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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May 21. 2023

한해의 결심이 틀어지는 순간

중요한 일보다는 급한 일에 집중한다.

정신을 차려보니 2주간 brunch를 놓고 있었다.


뭔가 멋진 글들을 남기고, 점점 좋아지는 글이 되기를 희망하면서 어떤 글을 쓸지 소재를 찾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글은 자꾸 내 맘에 들지 않고, 일상의 소재는 오늘이 어제 같고, 내일도 오늘 같을 것이라는 체념의 무게에 짓눌리면서 "의미없다."라는 생각이 내 머릿속을 잠식한다.


사실 2주를 되돌아보면 자유시간이 적었다. 회사에서도 자꾸 내가 관여해야 하는 일이 생기고, 집안일로도 걱정이 쌓이고, 개인적으로는 몸이 아프고, 내 앞에 우선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쌓이게 되니 앞날을 위해 준비하던 계획들이 차례로 밀려난다.


어느 자기계발서적에서 봤던 "급한일 보다 중요한 일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 생각이 났다. 내 눈앞에 있는 급한 일은 바로 처리하지 않으면 욕 한 사발 먹고 끝날 일일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 그 중요한 일이 내게 큰 이자가 붙은 부채비용을 지불하라고 청구서를 제시할 것이다. 나에게 중요한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할 시간이다.


근래에 읽고 있는 책이나 추천받는 책이 공교롭게도 "냉정한 이타주의자(기부)"와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기본소득, 주15시간 근로 등 정책주제)"에 대한 책과 "코스모스(칼 세이건)"와 "백년동안의 고독(G.마르케스)"와 같은 책들이다. 


이 책들을 읽으면서 일련의 책들이 나에게 얘기하는 것은 코스모스에서 중요한 것에 너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근시안적인 현재의 일이 아니라, 네가 속한 지구 행성의 미래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그리고 백년동안의 고독을 통해서도 인생이라는 것은 한낯 소설 속 1페이지 1페이지도 안 되는 것이고 존재적으로 고독을 품고 사는 것인데, 그 인생을 의미 없이 보내지 말고, 순간에 충실하고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하라고 말을 전하는 것 같다. 그런데,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는 그 의미 있는 일이 지금 네가 버는 돈을 꼭 필요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잘 기부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말을 건네는 것 같고, 너 혼자서 할 일이 아니라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모아서 너의 사회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책임을 나에게 주는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서의 숙제로 마무리가 지어진다.


나에게 책을 읽는 것은 마음의 위안과 나의 발전이 주요 목적이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나 자신에 대해서 더 잘 알아서 모르고 만드는 어리석은 결정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아직도 수신이 덜 되었고, 제가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평천하라는 단계에 가고 싶은 마음은 한 톨도 없다. 하지만, 책에서 배우고 깨닫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실행과 실패에서 얻게 되는 교훈이 따로 있기에 행동해야 하는 시점이 있다. 자기계발서적을 보면서는 사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숙제를 자꾸 받게 되고, 철학책을 보면서는 다른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어떤 일을 해야 한다는 숙제가 생겨난다. 과학책을 통해서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돌아가는 지를 알고자 하다 보면, 현재 사회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받게 되지 않을까?


살면서 어느 시점에서 그런 숙제가 나에게 주어지게 될 때, 피해야 할까? 맞부딪쳐서 나의 생의 경로를 바꿔야 할까? 내가 신념과 나의 철학에 맞춰서 남은 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나의 가장 중요한 일을 정하고 그 일을 위해서 내 온 존재를 던질 수 있을까? 모든 책들의 저자는 똑같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책에 담아 놓고 있다.


지금 나의 상태는 책을 읽다가 세상에 대한 나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에 집어삼켜져 버리는 중인 것 같다. 어떤 모임에서 나에게 책임감이 너무 강한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되는데,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너무 멀리까지 걱정한다고 들었다. 왜 나는 이렇게 모든 책들이 나에게 숙제를 내는 것처럼 책임감을 느끼는 것일까?


책임감의 뒤편에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을 것 같다.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주지 않겠다는 생각, 또는 실망을 주게 되면 나 혼자 무리에서 떨어져서 외로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나의 핵심감정일까? 이상하게 책에서 저자의 의미이상의 강요를 스스로 느끼면서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일요일 9시 ~12시를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악과 함께 전혀 다른 주제의 독서를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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