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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l 13. 2023

벽돌 두장 - 삶에 자신감을 잃을 때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권하는 책

살다가 언젠가 자신이 굉장히 낮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때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가 나를 나쁘게 평하는 것을 들었을 때, 돈이 꼭 필요한데 마련할 곳이 없을 때, 자식이 자신의 갈길을 찾지 못하고 내가 뭔가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을 때 등등 많은 경우에 내가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들면 삶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나 자신에 대해서 좋지 않은 점들만이 부각되는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이 -아잔 브라흐마- 스님이 지은 책,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는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108가지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각 얘기는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깊은 울림을 주는 내용이 많아서 간혹 다시 읽어보기도 하고, 중고서적으로 싸게 나오면 사서 모으기도 합니다. 지금은 2권의 책이 있는데, 누군가 꼭 필요해 보이면 선물하려고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기억나는 얘기들은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벽돌 두장"이라는 이야기를 특히 좋아합니다. 아잔 브라흐마 스님은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부하다 태국여행에서 불교사찰을 찾게 되고, 인생의 방향을 스님으로 급작스럽게 바꿔버린 특이한 이력을 가진 분입니다. 이 분이 태국 사찰에서 수련을 받을 때, 벽돌로 축대를 쌓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약 1000여 개의 벽돌을 쌓아 올리는 크고 높은 축대를 쌓는 일이었으므로, 최선과 정성을 다해서 축대를 쌓아 올립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모든 벽돌을 다 쌓고, 뿌듯한 마음에 축대를 쭉 둘러보는데, 축대의 중간 부위에 벽돌 두장이 반듯하지 않게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미 축대는 완성되어서 수정을 할 수가 없습니다. 멀리서 보더라도 그 벽돌 두장은 툭 튀어나와서 보기 싫게 보입니다. 이후로는 스스로에게 너무 실망해서 그 축대 쪽으로는 의식적으로 다가가지 않고, 멀리로 돌아서 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사찰에 중요한 손님이 찾아와서 사찰을 안내하게 되었는데 그 손님이 축대 쪽으로 가려하는 것에 당황해서 다른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손님은 축대 쪽을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벽돌 두장의 오류에 대해서 부끄러워하는 브라흐마 스님께 그 손님이 말씀을 하십니다.


"아, 정말 아름다운 축대네요. 이렇게 많은 벽돌로 이렇게 아름다운 축대를 쌓다니, 정말 고생이 많았겠습니다." 이 말을 들은 브라흐마 스님은 깜짝 놀라서 답합니다. "하지만, 저 축대의 중간에 툭 튀어나온 2장의 벽돌이 안보이시나요?" 그 말을 듣고 손님이 말씀하십니다. "아 2장의 벽돌이 약간 튀어나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998개의 벽돌은 아름답게 쌓아 올려져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해석이 내 머리를 쾅 치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도 항상 1000개의 벽돌 중 잘못 쌓은 벽돌 두장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의 결점, 나의 오류, 나의 실수인 벽돌 두장. 하지만, 나를 구성하는 벽돌은 오류의 벽돌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가진 행운, 내가 가진 재능에 초점을 맞추고 볼 수 있으면 내 삶이라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나를 바라보는 방식의 다음 방식은 타인을 바라보는 방식일 것입니다. 타인도 여려 장의 벽돌로 이루어진 축대입니다. 그 축대 중에 잘못된 벽돌 두장에 춧점을 맞출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인 아름다운 축대 그대로를 받아들여서 볼 수 있는지에 따라서 타인과의 관계 맺음이 달라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방식으로 상대편을 사랑할 수 있다면, 관계가 좋아질 확률은 확실히 올라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편이 나의 벽돌 두장에 초점을 두는 사람이라면 가급적 그 사람과의 얽힘을 줄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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