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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Jul 20. 2023

돌고 돌아가는 삶

아이 때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었는데....

오랜 장마 후의 퇴근길에서 만난 햇빛


요즘은 빨리 내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고, 쉬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정년을 맞이하고, 돈 버는 생활에서 벗어나서 뭔가 나의 삶을 정리하고, 여행하며 즐길 수 있는 삶을 살기를 희망합니다. 어디선가 읽은 글에서 인도에서는 "50까지는 가족을 위해서 살고, 50 이후는 자신의 영혼을 닦으면서 산다"라고 했습니다.


나도 지금부터는 나의 영혼을 닦고, 더 좋은 생각, 더 나은 행동거지를 하기 위해서 살아야 할 텐데, 아직도 돈을 벌어야 하고, 경제적 자유를 얻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만 조급합니다. 차를 타고 가다가 얼른 퇴직을 해서 나만의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같이 타고 가던 이미 퇴직했다가 다시 일을 하시는 두 분이 하시는 말씀, "퇴직하고 시간이 많으면 좋은 줄 아세요? 지루하고, 쓸모없다고 느껴지고 괴로워요. 여행도 한두 번이지 여행 가도 고민하고, 스트레스받아요." 이런, 그럼 언제 나만의 안락한 시간을 찾을 수 있는 건가 한숨이 나오는 말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국민학교를 다닐 때는 얼른 중학교를 갔으면 좋겠고, 중학교를 들어가니 빨리 커서 고등학교를 들어가야 했고, 고등학교를 갔더니 인생에서 대학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하면서 조금만 더 노력해서 더 나은 대학을 가야 한다고 말하는 주변사람들에게 휘둘려서 뭔가 즐기지 못하고 대학을 들어갔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즐겁게 놀 수 있는 시간은 한 1년이나 되었을까 군대를 가야 하고, 갔다 오니 돈 벌 궁리를 해야 합니다. 그 사이에 운이 좋아서 나에게는 유학과 해외여행이라는 추억을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을 못 가면 낙오자 신세,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직장을 못하면 뒤쳐진 인생, 직장 내에서 제 때 승진하지 못하면 능력 없는 회사원이 됩니다. 때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하고, 결혼하면 언제 애를 가질 거냐는 질문이 뒤따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이렇게 해야 할 일들이 나이 때에 맞춰서 정해져 있고, 그 모든 단계들을 잘 헤쳐 나오면 직장에서의 정년퇴직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의 나의 걱정은 내가 해야 할 인생의 마무리입니다. 직장에서의 마무리, 내 주변사람들의 되돌아감을 지켜보는 것, 나의 인생의 뒷마무리, 이렇게 해야 할 일 다 하고,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람이 해야 할 도리를 다하고 나면 인생의 끝입니다. 이렇게 정해져 있는 기차의 선로를 따라서 가듯이 제시간에 제대로 된 기차를 타고, 목적지를 향해서 가는 인생이 좋은 인생인 건가 고민이 되는 시점에서 읽은 책과 읽을 책에서 좋은 방향을 보여줍니다.


읽은 책은 박태원의 중편소설 "낙조"였습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한 때는 좋았던 시절을 살아내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값싼 약을 소매로 팔아서, 남는 돈으로 술 먹는 낙으로 살아가는 6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주인공인 책입니다. 죽어가는 개에게서 자기와 같은 삶에 대해서 공감하고, 동네 꼬맹이들이 죽어가는 개에게 장난치는 것을 막아보려고 몇 번이나 소리를 치지만, 결국 어떻게도 하지 못하고 슬프게 돌아서는 장면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감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지는 해라는 소설의 제목을 뚜렷이 느낄 수 있는 소설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바로 내가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 순간에 눈에 띄었던 책이 셰릴 스트레이드가 2012년에 낸 소설 "와일드"입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20대 여자가 3개월간 걸으면서 쓴 내용의 책으로 지금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으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삶이라는 것은 무엇 때문에 어느 목표를 향해 살아가는 것인지? 걷고 있는 그 순간순간을 느끼면서 꾸준히 걸어가는 것인지? 생각하면서 읽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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