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인불용 용인불의
지난 금요일 옆팀의 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같이 일하는 직원 중의 한 사람에 대해서 주변에서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는 말을 전했다. 계약을 많이 담당하고 시설물을 고치기 위해서 많은 업체와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직원인데, 그 직원이 하는 일을 잘 살피고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전하기 위한 통화였다. 잘못하면 결재권자인 내가 다칠 수 있다는 말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말을 듣고 주말 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누군가를 의심하면서 그 사람의 모든 일을 점검하면서 같이 일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직원은 정말 똑똑하고, 성실히 자기가 맡은 일을 잘하는 친구였다. 그런데, 옆팀장의 전화 한 통화에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할 때, 두 사람의 인간관계는 얼마나 불편해지겠는가? 어떤 사람이 하는 일에 의심의 눈초리를 들이민다면 도대체 얼마나 자세히 그 사람의 일을 살펴야 할까? 차라리 내가 그 일을 하는 것이 효율적으로는 더 나을 것이다.
주말 동안,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오늘 그 직원에게 내가 경고를 받은 사실을 얘기했다. 나는 그 사람을 동료로서 같이 일하기로 했다. 이 전에 우리 회사의 일을 많이 하던 용역회사의 사람이 너에 대해서 안 좋은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의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행동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모든 행동에 정당한 절차를 설명할 수 있는 준비를 해놔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얘기를 하고 나니 내 마음이 편해졌다. 내가 이 얘기를 그 친구에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나는 너를 믿고 있다는 사인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그때 떠오른 문구가 "의인불용 용인불의"라는 말이었다. 의심스러우면 사람을 쓰지 말고,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라는 말이 오늘 내 상황에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믿어주고, 그리고 문제가 생긴다면, 내가 사람 잘 못 본 것에 대해서는 기꺼이 책임을 지면 될 것 같다. 그냥 말없이 의심하면서 행동을 꼼꼼히 살피면서 지켜보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느꼈다. 회사생활을 하다가 사람들을 의심하거나, 자기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려는 것을 볼 때,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남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을 알게 될 때, 점점 회사에서 떠나갈 때가 되어간다고 느낀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 어떨 때는 착한 듯 보이던 사람이 생각도 못한 악의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을 시간이 꽤 흐르고 난 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근 20년을 회사에서 큰 문제없이 생활했다는 것은 내가 무척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업비를 환수당하거나, 회사의 민원으로 송사에 휘말리거나, 비리로 경찰조사를 받은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내가 할 일만 하면서 큰 위험 없이 지내왔으니 다행이라고 생각이 된다. 그다지 일을 꼼꼼하게 처리해서 빈틈이 없는 일처리가 아니었는데도 사소한 잘못들에 대해서는 감싸주고 설명해 주는 사람들을 만나서 큰 문제없이 지금까지 회사를 다닐 수 있었다. 시간이 되면 승진에서도 탈락하지 않고, 다른 사람보다 늦지 않게 정상적인 속도로 승진을 한 것도 고마운 일이다.
지금의 자리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사이좋게 큰 문제없이 살아가고 있으니 이대로 잘 지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의 내 선택이 정답이었는지는 시간이 조금 지나야 알 수 있겠지만, 당장 내 마음이 편하니 그걸로 된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