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고, 그토록 커 보였던 부모님이 작아진다.
살다 보면 영원할 거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렸을 때, 그토록 대단해 보였던 부모님이 나보다 작아지는 변화가 그렇고, 나보다 훨씬 똑똑해 보이던 친구들도 영원히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보이는데 어느 순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그렇습니다. 부자친구들도 나보다는 훨씬 더 부자로 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르게 살펴보면 나보다 훨씬 못살던 아이들은 나보다 가난하게 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더 약진하는 경우들을 발견합니다.
그런데, 변하지 않을 것만 같던 모든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조금씩 바뀌어 있는 것을 찾게 됩니다. 그토록 대단해 보였던 직위의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되기도 하고, 잘 나가던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기도 합니다. 전혀 변화하지 않는 것 같은 사람들의 직위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더 나아지는 사람과 더 못해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새 내 나이가 앞으로 무엇을 할까를 살펴보는 것보다는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시간들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계신 요양원을 다녀오고 나서, 어머니가 갑자기 한 말이 갑자기 기억에 남습니다.
'내가 아파서 우리 아들한테 짐이 되면 안 되는데...'
이 말이 뭉클하니 가슴이 아팠습니다. 나한테는 무엇보다도 큰 힘이 되어주던 어머니가 언제까지고 열정과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살 것 같던 어머니가 아들에게 짐이 될 것을 걱정하는 나이가 되었다는 것에 세월의 흐름에 약해지는 어머니를 느끼면서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도 저와 같은 말을 우리 딸에게 하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들이 많이 들던 중에 회사에서 부친상 부고에 관한 공지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잘 알던 직원은 아니어서 그냥 부조만 하고 말까 했는데, 점심시간을 들여서 찾아볼 수 있어서 찾아갔습니다. 주소에 따라서 찾아간 장례식장이 도심에 있는 조그마한 장례식장이라서 조금 놀랬고, 상주가 20대의 여자직원 한 명이라는 것 때문에 더 놀랬습니다.
아버지 상을 20대 여자직원이 혼자서 지키고 있는데, 그냥 눈물이 흘렀습니다. 사람들도 많은 데, 눈물이 흐르는 것을 가릴 수도 없고, 마치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던 '지안'이라는 캐릭터도 연상되고, 내가 떠나고 난 뒤의 우리 딸이 저렇게 되지 않을까라는 걱정도 되면서 상주를 뵙고 식사를 하는 내내 눈물이 흐르는 것을 막기가 어려웠습니다.
개인적으로 감정이라는 것은 억지로 억누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경험은 그다지 좋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때의 그 슬픈 감정과 그 직원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무지의 미안함이 남아서 뭐라도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문상만 하고 회사로 복귀를 했습니다.
어머니의 짐이 안 돼야할 텐데, 혼자서 상주를 하는 경험 등이 나의 삶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하게 충실하게 살아야 할 텐데 너무 무정제 되고 욕구에 지면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더 열심히 운동하고, 사랑을 표현하고, 더 많은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보내려고 노력해야 하지 않을지 되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