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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n 18. 2023

책을 읽는다는 것

내 뇌는 계속 발전하고 있을까?

2022년 12월부터 꽤 오랫동안 끊고 있던 독서를 시작했다. 살아오면서 내가 남에게 강점이라고 내 세울 수 있을 만한 것이 선명하게 표시되기를 원했다.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엄청 강박적으로 책을 읽었다. 1년에 읽어야 할 책의 숫자를 목표로 세우고 책을 읽었다. 자기계발서적이 많았고, 어떤 때는 얇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는 경향도 생겼다. 한 달에 8~9권을 읽어야 1년에 100권을 읽을 수 있는데, 벽돌책이 하나 정도 끼게 되면 목표달성이 어려워진다.


그렇게 책을 꽤 읽었다고 생각되는 어느 순간 독서로 내가 뭔가 크게 달라진 것이 있는가를 되돌아볼 때 수천 권을 읽고 저자가 된 몇몇 사람들(이지성 작가, 김동진 평론가 등등)처럼 드라마틱한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많은 독서가들이 책으로 인생이 바뀌었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그런 변화를 기대했지만, 몇 년간의 독서로 얻기는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도 생각한 데로 흘러가지 않고, 맡은 일도 변경되면서 관심이 다른 곳으로 흘러갔고, 독서도 점차 손에서 멀어졌다. 눈도 나빠져서 책을 계속 읽는 것이 조금 더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가면서 독서의 효과는 조금 늦게 찾아왔다.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5~6년간의 독서는 꽤 좋은 영향을 끼쳤다. 나와 대화한 사람들이 말을 참 조리 있게 잘한다는 평가를 많이 해줬다. 어떤 경우에는 홀리듯이 설득이 된다고 하신 분도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런 말하는 방식과 내용들은 알게 모르게 나에게 쌓였던 책의 설득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몇 년 독서해서 입만 산 사람이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말을 잘하는 것으로 내가 부자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자조 섞인 자책만을 하면서 내 재산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 시간은 점점 흘렀고, 인생에서 크게 이룬 것 없이, 예전의 빚에 쫓기던 상황에서 자산이 조금씩 축적되는 방향으로 삶의 질은 조금씩 나아졌다. 나이는 들어가고, 회사에서의 나의 역할이 엄청 크게도 생각되지 않고, 하는 일이 그렇게 잘되는 것도 아니었고, 열정을 다해서 뭔가를 성취하기 위해서 노력하지도 않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이러다 정년이 되면 퇴직금과 연금으로 세상을 떠돌면서 여행하다가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돈이 지금보다 2배 이상은 있어야 할 텐데라는 걱정을 하면서 아껴 쓰고,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몸에 베여간다.


그러다 작년에 내 나태한 생각을 알았는지 회사로부터 좋지 않은 평가를 받고, 나만의 강점에 대한 생각이 다시 돌아왔다. 지금 당장 내가 사업을 하기 위해서 회사를 뛰어나가는 것은 확률상으로 봐서 그다지 현명한 생각으로 느껴지지는 않고, 나만의 강점으로 회사로부터의 자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강하게 하게 되었다. 역시,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변화의 추동이 생기는 것이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라는 말을 그렇게 많이 들었는데, 위기는 항상 나에게 오지 않기만을 바라며 도망을 친다.


지금은 23년 6월이 3분의 2 정도가 지났다. 다시, 치열하게 살아서 나만의 강점을 확실하게 확보하겠다는 생각은 서서히 옅어지고, 내가 좋아하는 일요일 오전이 와서 지금의 내 상태를 점검하다 보니, 그나마 책을 읽고, 글로 뭔가를 남기려는 변화가 남았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감상을 남겨놓고 싶고, 좋은 경험을 하면 그 경험을 글로 쓰려고 한다. 회사에 한방 먹이겠다는 생각은 어느새 멀리 사라지고, 내가 회사에서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게만 느껴지고 있다.


요즘 들어서 그나마 긍정적으로 바뀐 것은 내가 지금 정년만을 바라보면서 무기력하게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철퇴를 가만히 앉아서 맞겠다는 것과 같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뭔가 열심히 배우고, 익히고, 소통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를 넓혀 나가야 할 것 같다. 


어제 굉장히 어렵게 책을 읽었다. 생각지 못했던 주제의 문화심리학에 해당하는 교양 학술서 번역본이었는데, 보통 3~4일에 한 권을 읽을 수 있는데 이 책은 15일이나 손에 잡고 있었다. 어떤 날은 20페이지도 못 읽은 때도 있고, 한 페이지에서 30분을 지지부진 읽은 적도 있다. 내가 문해력이 딸리는지 의심도 들었다. 왠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과 단어들로 힘들게 힘들게 읽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그 책의 내용이 꽤 선명하게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뭔가 막혀있다가 뚫려서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책은 "위어드(WEIRD)"라는 책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면 꼭 댓글로 알려주시기를 바란다.


일요일 오전, 어제의 승전과 같은 기분 좋은 느낌의 연장선으로 독서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하나하나 짚어보게 되었다. 이전과 달리, 요즘은 읽고, 쓰기도 한다. 하루에 1 포스팅이라는 오픈 단톡방에서 규칙을 지키기 위해서 날마다 적던 때도 있었는데 그것도 흐지부지해서 한주에 한두 번 글을 올리고는 있지만, 아무것도 안 하던 때보다는 낫지 않은가?


독서모임도 참석을 하고 있고, 예전보다는 다양한 책을 읽고, 권수의 독서보다는 흘러가는 데로 닥치는 대로 읽고, 독후감도 쓰고 있다. 어제 완료한 책에서 이런 상태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들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우리의 DNA는 느리게 우리를 변화시키고 있고, 우리의 뇌세포는 조금 더 빠르게 우리를 변화시켜가고 있고, 주변의 환경, 사회적 자극들은 우리의 변화와 공진화로 우리에게 변화의 동인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명확한 것은 이 순간에도 나는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조금 좋지 않은 쪽이든..... 결정은 지금 이 순간의 내가 하는 것이다. 


좋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훨씬 더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나를 더 잘 살펴보기 위한 독서가 지금의 방향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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