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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간에 갈등이 생기면

해소에는 발생보다 더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

by Mooony

나의 일과 관련된 일들을 실명으로 진행하고 싶지 않은데, 잘 설명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맡고 있는 교육과정이 있다. 이 과정은 중소기업의 대표 또는 임원들을 위주로 교육을 진행한다. 내가 꽤 많은 시간 진행하고 경험해서 많은 애착을 갖고 있고, 보람도 느끼는 일이다. 그런데, 이 일을 진행할 때는 주기적으로 몇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가장 먼저 찾아오는 위기는 과정에 대한 이미지이다. 교육을 듣고자 하는 사람들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강의를 듣고 싶어 하지, 비주류 과정에 에너지를 쏟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러다 보니, 모집에서 애로를 겪게 된다. 교육을 수강하기는 원하지만, 그 과정이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인지 아닌지 눈치싸움이 생긴다. 그래서, 일정한 인원수까지 모집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첫 번째 어려움을 이겨내고, 모집이 잘 되었다면 보통 교육담당자들은 과정 진행의 50%는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바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친밀감 활성화에서 두 번째 어려움이 나타난다. 모두들 자신의 회사에서는 자기가 의사결정자이다 보니, 자존심도 강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굽혀야 할 이유도 없다. 내가 먼저 급하게 다가가야 할 이유도 없고, 마음에 안 들면 교육과 모임에서 탈퇴하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사소한 일에도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대표들과 임원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다 보니, 모집 이후 서로 간에 친밀감을 돋우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들을 제안하고, 시도해 본다. 교육을 완료한 교육생들은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 모임을 만들어서 총동문회라고 이름 짓고 지속적인 인간관계를 넓혀나가고자 한다.


생각지 못한 갈등이 시작된 것은 2023년 회장님과 2022년 회장님이 교육생들의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서 술을 한 번씩 사자는 약속을 하면서였다. 이번에는 기존보다 많은 교육생이 모였고 한번 술을 사는데 드는 비용이 약간은 부담스러워지면서 새로운 의견이 나타났다. 그냥 두 사람이 한 명씩 두 번 술을 사는 것보다는 둘이서 돈 모아서 한 번에 술을 사는 것이 좋지 않느냐는 제안이었다.


이 제안이 문제가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2023년 회장님은 2022년 회장님에게 같이 사자는 제안을 했고, 2022년 회장님은 그 제안에 그렇게 하자고 동의를 했다. 나는 교육을 진행하는 입장이었고, 교육시간은 저녁 7시에서 9시까지 진행이 된다. 그런데, 예전에는 9시 교육이 끝나고 뒤풀이 장소로 이동을 해서 새벽까지 술을 마시면서 친목을 다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사람들이 술을 엄청 많이 마시지도 않고, 늦게까지 남아있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우리 교육을 듣는 사람들의 인원수를 받아들일 만한 적정한 술집을 찾기도 어려웠다.


2023년 회장님은 장소제안을 위해서 2023년의 교육생들의 업무를 담당하시는 분에게 장소에 대해서 문의를 했다. 교육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교육과 뒤풀이를 따로 하기보다는 한 번에 할 수 있는 웨딩컨벤션 장소를 제안했고, 2023년 회장님은 거기로 하자는 결정을 내렸다. 교육과 뒤풀이를 한 장소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이 나서 섭외도 하고, 와야 할 모든 사람들에게 공지도 했고, 교육진행을 위해서 필요한 물품도 옮기고 가까운 곳의 교육만 준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게 일이 준비되었다.


교육이 시작되기 하루 전, 2022년 회장님과 같이 일을 하는 분으로부터 단톡방이 열렸고, 이번 뒤풀이의 목적과 의의에 대한 장황한 설명과 함께 뒤풀이 장소가 적절하지 못해서 쓸데없는 돈만 낭비하는 것이라는 불평을 제기했다. 당장 내일 교육이 진행되는데, 장소를 변경하는 것은 시간상으로도 이제 잘 모이려고 하는 교육생들에게도 적합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번 장소에 대한 불만을 토해낸 2022년 회장님은 행사에 돈 내는 것이 너무 아까운 일이라고 불평하고, 2023년 회장님은 연락이 안 되고, 그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서 제안했던 교육 담당하시는 분은 그럼 나는 교육취소하겠다고 하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결론은 돈을 내는 사람에게는 돈을 낼만한 환경을 충분히 마련해줘야 하고, 한 번의 일에 두 사람의 돈을 쓰게 하려면 두 사람 간의 긴밀한 협조와 협의가 있어야 된다는 교훈을 가지게 된 일이었다.


2022년 회장님과 2023년 회장님과의 소통부재, 장소확정하기 전에 서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소가 결정되고, 충분한 설명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고, 2022년 회장님은 자기 돈을 원하지 않는 곳에 써야 한다는 것에 기분이 나빠진 상황에서 양쪽의 불평이 나에게 쏟아지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취지를 알면서 왜 그런 장소를 섭외했느냐는 비난과 2023년 회장님은 모임의 취지가 환영회이면 적당한 장소인데 2022년 회장님은 왜 저렇게 반응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는 내용들이 서로에게 향하지 않고, 진행하는 책임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들어왔다.


여기서 정말 여러 가지 교훈을 얻게 되었다.


1. 사람들의 생각은 다 달라서, 동일한 일이라고 똑같이 보지 않는다.

2. 어떤 사람이 돈을 같이 내겠다는 말에 동의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돈을 내겠다는 말을 아니라는 것이다.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확인이 되어야 같이 낼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3. 돈을 공동으로 내기 위해서는 돈 내는 사람들 간의 긴밀한 협조와 협의가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가급적이면 돈을 나눠서 내게 하지 말고, 혼자 내게 하는 것이 좋다.

4. 인간관계는 어렵다.


이 문제에 있어서 해결책은 들어주는 것이었다.


두 사람의 의견과 생각들을 그대로 듣고, 우려와 고민을 다른 말로 들려주었다. 현재의 상황도 있는 그대로 설명을 했다. 그래서, 교육과 뒤풀이는 처음 계획했던 데로 진행이 되었다. 그럼에도, 감정적 앙금은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관여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들이 각자 다르고, 사람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단순한 일을 바라보는 관점과 문제점이 늘어났다. 사람들과 관계가 한번 꼬이기 시작하니, 점점 더 복잡하게 꼬여가는 것을 옆에서 보고 양쪽으로부터 하소연을 들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이 사건이 마무리된 듯 보이지만, 다시 의견불일치로 인해서 서로를 비난하는 분쟁의 불씨로 남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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