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그렇게 돌아가는 게 아니다.
잘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 자극을 크게 받을 때가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 때이다.
2023년 3월 30일(목) 우리 회사는 이사회를 통해서 조직의 변경을 승인받아야 하고, 조직의 변경이 승인되면 그에 맞춰서 인사이동이 일어나게 된다. 이사회를 진행하는 부서, 인사이동을 실행하는 부서, 그리고 부서의 이동과 시설의 변경을 수정하는 부서가 연계가 된다. 내가 속한 부서는 부서의 이동과 시설의 변경을 수정하는 것을 책임지는 부서이다.
이사회의 승인과 함께, 부서의 이동 즉 시설을 담당하는 직원도 동시에 다른 부서로 이동인사가 일어났다. 대체 인력은 이제 사회생활을 한 지 6개월 정도 되어가는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이동에 대한 준비를 한던 원래 직원은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업무인수인계도 어렵고, 자기가 이동한 부서에서의 업무파악으로 정신이 없는 상태로 주말이 지나갔다.
팀원들도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인한 업무공백으로 자신에게도 더 많은 일들이 넘어올 것을 두려워하면서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은 모든 간부들과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우리 팀이 해야 할 일을 발표하고, 부서 간 이동과 시설의 변경은 담당자의 인사이동으로 인해서 좀 늦어질 예정이라고 상사에게 말씀을 드렸다. 주말부터 기침이 나고, 독감기운이 있어서 월요일을 마스크를 쓰고 보내고 난 후 그 주에 우리 팀에게 주어진 일을 서로 공유하고, 앞으로의 업무 공백을 메울 방법을 상의하고 난 다음날은 독감이 더 심해져서 오후에는 병원을 가기 위해서 반차를 사용했다.
병원에서 약 타고난 이후 집에서 잠시 쉬는 데, 익숙한 전화번호가 떴다. 우리 회사의 대표의 직통번호였다. 전화를 받고, 휴가 중이라는 것을 밝혔다. 잠시간의 건강 관련 안부를 묻고 난 후, 본격적인 요구사항을 말씀하셨다.
"조직이라는 것은 인사가 일어나고, 방향이 목요일 정해졌으면 그지난 주말에는 방향에 따른 이동이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늦춰지는 것은 조직의 일처리 방식이 아니다. 지금, 업무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에 대한 나의 속마음은
'아니, 그렇게 급하면 담당자 인사이동을 차후 진행했어야지, 이동을 계획하고 있던 담당자를 인사이동 시켜놓고, 어떻게 바로 다음날 적은 규모도 아닌 4개 팀의 이사와 명칭변경 등을 진행할 수 있겠어요? 너무 무리하게 요구하시는 겁니다. 아니, 무슨 말만 하면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상식적으로 지시를 해주셔야지, 몸 아픈 직원한테 이렇게 무리하게 요구하면 어떻게 하라는 건지.....'
였지만,
"네, 확인하고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일단 우리 팀 단톡방으로 들어가서 현재 진행사항과 가장 빠르게 이사와 조직변경 정리를 할 수 있는 날자를 확인했다. 전임 담당자는 대대적인 인사이동에 따라 각 팀의 구매요청 목록들을 정리해서 책상과 의자를 구매해서 조직이동을 진행하려고 계획하고 있었다고 한다. 다른 팀과의 협의에 대한 최종 내용을 나에게 공유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물건 사고, 이동하면 언제가 가능하냐"라고 내가 물으니
"계약체결하고 물건 입고되는데 약 2주 정도가 걸립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2주 뒤에 이동 진행하겠다고 하면, 욕을 무더기로 얻어먹을 상황이다.
"물건을 나중에 사고, 이동을 먼저 하면 얼마나 걸리냐?"라는 질문에 대해
"그러면, 이사를 두 번 해야 할 텐데요? 이동하는 팀들의 불만이 많을 겁니다."라는 부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일단, 오늘은 퇴근시간이 다 되었고 지금 마땅한 방법이 없으니 내일 오전 8시 30분에 전임자와 후임자같이 미팅을 하면서 가장 빠르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하고, 쉬려고 하는데 감기로 머리는 아프고, 대표로부터 직접들은 일처리에 대한 불평이 나에 대한 평가처럼 느껴지고, 빠른 이동을 위해서 관계되는 모든 팀들과 재협상을 내가 주도해야 하는 상황 등이 머리를 더 아프게 하고, 걱정 속에서 잡이 들 수밖에 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회사로 나가면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단은 목표 이삿날 자를 확정 짓자는 생각으로 이번주말을 이사 날자로 마음속으로 정하고 갔다.
전임자로부터 일단 진행된 사항을 듣고, 꼭 해야 할 일과 미룰 수 있는 일에 대한 의견을 듣고 4개 팀의 이동에서 1개 팀은 이동을 2주 후로 미루고, 3개 팀의 이동을 주말에 완료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들을 후임자와 함께 들었다. 그리고, 후임자를 데리고 이동 대상 4개 팀을 돌면서 현 상황을 설명하고, 빠른 이동을 위해서 물품구매를 최소화했고, 필요한 물품은 이사 후 다시 한번 정리해서 사겠다는 약속과 함께 주말 이사에 합의를 도출했다.
후임자는 경력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요청하기도 어려워하고, 문서작성도 자꾸 틀리고, 바쁜 일정에 맞추자니 맡겨만 둘 수 없어서 계획 세우고 결재를 받는 모든 순서에 담당 팀장들에게 전화해서 협조를 요청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째가 되었을 때, 내가 워낙에 닦달을 했는지 후임자도 긴장하고, 계획서가 올라오는 속도가 빨라졌다. 겨우 겨우 이사에 대한 준비를 마쳐가고 있는 상황에서 생각해 보면, 회사 대표가 그렇게 짜증을 내지 않았다면 아마도 부서이동 및 설치는 다음주말이 되어도 지지부진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회사에서 일이 가장 빨리 이루어지는 때는 결정권자의 쓴소리인 것 같다. 항상, 모든 직원들을 배려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자율에 맡기면 루틴 한 일은 문제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일, 어떻게,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가 모호한 일에서는 지연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연을 끝내기 위해서는 나태한 미꾸라지를 위협하는 메기가 필요하다. 가끔은 중간관리자는 이런 메기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내가 정말 하기 싫은 일이다. 남들한테 싫은 소리 듣기도 싫고, 하기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싫은 소리 없는 조직이 생존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까?
이번 사건을 통해서, 내가 중간관리자로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타인을 배려한다는 생각으로 내 할 일만 하면 된다는 말단 직원의 태도로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길이 안 보이던 순간에서 후임자에게 이렇게 하면 된다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지지부진하던 일이 목표일자에 맞춰서 처리되는 방식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게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항상 나쁜 일과 좋은 일은 손을 잡고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