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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May 01. 2023

골프코스 머리올리기

처음하는 경험은 항상 소중하다.

작년부터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만났던 동기들과 골프장을 방문하기로 약속을 하고, 일정을 조율했었다.


이전무, 이부장, 박부장, 나 4명은 어떻게 인연이 되어서 대학졸업 후 첫직장을 같은 곳에서 시작했었다. 그중에 이전무와 박부장은 아직도 그 직장에서 승진하면서 잘 살고 있고, 이부장과 나는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


이부장과 박부장은 골프를 꽤 오랫동안 해왔고,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싱글게임을 하는 사람들이고, 이전무와 나는 시작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초보들이다. 그런데, 이전무는 돈과 인맥이 넉넉해서 내가 아직도 골프장을 한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을 가엽게 여겨서 한번 머리올리기를 도와주기로 했다. 원래는 작년 11월에 가기로 했는데, 그날은 눈이 많이 내린 날로 골프장에 도착하기 10분전에 골프예약이 취소되었다고 전화가 왔었다. 그래서, 그날은 주변의 스크린 골프장에서 가볍게 연습라운드를 하고, 올해 4월 29일 라운드를 다시 예약하게 되었다.


4월 29일이 다가오는 한주전에 이미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떴다. 이거 이러다가는 또 스크린 치고, 연기하게 되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약간의 비에는 일정이 취소되지 않는 걸 알게 됐다. 처음 클럽하우스에 갔는데, 골프백을 내리는 걸 몰라서, 주차를 하고 들고 오려고 했다. 내 골프백에는 네임택도 없어서, 내리면 안될꺼라는 생각도 들었다. 클럽하우스에서 앉아서 기다리는데 박부장이 와서, 등록해야 한다고 하고, 골프백을 내리기 위해서 차로 가서 다시 가져오는 해프닝이 있었다.


이전무가 늦는 동안, 2만5천원짜리 무국을 먹고 골프코스로 내려가서 네임택이 없는 내 골프백을 찾아서 우리 담당 캐디에게 전달을 했다. 첫번째 코스로 카트를 타고 이동했다. 최고위과정을 하면서 운영은 해봤지만, 내가 카트를 타고 치러가는 것은 처음이라 신기하고 두근두근했다.


18개 홀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다 기억이 안난다. 첫번째 홀에서 티샷 치는 것을 이전무가 찍어줘서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다행히 삑사리 없이 하늘로 공이 날라갔다. 두번칠것도 없이 한번에 잘 쳤고, 잔디위를 걸어서 자기들 공을 찾으러 가는데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 처음으로 거니는 잔디의 감촉도 좋았고, 그 넓은 필드에서 사람은 5명밖에 없는 것도 시원하고 통쾌했다.


첫번째 홀은 더블보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박부장이 파를 했다고 모두를 파로 해준다고 했다. 이래서 내기를 하는 것 같다. 내기를 하지 않으니 정확한 점수가 나오지 않는 것이다. 아직 내가 내기에 끼어들 실력은 아니지만, 연습해서 평정심을 가지고 칠 수 있게 되면, 1000원짜리라도 내기를 해야 정확한 스코어가 기록될 것 같다. 2번홀에서는 트리플 보기, 이후는 더블보기와 보기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6번홀에서 더블파, 11번홀에서 더블파를 기록했지만 전반적으로 처음나온거라고 볼수 없을 만큼 잘했다고 친구들이 칭찬을 해주었다. 빈말로 하는 칭찬과 진심에서 나오는 칭찬을 구분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나로서는 기쁜 칭찬이었다.


난 가성비를 굉장히 좋아한다. 무언가를 배울 때, 돈으로 배우는 것보다는 노력으로 배워서 돈을 아끼는 것을 좋아한다. 이전무는 업무상 골프를 칠 기회가 엄청 많다. 작년에만 30번 정도 골프장에 갔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근데, 나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만큼 잘못치지 않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면서 얘기를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좋았다. 또한, 내 샌드웨지의 로빙샷이 굉장히 부드럽게 잘 들어간다고 다들 놀라워했다. 물먹은 모래에서 벙크샷도 해보고, 러프에서 샷도 쳐보고, OB가 없이 헤저드에 빠지는 경험도 해보고 공은 4개정도 잃어버렸다. 성공적인 첫 경험이었다. 18번째 홀이 다가오고,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람들이 중독이 되는 거라는 걸 이해하게 되었다. 오랫동안 기억이 남을 나의 첫 골프코스 경험은 109타(18번홀 타수 안적고, 1번홀 2오버 안적고)였다. 실재로는 애누리없이 120타로 마무리 된 것 같다. 160~180미터를 안정적으로 보낼 수 있는 유틸리티 우드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7번을 기준으로 5번, 드라이브, 피칭, 샌드까지가 어느정도 손에 익었고, 다양한 채에 대한 거리감을 익힐 수 있으면 100타 안쪽으로 들어가는 게 가능할 것도 같다. 연습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을 느낀다.


끝나고 밴댕이무침 비빔밥을 먹었다. 너무 맛있었고, 지금은 근육통에 시달리고 있다. 엄청 아프고 감기도 살짝 든 것 같다. 그날 바로 독서모임 갔던 것도 무리였던 것 같지만, 어쨌든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생각에 기쁘다. 인생은 고독한 것이고, 나는 이 세상에 알지 못하는 사이에 떨어졌지만, 최선을 다해서 나의 인생을 살아나가야 한다. 그 삶에서 골프라는 유희를 만나는 것도 즐거운 일이겠다. 물론 너무 비싼 취미이기는 하지만....


다음에는 3박 4일 동남아 골프투어를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그것 참 즐거운 일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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