 걷는 내내 너무 더워서 계속 부채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더위 때문에 딸은 걷는 것도 싫어했고, 시장도 싫어했다. 얼굴의 짜증을 보이는데, 슬러시 한잔으로 짜증을 조금 가라앉혀야만 했다. 아주 긴 줄의 어려움을 헤치고, 김치삼겹살과 순대와 아바이순대 반반을 사서 이전의 장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조금 허름하지만, 예전의 그 사람들이 그대로 하는 것 같은 이화식당이라는 장칼국수집을 찾아서 들어가니 마침 4인자리가 있었다. 놀랍게도 가게 안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하고, 살 것 같았다. 장칼국수, 비빔국수, 김밥, 냉국수 등을 시켜서 먹는데, 이전의 맛과 같아서 반갑고 맛있었다. 어머니도 간이 잘되었다면서 엄청 맛있게 먹었다. 더운 시장골목에서 에어컨이 있는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으니 또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가격이 14000원이라고 하니, 옆에서 딸이 "헉, 1인 배달만 해도 14000원인데, 4인이 먹었는데 이 가격이라니!!!"라면서 놀랜다. 이 가격이 맛있게 기억되는 것은 가성비가 미각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밥을 먹고, 길을 잘 찾아서 최단거리를 발견해서 차로 돌아왔다. 예전에 둘째는 길 찾는 대가였는데, 이번에는 더 먼 길을 제안해서 내비게이션으로 인해 본인의 장점을 잃어버린 것이라는 추측이 되었다. 차로 숙소로 출발하기에 앞서서 화장실을 잠시 들렀는데, 그곳에서는 건물입주자의 피눈물 나는 대자보가 있었다. 좋은 전망을 보고 입주한 건물이 좋지 않은 투자이고 보증금과 이자로 고통받고 있는 듯한 내용이었다. 시장옆에서 발견한 안타까운 사연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숙소에 도착했는데, 아직 입실할 수 있는 시간이 안되었다. 주변의 카페를 찾아서 차를 한잔 마시면서 쉬기로 하고, 찾아간 카페가 층고가 엄청 높은 시원한 곳이었다. 바닷가와 바로 이어져있었고, 음료만 사서 마시는 데, 뒤에 앉은 아저씨가 여기 카페가 크루아상 맛집이라고 꼭 먹어봐야 한다는 소리에 크루아상도 사서 먹어봤다.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엄청 잘 만들어진 크루아상을 먹는데, 먹는 방법까지 가르쳐주면서 엄청난 인사력을 보여주는 아저씨 때문에 재밌었다. 그걸 보면서 어머니는 역시 둘째가 이뻐서 사람들이 자꾸 같이 얘기를 하고 싶어 한다고 뿌듯해하신다. 자기가 딸을 예쁘게 잘 나았다고 자신감이 대단하시다. 둘째와 어머니는 카페에 연결된 바닷가로 가는데, 나는 피곤해서 자리에서 차를 마시다가 졸았다. 얼마나 졸았는지, 우리가 입실할 시간이라고 해서 숙소로 갔다.
오늘 우리가 머물 숙소는 'Grande Mare'로 아마도 'Grand Marine'일 것이라고 뜻을 예상했는데, 사전을 찾아보니 'mare=영어로는 암말'이라는 뜻이 있고, 'mare=프랑스어로는 늪, 못'이라는 뜻이 있다. 또한 북대서양을 'mare aux harengs'로 번역하는 것으로 짐작하기로는 'mare'는 바다를 뜻하기도 하는 것 같다. 키를 받고, 추가 비용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면서 역시 170만 원은 최소비용이고 추가되는 비용이 더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을 지켜봤다. 어차피 낙장불입, 계산을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왔다. 문을 열자마자, "우와...."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둘째는 새로운 장소의 방에 들어오면 동영상을 찍는다. 우리 모두를 조용히 시키고 방 전체를 찍기 위해서 휴대폰을 든다. 일단 우리는 다른 방으로 가서 구조를 살펴보고, 방에 딸린 풀빌라를 확인한다. "헉....그런데, 풀에서 수증기가 올라온다. 너무 뜨거운 것 아닌가?" 동영상 촬영이 끝나자마자, 더위에 샤워를 하고 튜브에 바람을 넣고 풀에 들어갔다. 따끈하다. 겨울이면 딱 좋을 것 같은 온도?? 우리는 미온수를 요청했는데, 거의 온수다. 뭐...곧 식겠지라는 생각으로 들어가서 풍덩풍덩 놀았다. 풀의 크기는 2명이 들어가면 적당할 정도로 작았다. 그래도 하늘 보면서 누워서 둥실둥실 떠있을 수 있으니 뭔가 따뜻하면서 편안했다.
예쁜 숙소에 우리 짐이 한가득 들어오니, 금세 지저분해졌다. 역시 넓은 공간이 주는 여유를 느끼려면 돈이 더 필요한 듯하다.
엄청나게 오랜 시간 운전한 막내동생도 도착하고, 조카들도 따뜻한 풀에 들어가 보고는 깜짝 놀란다. 숙소에 들어와서 대충 정리를 하고는 바닥에 쿠션을 깔고 누워서 잠이 들었다. 누가 계속 깨워서 일어나 보니, 딸이 바다로 들어가자고 나를 깨운다. 얼마나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다로 들어갈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가자고 해서 비몽사몽으로 깨서 바다로 따라갔다. 여동생 둘과 딸이 바다에 들어갔는데, 재밌고 신난다고 난리가 났다. 나도 숙소로 가서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짧은 오리발도 끼고 구명조끼도 입고 바다로 들어가서 왔다 갔다 파도에 넘실넘실 몸을 맡기니 이건 좁은 빌라 내의 풀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탁 터인 느낌이다. 조카에게 같이 가자고 했는데, 망설여서 그냥 왔더니, 어머니는 그게 아쉬웠는지 들어가서 조카를 설득해서 데려 나오려고 숙소로 돌아갔다. 7시인지가 되니, 안전요원이 바다에서 나와야 할 시간이라고 해서 아쉬워하면서 나왔다. 숙소 앞에서 바다로 가려는 조카와 어머니를 만나면서 좋은 기회를 놓쳤다고 아쉬워했다.
운동도 했고, 배는 고프고, 중요한 저녁을 뭘 먹을지를 결정해야 했다. 둘째는 엄격한 다이어트로 저녁식사를 간편식으로 해결하고, 우리는 해산물 짬뽕을 먹으려고 오후에 들렀던 카페의 옆 식당을 찾아갔다. 7시 30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방이 끝나서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일인가? 관광지에서 식당이 이렇게 빨리 문을 닫다니...' 차를 몰고, 경포대 시내로 가기로 했다. 지난번에 왔던 호텔도 보고, 맛집처럼 보이는 곳을 찾아서 들어가서, 황태정식, 순두부쫄면, 순두부짬뽕을 시켜서 먹었다. 어머니는 만족감이 대단하셨다. 배불리 먹고, 카페를 찾아가려는 원래 계획과는 다르게 숙소로 돌아와서 옥상 테라스에 올라가 봤다. 굉장히 멋진 뷰를 보여주는 휴식 공간이 있었다. 저녁이라 불빛도 예뻤고, 그 불빛을 찾아온 어마어마한 벌레들도 있었다. 딸이 깜짝 놀라면서 숙소로 도망갔다.
이마트에서 음식을 한 아름 사서 돌아온 막내네 가족이 식사를 하는 중에 나는 졸려서 잠이 들었고, 딸이 자기 잠자리를 뺐었다고 나에게 엄청 삐졌다. 얼마동안 삐졌는지 두고 보라는 말을 하는데, 계속 안 비키고 있는데, 어머니가 빨리 바닥으로 내려가라고 재촉해서 딸에게 소파 잠자리를 양보하면서 아래로 굴렀다. 푹 잠들고 나서 일어났을 때가 다음날 새벽이었다. 숙소는 통창으로 2개의 면이 파노라마식으로 넓게 펼쳐져서 보이는 곳이었다. 하늘과 옆의 숲이 멋지게 펼쳐져 있는데, 일출이 시작될 듯한 분위기였다.
하늘은 붉은빛과 주황빛이 그러데이션으로 펼쳐지고 있고, 아직 해가 뜨지 않았을 것 같은 동쪽해변은 얇은 구름 떼가 뒤덮고 있었다. 예전 코타키나발루 여행에서 보았던 일몰이 떠올려지는 광경이었다. 집안에서도 일출을 멋지게 볼 수 있다고 좋은 숙소라고 얘기하던 중에 둘째가 옥상에서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올라갔다. 뒤이어 나도 따라 옥상으로 갔는데, 유리를 통해서 보는 것과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풍경은 생각보다 훨씬 더 넓은 공간감을 주었다. 탁 터인 사방에서 앞쪽은 일출, 옆쪽은 밭처럼 보이는 곳과 수풀, 뒤쪽에서는 병풍 같은 산이 있어서 너무 멋지다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여동생과 큰 조카가 같이 올라왔다. 일출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곳을 보니, 구름이 살짝 가리고 있다. 모든 일출을 보는 사람들이 하는 질문을 큰 조카가 했다. "이미 해가 뜬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내가 답했다. "항상 일출 보러 오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어. 아직 안 올라왔어. 기다려봐!!!" 인터넷에 일출시간을 검색한 둘쨰가 6시 29분이라고 알려줬다. 그렇게 일출을 기다리는데, 큰 조카가 한쪽을 가리키면서 "저 것 아니야?"라고 물었다. 바다와 구름 사이에 아주 빨간 선이 한 줄 그어지고 있었다. "맞아... 맞아.... 저거야....." 그때부터 몇 분 간 우리는 감탄하면서 사진만 찍었다. 너무 멋진 일출이었다.
큰 조카가 찍은 사진을 보는데, 내가 찍은 사진과는 다르게 뭔가 일출이 장엄했다. 사진을 공유받아서 비교해 봐도 어떻게 찍었는지 큰 조카의 사진이 훨씬 멋져 보였다.
생각지도 못한 일출 명소를 알게 되고, 우리가 그 멋진 일출을 보게 된 행운에 기뻐했다. 딸과 작은조카, 매제가 같이 못 봐서 아쉽기는 하지만, 뭐 사람들마다 그 순간에 중요한 것은 다 다르니,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멋진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하나하나 기억을 남기려는 생각에 너무 길어지는 것 같다.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