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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Feb 19. 2023

비가 오다가 멈춰버렸다.

가끔은 비 오는 날이 좋다.

내가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때는 밖에 나갈 일없이 큰 창을 통해서 밖에서 흩날리는 비를 보면서 편안히 집에서 쉴 수 있는 날이다. 오늘처럼 일요일 오전에 비가 내리면, 마음에 수분이 더해지는 촉촉한 느낌이라 좋다. 조금 거칠게 창문을 두드리는 빗방울도 좋은데, 오늘의 비는 충분히 적시지 못하고 목만 축이는 이슬 같은 조금 아쉬운 양이다.


몇달전부터 나에게는 편안한 루틴의 시간이 생겼다. 일요일 오전 9~12시, 약 3시간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으로 할당되었다. 어제는 잠도 푹 잤고, 해야 할 일도 대충 마무리가 되었고, 아직 일요일이 한가득 남아있는 시간이다. 아침으로 드립 커피 한잔과 빵을 먹고, 너무 달지 않은 빵이면 더 좋았을 텐데 하면서도 적당히 배부르고, 마음도 편하고 뭐.... 이렇게 만족하면 행복이다.


지난 금요일까지는 어떻게 돈을 많이 벌어서 경제적 자유를 얻을 것이냐를 설파하는 책을 읽었는데, 책의 말미에 얼마가 있어야 경제적 자유라 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묻는 내용이 있었다. 


"나에게 얼마나 많은 돈이 있으면 경제적 자유라고 부를 수 있을까?"

=> 경제적 자유라고 하면, 일하지 않고 벌 수 있는 돈이 500만 원은 되어야 할 것 같다. 그럼, 한 달에 500만원만 들어오면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살 수 있나? 다시 생각해 보니, 지금은 회사 다니느라 돈 쓸 시간이 없어서 그렇지 쉬면서 여행 다니려면 돈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한 달에 한 700만원 정도는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나만 사는 데는 그 정도 돈이면 될 것 같은데 우리 가족도 데리고 여행 가려면.... 음.... 한 1000만 원만 더 들어오면 좋을 것 같은데....


"경제적 자유를 얻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되면 무엇을 하는 것이 좋을까?"

=> 일단, 장기 여행 한번 가고 싶다. 유럽여행도 좋고, 뉴질랜드/오스트레일리아 쪽으로 한 2달 정도 여행하면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여행도 너무 오래 하면 좀 힘들고, 지겹기는 할  것 같은데, 장기 여행 후에는 그냥 집에서 좀 쉬는 게 더 낫으려나....


이렇게 직접 나에게 묻고 답하다 보니, 경제적 자유라는 게 정말 주관적이고 정해진 금액이 없다. 실제, 내가 한 달 생활비로 꼭 필요한 비용은 500만원보다 적다고 할 수 있다. 미래를 대비한 저축 부분이 있으니까, 생활비는 400만원이면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여행은 한두 번은 지금도 갈 수도 있다. 막상, 퇴직을 하게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조용하게 운동하고, 책 읽고, 글 쓰고, 가벼운 알바를 할 수 있으면 하고, 1년에 1~2번 정도 가고 싶은 나라로 여행을 갈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 현재 가진 경제적 능력으로 그 활동은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혹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이라는 걱정이 자꾸 없는 위기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 돈을 모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혹시,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 앞으로 오랜 세월 동안 살기 위한 돈으로는 부족하다. 자녀를 교육시키고 자립시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충분한 돈을 모아야 한다. 이런 생각이 나를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게 하고, 더 모아야 한다. 더 벌어야 한다. 내가 일을 하지 않더라도 돈이 벌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재테크 해야 한다. 라는 무수히 많은 강박적 행동들로 이끈다. 


물론, 앞으로도 노력해야 한다. 가능하면 더 좋은 환경에서 경제적 자유를 얘기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간혹은 비가 오는 날처럼 쉬면서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에 자기를 칭찬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많은 책에서 얘기하듯이 과거는 지나가서 바꿀 수 없고, 미래는 오지 않아서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니, 현재를 살아야 한다. 나의 현재 결정이 조금 후의 나의 과거가 될 것이고, 그 행동과 경험이 나의 미래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 나는 지금 현재, 일요일 오전 9~12의 시간으로 일주일을 살아갈 충분한 재충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만족하고, 나의 글은 내가 생각한 바를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생각은 수시로 바뀌겠지만, 뭐 어떤가? 3시간 뒤 나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내게는 다음 주의 3시간이 다시 돌아올 텐데. 


알이즈웰!!! (=All is We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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