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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Aug 28. 2023

타운하우스에 산다면?

공간의 여유와 생활의 분리

2023년 8월 26일~27일의 새로운 경험


아는 지인의 집으로 초대를 받아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게 되었다. 용인지역에 있는 타운하우스였고, 수영장, 스크린골프 연습장, 찜질방과 노래방이 완비되어 있는 멋진 놀이공간이 보유되어 있었다.


집에서 그곳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었는데, 주변에는 전원생활을 즐기기에 충분할 정도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 집들이 여러 채 지어져 있었다. 집안으로 바로 연결되는 주차장을 통해서 지하1층, 지상 3층의 총 4개 층으로 이루어져 있고, 1층은 야외 테라스와 연결되어 있어서 잔디밭이 있고, 바비큐를 준비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예전에 어떤 소설에서 한강뷰가 보이는 멋진 집에 들어갔을 때의 느낌을 "내가 한강뷰가 보이는 집을 원하지 않은 것은 제대로 된 한강뷰의 집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라는 말로 표현했었다. 일단, 처음 집에 들어서고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의 집을 올라가면서 구경을 했는데, 우리 집과 비교했을 때는 한 층이 우리 집의 전체 공간보다 더 넓었다. 처음으로 드는 생각은 '이 집은 줘도 유지보수가 너무 힘들겠다. 난 한 층 정도만 내 소유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하루를 보내게 되어서, 3시 30분에 도착해서 집을 둘러보고 우리 가족들은 준비된 바비큐를 먼저 먹고, 수영장으로 가기로 했다. 바비큐를 구울 수 있는 테라스가 식당과 바로 연결되어 있어서 야외를 바라보면서 넓은 식탁에 앉아서 구워지는 고기를 공수받을 수 있었다. 역시 고기는 숯불에 구워야 맛있다는 것은 진리였다. 구워지는 데로 없어지는 고기에 초대한 나대표님도 우리 가족의 식성에 놀래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고기를 다 먹고 난 후, 조카들은 최대의 관심사인 수영장으로 내려갔다.


수영장은 7M X 2M 정도 넓이의 풀이 2개가 있었다. 2개의 풀이 하나로 합쳐져 있으면 진짜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카 2, 딸, 엄마랑 내가 들어가니까 최신형 풀은 가득 찼다. 최신형 풀에서는 자동으로 물이 순환되고, 수영장 주변에 조명이 들어오고, 1,2,3단계로 물살을 흘려보내는 등의 기능들이 장착되어 있었다. 수영장 공간은 집과는 유리벽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완전히 별개의 공간처럼 방음이 되어 있었다. 비 오는 날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를 보면서 수영하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니 다시 한번 넓은 공간이 부러워진다. 집안에서 수영도 하고 점프도 하고, 다이빙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졌다. 어머니는 수영장에서 잠시 놀다가 찜질을 하는 곳으로 갔고, 조카들과 딸과 나는 수영장에서 한 시간 정도를 놀았다. 나는 수영장에서 나와서 스크린 골프를 경험해 보러 갔다.


스크린 골프장은 4명 정도가 경기를 즐길 수 있을 정도의 넓이에 각종 운동시설들이 갖춰져 있었다. 골프를 좋아하시는 나대표님, 여동생, 내가 가볍게 하프라운드를 했다. 이상하게 공이 잘 맞는 날이었고, 적재적소에서 조언을 해주는 나대표님은 나선생님으로 부르기로 했을 정도로 재밌게 칠 수 있었다. 하프라운드에서 버디 3개를 포함해서 2오버로 마무리 지었지만, 중간에 연습스윙을 하다가 공에 맞는 사고가 있어서 큰일 날 뻔했었다. 정말, 위험은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서 주의에 주의를 기해도 예상치 못한 사건과 사고가 생긴다.


수영을 하고, 골프를 치고, 찜질을 하고 난 우리 조카들이 한 말이 나대표님을 깜짝 놀라게 했다.

승현이가 한 말이었다. "그런데, 우리 저녁은 뭐 먹어요?" 우리가 바비큐를 먹었던 시간은 약 4시 30분 정도였다. "그게 저녁 아니었어?"에 대한 나의 답은 "6시 전에 먹은 건 저녁이 아니라 늦은 점심, 간식, 추가 식사 등으로 불릴 수 있다."였고, 조금 늦게 도착하는 막내 여동생 내외와 함께 2번째 바비큐를 저녁으로 먹었다. 정말 고기를 많이 먹었다고 나대표님이 얘기해 줬다. 우리 가족이 생각보다 훨씬 많이 먹는 것이 사실인 것 같다.


어머니는 다른 사람의 집을 방문한다는 생각에 밑반찬도 준비하고, 생선도 굽고, 설거지도 하고, 집에서 하듯이 쉬지 않고 움직이면서 일을 하신다. 그렇게 부지런한 사람은 다른 부지런한 사람을 만나서 깜짝 놀란다. "나대표는 이 큰 집을 혼자서 관리를 다한데....아침에 일어나서 잔디를 싹 깎고, 물청도 다하고, 정말 부지런하고, 몸이 가볍더라. 확실히 넌 평균적으로 게을러...."라고 말씀하신다. "넵....난 게을러...!!!"


또 다른 에피소드는 우리 딸이 한 말이다. "큰 고모가 일을 해, 아빠!" "여기는 내 직장 상사의 집이니까 깨끗이 해야지." "ㅎㅎㅎ, 너네 고모도 훌륭한 사회인이 되었네."


방마다 있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텔레비전들, 각 층마다 있어야 하는 청소기, 수영장, 노래방, 프로젝트들, 지하1층과 지상3층으로 이동하는 실내의 엘리베이터들, 각 층마다 배치되어 있는 소품들을 보면서 1차적으로 '이렇게 넓은 공간은 청소하기도 힘들겠다. 나는 이런 집은 줘도 못살겠다. 너무 번거로워.'라는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하룻밤을 묵으면서 9명의 사람이 한 집에 있는데, 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정도로 개별적인 개인 공간이 풍부해서 '이렇게 넓은 집이 있으면 4 가족이 모여 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는 편안함을 느끼는 개인 공간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이 개인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인다. 그래서, 집에서 각자의 방이 있기를 희망한다. 이 개인 공간이 얼마나 있어야 스트레스 지수가 최저로 낮아지는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지만, 꽤 넓은 공간에 있을 경우 편안함을 느끼는 것은 틀림없을 것 같다.


넓은 공간의 집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나니, 이런 집이 있으면 부지런히 청소하면서 가꿀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주체할 수 없이 넓은 공간이 있다면, 나의 생활공간을 나눠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는 공간, 운동을 하는 공간, 휴식을 하는 공간, 식사를 하는 공간 등등 내가 가져보지 못했기에 활용하지 못했던 넓은 공간의 편리함을 경험함으로써 생각이 달라지게 된다. <생각하는 데로 살지 않으면, 사는 데로 생각하게 된다.>라는 말처럼, 나는 넓은 장소에서 사는 것에 대해서는 할 수 없으니까 부정적인 생각으로 합리화를 하는 <신포도 현상>이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 놀러간 집에서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수영장과 스크린 골프장이었다. 동현이는 스크린 골프가 맘에 들었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가서 골프 연습을 했다. 엄청난 힘을 가진 동현이가 원하는 만큼 공이 날아가지 않으니, 승부욕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전혀 모른 상태에서 연습을 하는데, 간혹 잘 맞아서 150미터를 넘기니, 더 열심히 연습을 한다. 동생인 승현이도 같이 경쟁하듯이 연습을 한다.


우리에게는 뭔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난 재능이 있을 텐데. 나는 그 재능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가지는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살짝 들었다. 돈에 여유가 있다는 것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이고, 새로운 경험은 새로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욕구의 절제에 대한 책을 많이 봤는데, 넓은 공간의 경험이 억눌렀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는 것 같다. 아니면, 새로운 삶의 태도를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될까?


다른 사람의 집에 초대받아서 갔었는데, 풀빌라를 빌려서 놀다 온 기분이다. 나도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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