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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y Sep 12. 2023

딸과의 에피소드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어서 ^^

직장에서 저녁에 약속이 있는 날이었다. 동료들과 한달에 한번 정도 스크린 골프를 치는 날이었고, 저녁에 늦는다고 가족들에게 얘기를 했었다. 골프를 치고 있는 중에 딸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딸, 왠 일이야?"

"아빠, 몇 시쯤 와?"

"글쎄....지금부터 한시간 반정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왜 무슨 일있어?"

"아니, 나 지금 토스트 만들어서 먹으려고 하는데 아빠 오는 시간과 맞으면 아빠 것도 만들려고."

"와~~~ 너무 고마워. 좀 늦을 것 같으니까 안 만들어도 돼. 고마워!"


전화를 끊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가 뭐라고 했는데 고맙다고 했느냐고 물어왔다. 들은 내용을 알려줬더니, 딸이 너무 잘 컸다고 그런 생각을 하다니 너무 착하다고 말을 해준다. 나도 그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았다. 이후 골프도 잘 치고, 스크린에서 라이프 베스트를 기록하면서 게임은 끝이 났다.


다음날, 딸애와 얘기를 하다가 스크린 골프장에서 있었던 대화를 들려줬더니 부끄러워한다.


몇일이 지나고 딸애와 대화를 했던게 기억에 남는다.


"아빠, 요즘에 제일 기분 좋았을 때가 언제야?"

"음...아...현진이가 전화해서 아빠 토스트도 만들어 준다고 했을 때, 기분좋았어."

"어....나도....그 얘기 듣고 아빠한테 칭찬들었을 때 기분좋았던 것 같애."


이런 사소한 대화를 통해서 딸애와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 참 좋았다. 내가 자기를 충분히 믿어주고 있다는 것과 나는 자기에게 유해한 행동을 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믿을 수 있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 삶에 대한 충족감을 느끼게 해준다.


책을 읽다가 자식에게 해주어야 할 말은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살아라!!!"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딸애에게 말했더니, "개 구라!!!"라고 답변을 했던 것도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우리는 이렇게 농담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자식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수 있다면 공부나 대학이 중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의 드라마 "무빙"의 장주원 가족을 보면서, 세상을 사는데 있어서 나를 쓸모로 생각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의 대부분은 충족되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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