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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Feb 12. 2023

자그마한 오두막집

평온과 안식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시청률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도 이 프로그램을 가끔 본다. 프로그램의 포맷은 굉장히 단순하다. 자연에 사는 사람을 찾아서 하루를 같이 일하고, 밥해먹고, 얘기를 하다가 헤어진다. 별 내용이 없는데도 왜 사람들은 이 프로그램을 보는 것일까?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 자연인이라는 사람들이 아무 걱정이 없어보였다. 소박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맑은 공기 속에서 운동하고 일하는 단순한 삶이 평화로워보였다. 많은 경우 건강상의 이유로 산에 들어오게 되었고, 산에 들어오고 난 이후 지병이 나았다는 얘기를 한다. 이런 말이 자연에서의 삶이 스트레스 없은 평온과 안식을 준다는 생각을 사실로 만든다.


자연인의 삶에서 도시생활과 완전히 대조되는 것이 인간관계이다. 자연인은 다른 사람과의 교류가 거의 없다. 혼자서 결정하고 일하고 먹고 산다. 그러면서, 예쁘게 지어진 집이나, 잘 가꾸어진 텃밭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감탄도 한다. 또, 산에서 약초를 캐서 술도 담그고 여러가지 일을 즐겁게 하는 모습을 보면 따라하고 싶은 정도로 매력적으로 보인다.


이렇게 적다보면 내 마음을 알게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자연인에게 부러워하는 부분은 자유인 것 같다. 의, 식, 주가 해결된 상황에서 모든 결정을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자유로운 삶. 돈에 대한 걱정과 욕심,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다른 사람과의 비교에 따른 경제/지위 무한경쟁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자연인의 자유.


아름다운 은퇴의 삶이 자연인에는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자연인들의 속마음을 듣는 저녁의 대화에서는 자연인들의 아픈 과거와 병에 걸렸을 때의 절망감 등을 듣게 된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처럼, 자연인들의 생활이라고 마냥 행복하고 자유롭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평안과 안식"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하나의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인적드문 산 속, 자그마한 오두막에 창은 넓어서 햇볕이 잘 들어오고, 넓은 황토방에 커다란 대청마루가 있다. 그 마루에 누워서 아침녁의 햇살이 길게 마루를 거쳐서 흘러들어오고, 창을 열고 맑은 공기를 느끼면서 편안히 책을 읽는 것이다. 멀지 않은 곳에서는 자그마한 시냇물이 흐르고, 주변은 조용하면서도 싱그러운 느낌의 봄냄새가 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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