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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Apr 02. 2023

새로운 경험 새로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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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속도

인생의 속도에 대해서 정말 맞다고 인정하는 말이 있다. 


"10대 때는 10Km, 20대 때는 20Km, 30대 때는 30Km~~~"


저 말을 처음 들었을 때가 아마도 30대 정도였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여러 사람에게 똑같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고, 나이 드신 선배님들은 요즘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지난주에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소리를 자주 듣게 되었다.


이에 대한 해석도 다양하지만, 내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한 해석은 인간의 기억체계와 관련된 방식인 것 같다. 시간의 길이는 기억의 길이와 같고, 10대 때는 모든 게 새로워서 하는 행동을 더 많이 기억해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가게 되면 루틴한 일이 많아지고 새로운 일을 기억할 일이 점점 줄어들어서, 기억에 남는 것이 많이 없고, 그래서 뒤를 돌아보면 어느 순간 한 달이, 반년이, 1년이 훅 사라진 것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그래서, 시간이 느리게 가게 하고 싶으면 새로운 일을 많이 해서, 기억할 꺼리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꼭 지켜야지 했는데, 내가 요즘 "아....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이러다가는 1년이 순식간에 삭제되겠다."라고 하고 있다.


권태의 발생에 대한 가설

인간의 뇌의 역할에 대해서 쓴 책에서 진화론적으로 뇌의 역할은 에너지를 사용할 곳을 찾기 위한 에너지효율화 분배연산을 하는 곳이라고 했다. 우리의 뇌는 1.4kg의 무게로 우리 몸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약 23%를 사용한다고 했다. 주로, 그 에너지는 감각기관을 통해서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받아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측하고, 우리 몸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 미리 움직일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는 연산을 하는 데 사용된다. 그러다 보니, 뇌는 할 일이 너무 많고, 너무 많이 사용하면 에너지가 부족해서, 결국 가장 적게 사용할 수 있는 효율화를 계속 유지할 수밖에 없다. 내가 게으른 것은 어쩔 수 없는 진화에 따른 특성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뇌는 일상적인 업무를 몸의 다양한 부분에 empowerment(권한이양)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이다. 우리는 일어나서 아무 생각 없이 일상의 루틴을 진행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주의집중을 하는 경우들을 많이 경험한다. 이런 일상의 루틴이 점점 늘어나다 보면, 뇌의 가용에너지가 남아도는 상황이 생기는데, 이때가 권태를 느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생명에 지장이 없으면서 계속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뇌에서 가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남아돌고, 뭔가 새로운 것을 해야 하는데 뭘 해야 안전하면서 적당한 자극을 받을 수 있을지를 모를 때, 그때가 바로 새로운 일을 계획할 때이다.


요즘, 내가 바로 이런 새로운 활동에 대한 욕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회사를 다니고,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브런치스토리에 일상생활에서 일어난 일들도 쓰고, 주말이 되면 행복한 일요일을 느끼면서 배가 불렀다.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고, 뭔가 새로운 기억거리를 찾아야 할 텐데 뭐가 좋을까? 예전에 배웠던 춤을 배워보고 싶기도 하고, 독서모임을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주제로 얘기를 나눠보고 싶기도 하고, 뭘 하지?


새로운 경험, 자극

그러던 와중에 한 독서모임으로부터 초대장이 도착했다. 인문, 사회, 과학, 철학에 대해서 깊게 읽고 의견을 공유하는 독서모임이라는 설명문에서 독서고수의 풍모가 느껴지는 게시글이었다.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가입을 했고, 첫 번째 모임의 날자와 책이 정해졌다.


독서모임 도서로 2개의 책을 추천해 주었는데, "관계의 과학(통계물리학)", "타인의 가능성(인류학)"의 두 가지 책 중에서 투표를 하는 중이었다. 내가 그때 읽고 있는 책이 정재승 교수의 "열두걸음"이었고,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과학쪽으로 투표를 했다. 소수의 그룹에서 첫번째 투표는 방향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좀 더 잘 알아보고 투표를 했었어야 했다. 나를 뒤이어 모두가 "관계의 과학"으로 투표를 했고, 토론 책이 선정되어 버렸다. 2권의 책을 다 읽어보고 나서야, "타인의 가능성"이 첫번째 독서토론으로는 훨씬 더 적합한 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렇게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이런 의외성이 또 인생의 재미있는 점이 아니겠는가? "관계의 과학"을 통해서 또 예상치 못한 좋은 정보들과 의견들을 들을 수 있는 독서 토론이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니, 예측을 미뤄두고 지켜볼 뿐이다.


타인의 가능성이라는 책에서 느낀 앞으로의 삶의 방향

사실 오늘 쓰고 싶었던 이야기는 "타인의 가능성"이라는 책을 읽고 난 이후의 내 감상이었다. 어제 독후감을 한편 쓰기는 했지만, 왠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써낸 것 같지가 않다는 생각에 이 책에 대한 생각을 더 정리하고 싶다는 완성되지 않은 욕구가 남아있었다.


이 책의 서문에 책의 주제를 낯선 이들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문제와 외로움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나온다. 인간은 혼자 살아가는데 최적화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어떻게든 타인과 협동을 통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힘없는 피식자였고, 점점 더 커지는 협동과 혁신을 통해서 발전하여 포식자로 진화해 왔다. 인간 개인으로서는 자연계에서 미약한 존재에 불과하고, 그렇기 때문에 낯선 타인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서로를 알아나가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을 해야만 한다.


문제는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이 똑같지 않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하지만, 상대편은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가 무수히 많다. 그래서, 처음 낯선 타인을 만나는 경우, 서로를 탐색하는 단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타인이 적인지? 친구가 될 수 있는지? 타인을 적으로 보는 관점이 제노포비아, 새로운 혁신의 기회로 보는 긍정적 관점이 폴리제니아라고 한다.


처음 사람들이 만날 때, 사람들은 서로를 탐색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알고 있는 상식과 세계관을 통해서 만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가정한다. 이것이 같은 문화권의 사람이라면 일정한 단계를 통해서 관계를 쌓아가는 것이 쉬울 수 있다. 처음에 한 사람이 차 한잔을 제안하고, 같이 식사를 하고, 친밀해진 이후 가족을 만나고, 정기적인 자리를 가지면서 서로 깊은 신뢰관계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다른 문화권의 다른 세계관을 가진 낯선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이 책에 나오는 내용은 아니지만, 책을 읽고 난 이후 느낀 바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내 마음을 여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서로 간에 신뢰가 없는 경우, 신뢰를 형성할 수 있는 방법은 서로에 대한 정보를 많이 교환하는 것이다. 그 정보에는 신체언어적인 정보와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 노력이 포함될 수 있다. 그래서, 상대편의 관습에 따른 행동양식을 보여줄 때, 두 집단은 서로 좋은 관계로 나아갈 좋은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만남에서 상대편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보여줄 때 좋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준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상대편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열림을 보여주는 것은 서로의 관계에서 좋은 징조가 아닐 것이다. 예를 들어서, 너무 빨리 본인의 비밀스러운 일상을 공유하려고 한다던지, 다른 사람에게 알리기 쉽지 않은 개인상의 정보를 나열할 경우, 상대편은 서서히 열리는 문을 강제로 개방하려는 것과 같은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의 마음을 모를 때는 관습적 예의절차를 따라서 상대편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제스처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이 책에서는 그 관습적 예의절차에 대한 사례들을 다양한 나라를 예시로 해서 보여준다. 처음 만날 때의 절차, 만찬에서의 절차, 헤어질 때의 절차 등을 알려주는 것이 첫 번째 장에서의 얘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낯선 사회로 들어가서 외로움을 해결하는 얘기가 두 번째 장에서 이어진다. 이 책은 문화인류학적인 내용이 많지만, 다르게 보면 여행에 대한 내용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나는 퇴직을 하고 난 이후 여러 나라를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 되고 싶은 생각이 있다. 한 나라에서 1달이나 6개월을 살고, 다른 나라로 이동해서 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몇 개월을 살고 하는 방식으로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면서 내 마지막 삶을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 이런 생각에 딱 맞는 삶을 산 저자의 글은 그래서 더욱 내 마음에 와닿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나의 뇌가 원하는 것이 아닐지 모르지만, 익숙해진 환경에서 다시 떠나기가 생각보다 훨씬 더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나를 낯선 곳으로 보내서 새로운 경험과 기억을 통해서 새로운 나를 만나는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 이런 새로운 경험들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역시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행동방식일 것이다. 주변에 어울리고, 나를 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태도가 주변의 사람들을 나와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있는 방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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